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별이 빛나는 밤, 그리고 우리 대중문화가 빛났던 2019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12.3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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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엄청났던 한 해였다. 올 한 해 우리의 문화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비주류로 여겨지거나 소외되었던 장르가 다시 주류의 영역으로 들어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고, 다양한 문화가 가진 개성과 특징이 이전보다 훨씬 존중받았다.


대외적으로는 우리의 대중문화적 결실이 세계 무대의 최정상에서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으며,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문화강국’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고 행복했던 2019년, 지금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뽑은 올해의 문화 아이콘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21세기 비틀즈’가 되다 : BTS(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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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뮤즈, 마돈나, 비욘세, 원 디렉션, 에미넴, 스파이스 걸스, 테이크 댓, 퀸, 오아시스, 에드시런. 그리고 BTS는 전세계 팝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을 매진 시킨 12번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는 아시아 인으로서 최초의 입성이자, 단 2회의 공연만으로 총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놀라운 대기록이다.
 
2019년 방탄소년단의 타임라인은 그야말로 ‘월드클래스’ 그 자체였다. 그래미 초청과 빌보드 2관왕, 스타디움 투어와 웸블리 입성, 새 앨범 발매와 빌보드 200 1위, AMA 3관왕까지. 이 모든 성과를 올 한 해 모두 이뤄낸 그들에게 ‘21세기 비틀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BTS가 전 세계 음악 시장에 가져온 가장 놀라운 변화는, 지금까지 서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음악적 권력 구도의 판도를 완벽하게 깨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BTS를 계기로, 이제는 미국의 팝 시장이 우리의 음악과 대중문화 전반에 크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문화 현상이 아닌, 하나의 공고한 ‘브랜드’가 된 방탄소년단, 그들의 내년 행보를 더욱 기대해본다.
 
 
 
2. 2019 젠더 이슈의 정점 : 영화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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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영화라면, 단연 <82년생 김지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며 거대한 사회 이슈의 중심이 되었던 이 작품은 캐스팅부터 크랭크 인, 개봉까지의 과정이 온통 화제의 연속이었다.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을 부각시켜 개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정작 개봉 후 드러난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 김지영을 중심으로 한 주변 남녀 인물들의 성찰과 갈등의 극복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이토록 많은 말들이 또 오갈 수 있을까? <82년생 김지영>은 결국, 영화라는콘텐츠가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끄집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올 한 해 가장 잘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와 생활을 둘러싼 아픈 부분을 이처럼 확실하게 건드려 줄 수 있는 영화가 내년에는 더 활발하게 제작되기를 기대한다.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3. 세대 통합의 가장 좋은 예시가 되다 : 송가인, 유산슬 그리고 트로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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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9년은 중장년층 문화의 전형이라고 여겨지던 트로트 음악이 전 국민의 장르로 재탄생한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이 배출한 스타 ‘송가인’과 국민 MC 유재석의 또다른 부캐(부캐릭터) ‘유산슬’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신세대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던 장윤정, 박현빈의 등장 이후 트로트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트로트는 ‘어른들의 음악’으로 각인되며 촌스러운 느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특히 젊은 세대를 열광케 한 ‘뉴트로’ 트렌드와, 오디션 ‘미스트롯’의 성공은 트로트 부흥의 새로운 신호탄이 되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트로트 신인들이 끊임없이 발굴되고, 세대에 상관없이 전 국민이 트로트의 ‘흥’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트로트처럼 온 세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화 양식이 더욱 많이 재조명되기를 기대해본다.
 
 
 
4. 전세계를 통틀어, 올 한 해 가장 '영화다운 영화'로 인정받다 :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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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 <기생충>은, 그야말로 ‘계획이 다 있었던’ 영화였음에 틀림없다.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이 영화는 우리 영화계에 있어 선물처럼 세계 시장에서 우리 영화의 위상 자체를 드높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대중성과 작품성 어느 하나도 부족한 것 없이 완벽한 작품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적과 세대를 막론하고, 기생충을 본 수많은 관객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빈부’의 문제에 깊이 공감했다. 영화의 전개는 부의 차이가 불러오는 삶의 다름을 극단적이고 때로는 기괴할 정도로 그려냈지만, 그것은 곧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생활밀착형 공포’로 귀결되었다. 결코 넘을 수 없는 ‘계단’의 벽, 그리고 ‘냄새’, 그 모든 영화 속 ‘상징’은 결국 빈부격차의 굴레에 들어 있는 우리 모두를 적나라하게 조망했다.
 
다가오는 2020년, <기생충>은 이제 칸을 넘어 오스카를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수상 여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우리 영화의 지난 100년을 종지부 찍고, 새로운 100년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우리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5. 혜성처럼 등장한 전 국민의 힐링 비타민 : 펭수(Peng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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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영혼이 없어 보이는 듯한 눈동자, 지방으로 가득 채워진 배, 거대한 덩치와 부드러운 털, 10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걸걸한 목소리. 바로 2019년 대한민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국민 펭귄 ‘펭수’의 첫 인상이었다. 당초 초등학교 고학년을 타겟으로 기획된 EBS의 캐릭터 펭수는, 의도와 달리 2030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심상치 않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소속사인 EBS 사장님을 자신의 ‘물주’라고 소개하며 실명 세 글자를 당당히 말하다가도, 삶이 힘들다는 사람들에게는 10살의 인생 철학이 담긴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펭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그대로 담고 있다. 즉, 펭수라는 캐릭터는 매사에 솔직하고 싶은 2030들의 ‘대리만족’과 맞닿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국민을 아우르는 펭수의 인기에 이제는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펭수는 중화권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BBC에서는 펭수에 대한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BTS만큼 영향력 있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펭수의 포부가, 어쩐지 이제는 꽤나 현실성 있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2020년, 펭수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소속사 라이벌 선배 ‘뽀로로’를 이기기 위해 남극에서 건너왔다는 펭수, 과연 어디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눈치 챙기’면서 펭수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보기로 한다. 그럼 2019년, 펭-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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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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