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F 소설이 낯선 당신, 이 책을 읽어 보세요! -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글 입력 2020.01.0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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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다. 일년동안 무슨 책을 읽었나, 살펴보니 읽은 책들이 거의 다 비슷비슷했다. 늘 읽는 분야만 계속 읽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내가 글을 너무 편협하게 읽고 있진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없는 분야도 한번쯤 시도해 보아야 하는데. 좋아하는 분야만 자꾸자꾸 파고들려고 하는 것이 좀 문제처럼 느껴졌다.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는 SF나 과학, 수학 영역이다. 나는 놀랍게도 초등학교 때부터 그 쪽엔 소질이 없었다. 공부하며 보게 되는 숫자라고는 연도밖에 없는 학과에 진학해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과학 및 수학과는 완전히 담을 쌓게 되었다. 솔직히, 영화를 고를 때도 SF장르는 우선 배제하고 본다.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관심 밖의 영역이라 그랬다.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특별한 시도를 해 보고 싶었다. 내가 이제까지 읽어 보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읽어 보는 시도. 새로운 장르를 조금이라도 읽어 놓으면, 내년에 내가 더 많은 분야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이 목표를 정해 놓고, 인터넷 도서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몇 권을 읽어 봤다. 나쁘지 않았지만 그다지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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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으론 뭘 고를까,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아트인사이트에서 연락이 왔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어 보는데, SF 책 몇 권을 읽었지만 아직도 SF장르를 잘 모르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앞뒤로 쉬운 설명이 붙어 있는 책의 구성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앞서 설명했듯 나는 과학에 큰 관심이 없고, SF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 너무 전문적으로 나에게 과학 지식을 이야기하거나, 깊은 과학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오히려 이 분야에 대한 흥미를 더 떨어뜨릴 수도 있기에, SF소설이지만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앞설’과 ‘뒷설’엔 그 챕터의 주제가 된 과학 지식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전문 용어가 등장하며 조금 낯선 내용도 있지만, 작가는 나처럼 처음 그 주제를 접하는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개념을 상세하게 풀어 설명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SF 초보들은 소설의 주인공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 소설이 주제로 삼는 개념은 무엇인지, 빠르게 캐치하고 읽어나갈 수 있다.

 

소설은 전부 단편 소설들이다. 평소에는 장편 소설을 읽는 편이지만, SF장르는 처음인지라 단편이 더 부담 없이 느껴졌다. 작가는 과학 지식과 개념들을 아주 재미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

 

여덟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형들의 천국’ 이었다. 인공지능이 생명을 멸종시킨다는, 어찌 보면 조금은 흔할 수도 있는 스토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을 말살시킨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또 다른 인간, 그 둘 사이의 관계가 약간 무섭고, 또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서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그리고 그 인공지능이 보이는 망설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주 신기했는데, 소설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동시에 소설 속 인공지능이 보이는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자의식’ 이라는 키워드로 인간과 인공지능을 다루는 ‘인형들의 천국’은 읽는 순간순간이 약간의 공포와 놀라움, 충격의 연속이었다.


앞서 언급한 ‘인형들의 천국’ 외에도 정말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계몽의 임무’도 흥미롭다. 앞설에서 읽은 설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한 챕터가 끝나고, 또 한 챕터가 끝난다. 돌고 돌아 결말에 도착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SF장르에 관심이 없는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빠져서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 본 것이 참 오랜만이다. SF장르의 책에서는 거의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수다를 떨 때처럼,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된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깊은 과학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만약 나처럼 SF소설과 과학에 지식이 없지만 SF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SF 장르의 좋은 스타터가 될 것 같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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