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글 입력 2020.01.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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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완전한 어른이 된 주인공 엘리오가 올리버를 만났던 열일곱살의 여름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그 해 여름은 너무나도 강렬했으며 스스로에게 큰 충격으로 남아있었고, 그 기억을 되짚어보는 엘리오의 감정선은 독자 또한 복잡하면서도 그조차도 어쩔 수 없었던 그의 기억 속으로 데려간다. 엘리오가 들려주는 솔직하고 솔직한 이야기는 복잡미묘하고 어지러운 기분을 들게 했지만 결국에는 공감하고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접하기 전에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내 주변에서만 해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영화의 OST 또한 노래 자체로 꽤 알려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인지는 잘 모른 채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유명세의 이유가 궁금해서 나도 사실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다 보지는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성애를 다룬 영화이고, 어린 소년과 성인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개인적으로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토록 사랑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이야기의 위대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영화의 원작인 소설을 읽게 되었고, 단순히 나의 편견 때문에 영화를 다 보지 못했던 내가 후회될 지경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렇게까지 솔직하면서도 아름답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고, 사랑의 형태는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이 둘의 사랑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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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엘리오를 통해 어린 소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느끼는 혼란에 공감했고,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마주해서 풀어나가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올리버와 엘리오의 아버지를 통해 어른으로서, 이미 얻어낸 여러 사회적 지위를 가진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주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른으로서 내 경험과 가치관을 전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여러 명의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에 대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뜬금없지만 작가 ‘안드레 에치먼’이 어떤 계기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토록 풍성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대놓고 교훈과 지침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보다 나에게 전달되는 울림이 더욱 컸던 것 같다.

 

동성애라는 이슈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는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이 다수가 아닌 소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나조차도 어쩔 수 없는 부분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받을까 두려워해야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에 대해 소설 속 인물들이 되어보면서 느낄 수 있었고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나와 같은 제 삼자가 이해하고 하지않고의 문제 또한 아니기 때문에 엘리오와 올리버에 빙의되어 왠지 모르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마음 또한 그저 나의 편견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엘리오의 아버지의 대사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진정으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었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저 알게 모르게 나의 마음 속에 규정된 기준선에 대해 그저 ‘in’인지 ‘out’인지에 대해서만 집중 했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 p.283~284

 

 

엘리오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나밖에 주어지지 않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소중하게 가꿔나가길 바랐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껏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달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심지어 자신의 자식의 감정을 존중하는 마음을 온전히 그 사람에게 꺼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성숙한 어른이라고 느껴졌다. 아버지의 대사를 읽으면서 소설을 읽어오면서 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오면서 가져왔던 내 안의 여러 종류의 편견들이 모조리 박살나는 것 같았고, 정돈된 감정선의 묘사와 함께 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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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나에 대해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나는 이들처럼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면돌파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겨왔나? 내가 겪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로 나의 편견 속에서만 살아온 것이 아닌가?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생각들이 끊임없이 들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단지 사랑을 다루는 로맨스 소설만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들이 들려주는 교훈 또한 아주 많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보다 작가가 전해주는 주옥 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 처럼 긍정적인 파장을 불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CALL ME BY YOUR NAME -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 정지현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16쪽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34-01-6 (03840)





[김현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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