[Review] 삼총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 아이언 마스크 [공연]

은퇴한 삼총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글 입력 2020.01.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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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뮤지컬이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라는 편견이 있었다. 화려한 스케일과 캐스팅을 필두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그런 분위기에 걸맞게 티켓값도 다소 높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때론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며 ‘일반 배우들과 달리 “뮤지컬 배우”라는 또 다른 직함을 부여받는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아이언 마스크>를 통해 뮤지컬이란 장르를 처음 접하고서야 그들을 왜 뮤지컬 배우라고 부르는지, 뮤지컬의 진가와 그만의 전문성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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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는 대사 대신 노래로 서사를 전달한다. 대사는 어조와 호흡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기 비교적 쉽지만, 노래를 통해 대사를 전달하기란 여간 쉽지 않아 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전주에 묻히지 않을 성량을 바탕으로 표정과 가사의 강약 조절, 뮤지컬 특유의 창법까지 구사해야 했고 그중 하나라도 부족한 경우는 다른 배우들과 비교되어 금방 관객들의 눈에 띄었다.

 

뮤지컬 배우만의 역량을 파악하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루이 14세와 그의 쌍둥이 동생 필립의 1인 2역을 담당한 노태현 배우였다. 그는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각인된 배우였기에 극 전체를 이끄는 역할의 부담감과 뮤지컬 영역의 역량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염려됐다. 특히나 루이 14세의 탐욕스러운 절대군주정의 모습과 왕위찬탈의 위협에 불안해하는 이중적 심리묘사와 필립이 점차 정체성을 찾아가 성숙함을 표현하는 1인 2역의 역할을 잘 수행할지도 걱정됐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뒤로하고 노태현 배우의 연기에는 미숙함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완벽한 감정 연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놀라운 뮤지컬 발성까지 보여주어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됐다.

 

해당 뮤지컬의 또 다른 주인공, 삼총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렬한 배역들이다. 삼총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달타냥 역의 이건명 배우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달타냥은 자신이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한 왕이 폭정을 일삼고 심지어 자신의 의형제 아토스의 아들을 죽이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자 달타냥의 신념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된 달타냥의 독무대는 배우의 연륜과 역량만으로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이건명 배우의 뛰어난 발성과 가창력에 놀라게 된 경험이었다. 더불어 삼총사의 일원, 포르토스역의 김법래 배우 또한 잊을 수 없는 역할이다. 포르토스는 다소 무거운 내용의 뮤지컬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전달했다. 아마 김법래 배우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 대사들은 대부분 에드리브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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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시작 전, 무대를 처음 보았을 때는 다소 의아함이 앞섰다. '무대장치에 꽤 힘이 들어갔다는 관람평이 가득한 작품이 이 작은 무대에서 모두 구현될 수 있을까?'생각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펼쳐진 무대 세트에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루이 14세 시절의 화려함을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의 역사에서도 루이 14세 시절은 전성기에 해당한다. 여러 국가의 패권을 장악했고 그런 힘을 상징하기 위해 여러 귀족문화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 대표적 상징물이 아직도 프랑스의 미를 대표하는 베르사유 궁전이다.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베르사유 궁전을 중심으로 호화롭고 화려한 프랑스 궁정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무대 아래에는 휠이 존재하는 듯, 중심 이야기가 변할 때마다 배경이 바뀌었다. 무대는 루이 14세의 왕실이 되기도 했고, 뒤의 무대가 열리며 철가면이 수용된 바스티유 감옥이 되기도 했다. 무대 위에는 돌기둥이 내려와 궁전의 웅장함을 표현하거나 프랑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의 배경을 구사했다. 기둥이 올라가면 무대의 양옆에서 평범한 배경이 자리를 잡고 보다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기도 했다.

 

더불어, 빔프로젝터의 선명함도 해당 공연에 몰입시킨 요소 중 하나이다. 이렇게 선명한 빔프로젝터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빠르게 이동하는 무대 소품과 휙휙 전환되는 빔프로젝터 배경으로 무대는 일순에 다른 장면으로 접어든다. 이런 빠른 무대 전환으로 마치 편집된 영상 매체를 접하는 착각마저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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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컸다. 달타냥은 삼총사의 오랜 인연에도 불구하고 루이 14세에 대한 충성을 이어나가지만, 앤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삼총사에게 돌아가는 듯한 진행을 보인다. 그 안에는 루이 14세의 폭정과 라울의 죽음 등 여러 다양한 요소가 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감정선이 생략되어 나아가는 이야기가 다소 아쉬웠다.


더불어 필립의 서사에도 많은 비약이 있다는 기분도 지울 수 없다. 평생을 가면이 씐 채 자신의 정체성을 조자 알지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필립을 루이 14세의 정반대의 성질을 갖게 하려고 도덕적 성군으로 묘사한다. 이런 과한 설정값을 비롯한 여러 비약된 장면은 150분의 정해진 시간에 다양한 서사를 표현하기 위한 <아이언 마스크>의 노력과 실수가 혼합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

 

여러 흥미로운 점과 아쉬운 점을 뒤로하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양쪽 귀가 얼얼할 정도로 뜨거웠던 앙상블, 완벽한 군무와 사실적인 총격씬 까지 감각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영화에 비유하면 많은 돈이 투자된 블록버스터 한 편을 감상하고 온 기분이다. 또한 뮤지컬 분야에서 흥행요소라고 뽑는 1인 2역의 배역을 삽입하고 금지된 사랑과 삼각관계 등의 한국적 감성을 잘 투영한 작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연륜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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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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