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후에 그들은..? - '파인드 미(Find me)' [도서]

"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줘요."
글 입력 2020.01.1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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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후의 이야기

 

 

표지2.jpg

 

 

 

파인드 미(Find me)


 

글을 쓰기 앞서 말하자면, 사실 나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속편을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한 기사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를 기약 없는 약속은 아쉽기만 했다.

 

나와 같은 독자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책<파인드 미>. 이 책은 전작이 남기고 간 조각을 채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파스텔톤의 무지갯빛을 담은 무늬로 꾸며진 겉표지가 눈에 띄었다.
 
겉표지를 감싸고 있는 짧은 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그 후의 이야기'라고 적힌 글을 읽으니 어느새 머릿속은 다양한 생각들로 나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까? 마지막 부분에서 이어져서 나올까? 혹시, 엘리오와 올리버의 노년기까지 볼 수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전의 일들이 나오는 건가? 엘리오가 알지 못했던 올리오의 행동을 알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 찬찬히 알게 되겠지.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

 


- 줄거리 -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된 엘리오를 만나기 위해 로마행 기차에 오른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 펄먼. 우연히 개 한 마리와 함께 앞자리에 앉은 미란다를 만난다. 그 만남으로 새뮤얼은 아내와 헤어진 뒤 무력했던 인생에 큰 변화를 맞는다.


시간이 흘러 엘리오는 파리 생트U성당에서 열린 실내악 연주회에서 만난 미셸을 통해 텅 빈 듯한 마음을 달래며 다시금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한편, 뉴잉글랜드 대학의 교수가 된 올리버는 아내 미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줄거리를 읽었다면 어느 정도 내용을 예측했을 것이다. 처음에 나올 인물은 엘리오나 올리버 일 줄 알았는데 엘리오의 아버지가 먼저 등장해서 놀랍기도 했고 책의 반을 차지하는 내용이라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이번 책도 전작과 동일하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 이 단어들을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모두 음악 용어라는 것이다. 마치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담은 LP 같은 책 같다.

 

각 장의 이름을 음악 용어로 붙였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생각 끝에 남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엘리오가 피아니스트여서가 아닐까라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작가가 내포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음악 용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가면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각 장을 짧게 소개하고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때', '시간'이라는 의미와 악곡이 연주되는 속도를 의미하는 템포(Tempo). 1장의 템포에서는 엘리오의 아버지인 새뮤얼 펄먼이 아들 엘리오를 만나기 위해 탄 기차 안에서 맞은편 자리에 앉은 미란다와 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로는 오랫동안 지내온 사람보다 한 번 보고 말 사람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쉬울 때가 있다. 그 당시 나누었던 대화들은 헤어짐과 동시에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미란다와 새뮤얼도 같았다. 기차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인연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 그들은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여러 대화들이 오가고 그들은 말하는 '삶의 가림막'에 대해서 말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림막'. 여기서 가림막은 우리가 사람들을 대할 때 여러 '가면'을 쓰는 것들을 말하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들과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어두운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가림막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죠. 나는 종이를 활용하지요."


- 56p


 
이야기가 흘러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인연으로 나아간다. 펄먼과 미란다는 서로에게 자신의 깊숙한 이야기를 하면서 벽을 허물고자 한다. 누구에게 온전히 자신의 날 것을 보여주는 일이 어려워진 요즘을 생각하면 그들의 대화는 솔직하고 꾸밈없다.


"물론 나도 비밀이 있지. 누구나 있어. 모든 인간은 지구에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여주는 달과 같아. 대부분은 자신을 온전하게 이해해 주는 사람을 평생 만나지 못해. 나도 사람을이 이해할 것 같은 부분만 보여 줘. 다른 사람에게는 또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어두운 부분이 항상 남아 있지."


-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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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나 독창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을 의미하는 카덴차(Cadenza). 2장에서는 엘리오와 생트U성당에서 열린 실내악 연주회에서 우연히 만난 미셸이라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엘리오도 자신의 아버지 펄먼과 마찬가지로 우연치 않게 만난 자신과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인연이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피아노가 매개가 되어 엘리오와 미셸의 사이를 연결하게 한다.


"운명은, 만약 존재한다면 말이야, 이상한 패턴으로 우릴 놀려. 어쩌면 패턴이 아니라 아직 헤아리는 중인 남은 의미를 암시하는 걸 수도 있지. 우리 아버지, 네 아버지, 피아노, 그래, 항상 빠지지 않는 피아노 그리고 너, 내 아들 같으면서도 아들 같지 않은 너, 너와 나의 삶에 엮인 유대인이라는 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 삶은 생각보다 몇 층이나 더 깊은 발굴 현장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거나. 어쨌든 난 이 악보를 너에게 넘길거야. 오늘 저녁 메뉴가 뭔지 가서 알아봐야겠다. 한번 보고 어떤지 말해 줘. 잊지 마. 넌 이 악보를 본 정말, 정말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 212p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운명이라고 느끼는 것은 무슨 감정일까?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미셸과 다르게 나는 서서히 오랜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는 편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확실한 사이가 되었을 때 서로의 존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그런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들과 같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카프리치오(Capriccio). 이탈리아어로 '변덕스러움'과 '일시적인 기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음악 용어로는 유쾌하고 변덕스러운 성격의 작은 규모의 곡에 붙일 때 사용하기도 하는 말이라고 한다. 3장에서는 올리버가 등장하는데 올리버는 모임에서 처음 만난 에리카와 폴과 함께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여기서 올리버는 엘리오와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후에 올리버가 엘리오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폴이 모르고 또 알 수도 없는 것은 20년 전 누군가 나를 위해 이 <아리오소>를 연주해주었고 그때도 떠나는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이다.

이 연주를 듣고 있니? 그날 저녁 그 자리에 없지만 나에게는 절대로 부재하지 않는 단 한 사람에게 물었다.

듣고 있어요.

너는 알 거야. 내가 긴 세월 동안 내내 허우적거린 거 너는 잘 알거야.

알아요.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는걸요.

넌 나에게 정말 아름다운 곡을 들려주었구나.

그러고 싶었어요.

그럼 넌 잊지 않은 거구나.

당연히 잊지 않았죠.


- 264p


 
피아노는 올리버와 엘리오를 연결하게 하기도 한다. <아리오소>를 들으며 올리버는 엘리오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폴보다 과거에 멈춰져 있는 엘리오를 생각하는 것은 엘리오의 존재가 올리버에게는 그 누구보다 큰 존재였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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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라는 말로, 악보에서 곡을 처음부터 되풀이해서 연주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다 카포(Da Capo). 4장에서는 올리버와 엘리오가 다시 만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 카포'라는 말이 그들 사이를 다시 연결하는 복선을 의미하는 단어 같았다.

 

그리고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네 얼굴과 목소리, 냄새까지도 잊어버리는 것 같아 겁났거든."

(...)지나간 나날의 유혹이 끝까지 떠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며 잊고 싶지도 않다는 것을, 나 또한 잊지 않았는지 전화나 편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며,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무엇이 가로막든 때가 되었을 때 그저 나를 찾아오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찾았네요."

"그래서 찾았지."


- 299p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람과의 관계는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내가 누군가를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거의 누군가가 나를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고, 시간이 지나고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책 <파인드 미>를 마무리 지으면서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된 엘리오와 올리버를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혼란스러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 올리버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가 엘리오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보면 왜 그들의 사랑이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그들의 사랑을 섬세하게 다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푸는 책이었다면 <파인드 미>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동성애와 이성애 그리고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까지 작가의 세계관을 담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아직은 내가 어려서인지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는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가면서 사랑함에 있어서 나이라는 것이 의미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책 안에 담고 있으니 책을 통해서 확인하길 바란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실한 사랑을 찾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 <파인드 미>였다.

 

 

 

정윤지.jpg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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