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톡톡"이 선사하는 코미디의 힘

사회에 대한 유쾌한 저항, 코미디
글 입력 2019.12.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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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웬만하면 코미디 장르를 잘 보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는 상황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웃음은 불쾌함 만을 남길 뿐이었다. 게다가 그 앞에 ‘힐링’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더더욱 사절이다.


어느 순간부터 ‘힐링’이라는 단어를 곳곳에서 남발하기 시작하면서 그 단어의 의미가 가벼워진 탓이다. 적어도 내가 봤던 힐링 코미디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 연극, 드라마들은 웃기지 않거나, 웃기더라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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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연극 <톡톡>이 강박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채택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연극을 보러 굳이 주말에 시간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공연장에 들어갈 때까지도 과연 이 ‘힐링 코미디’를 즐겁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 ‘힐링 코미디’라는 말은 이 연극을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문구였음을 알았다.

 

연극 <톡톡>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소에서 진행이 된다. 그곳은 바로 강박증 치료 의사인 스탠 박사의 병원 대기실이다. 여섯 인물들은 자신의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해 스탠 박사를 찾아 그곳으로 모인다.


뚜렛 증후군, 계산벽, 질병공포증, 확인 강박증, 동어반복증, 대칭 강박증. 우리에게 익숙한 강박증부터 이름조차도 생소한 강박증까지 여섯 인물 모두 각기 다른 강박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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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그들 모두 서로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을 사이이지만, 한 공간에 모이게 되며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처음에는 그들조차도 서로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나는 그래도 이 사람보다는 낫지’, ‘나는 이렇게까지는 미치지 않았어’라고 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타자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스탠 박사를 기다리며 게임을 하고 서로 대화를 하며 서로를 차츰 이해하게 된다. 각자가 가진 강박증을 관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차츰 서로를 애정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스탠 박사가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그들은 급기야 그룹 치료를 하기 시작한다. 극의 초반에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룹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낸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항상 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아왔던 터라,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증상을 내보이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대화와 게임을 통해 서로를 충분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기꺼이 그룹 치료에 도전을 한다. 사실 대화와 게임조차도 그룹치료의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동어 반복 증인 릴리를 제외하고서는 그들의 증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게 언급되지 않는다. 사실 실제로 강박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연극 <톡톡>에서는 강박증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극복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타인에 관심을 돌렸을 때, 비로소 자신의 증상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내가 나의 감옥이다' 라는 시구를 떠올렸다. 크고 작은 강박증의 증상은 어쩌면 모두 내가 오직 '나'에게 너무 얽매여 있는 탓에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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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물이 자신의 증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타인의 치료 가능성을 함께 찾아주고 기뻐하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대, 특히 마이너리티들의 연대는 각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이루어진다. 여섯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대를 실천하게 된 것이다.

 

연극 <톡톡>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지점 중 하나는 어떤 누구도 희화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미디라는 장르는 웃음을 주조로 하여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 있게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복적인 힘을 가진 장르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장르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편견을 재생산하는 주체로서 기능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며 코미디는 그 본연의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 또한 코미디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연극 <톡톡>은 강박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떤 누구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강박증을 가진 인물들에게 애정의 시선을 던지도록 하며, 기존의 사회적 편견과 시각을 반성하도록 한다. 때로는 저항에도 어떠한 유쾌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코미디가 마땅히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연장을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어떠한 불편함 없이 크게 한바탕 웃은 후에 찾아오는 시원함은 정말 달콤했다. 연극 <톡톡>을 통해 한 해 동안 묵혀두었던 감정들을 웃음과 함께 날려버리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톡톡

- 대학로 대표 힐링 코미디 연극 -



일자 : 2019.11.21 ~ 2020.02.09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월 쉼

 

*

12월 매주 금요일 4시, 8시 공연

01.24(금)/25(토)/26(일) 3시, 6시

01.27(월) 4시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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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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