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대주에서 골칫덩어리로, 아쉬움 가득했던 영화 "캣츠"

글 입력 2019.12.2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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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연말이면 극장에 대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할리우드가 내놓은 연말 기대작은 세계 4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캣츠>. 뮤지컬 <캣츠>는 1997년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기록했으며 '고양이들의 이야기'라는 참신한 소재로 오랜 기간 사랑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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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작의 명성과 관객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영화 <캣츠>는 관객과 평론가의 차디찬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 <캣츠>, 무엇이 문제인 걸까? 혹평의 원인을 분석해 봤다.
 
 

사람이야 고양이야? 불쾌한 골짜기 유발하는 분장 논란

 

영화 <캣츠>는 톰 후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내놓은 이력이 있고, <대니쉬 걸>로 '할리우드 필름 어워즈 감독상'을 수상했기에 <캣츠>의 작품성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하지만 예고편이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모습과 닮을수록 호감도가 증가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서면 오히려 강한 불쾌감이 생기게 된다는 뜻으로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 등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언급할 때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영화 <캣츠>의 분장은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분장'의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양이 털가죽, 귀와 꼬리 모두 사실적으로 CG 처리했다. 그러나 손과 발, 얼굴은 인간에 가까워 관객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유발한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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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에서도 배우들은 온통 털로 뒤덮인 의상을 입고 공연한다.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굴 분장이다. 영화는 CG 작업을 통해 원작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사실성까지 부여하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과감히 표현되지 않은 분장이 오히려 어색함을 남겼다.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배우를 대거 섭외했기 때문에 이들의 얼굴을 어떻게든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막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욕심이 영화의 완성도를 낮춘 것은 분명하다.
 
일부 관객은 비주얼이 아쉬운 나머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톰 후퍼 감독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들의 퍼포먼스는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동물 실사화, 애니메이션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무용 동작들이 상당 부분 들어있기 때문에 '사람' 배우를 빼놓고 연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비주얼 논란으로 가려진 퍼포먼스는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실망스러운 연출에 하품 나오는 관객들

 

대부분의 혹평은 기괴한 고양이 분장을 향해 있다. 하지만 <캣츠>의 문제는 비주얼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연출이다.

<캣츠>는 뮤지컬 중에서도 공연이 전부 노래로 진행되는 송스루(Song Through) 장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채워지는 송스루 뮤지컬은 뮤지컬 영화에서도 주된 장르가 아니기에 꽤 도전적인 시도다.

하지만 송스루 장르 자체가 변명이 될 수 없다. 대사 없이 시종일관 노래가 이어지는 것은 영화 <레미제라블>도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레미제라블>은 혁명이라는 큰 사건과 장 발장이라는 캐릭터가 핵심 서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캣츠>는 우화 시집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뚜렷한 서사가 없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축제와 젤리클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알아가는 것이 전부다. 현시대의 영화는 복잡하면서도 탄탄한 서사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마주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흥행에 상당한 요소를 차지하는 '영화'로 작품화를 선택한 만큼, 원작에 대한 감독만의 재해석이 더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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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루하게 반복되는 카메라 구도와 캐릭터 비율에 맞지 않은 배경 작업을 보면 작품성을 인정받은 감독이 연출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뮤지컬 <캣츠>는 고양이들의 개성과 퍼포먼스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대장치 변화가 적다.

감독이 서사적인 부분에서 원작 고증을 확실히 하기로 결정했다면, 미장센에서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클로즈업(근접 촬영)과 풀 숏(인물이나 배경 전체가 들어가도록 설정된 화면)이 같은 구도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시각적으로 단조로웠다.
 
무대를 영상으로 옮길 때의 장점은 확실하다. 표현에 한계가 있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관객에게 보다 쉽게 판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캣츠>는 이러한 부분에서조차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화려한 배경은 분명 볼거리였지만, 고양이의 체구와 배경의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CG 효과는 무성의한 연출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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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단점이 보이는 영화가 감독과 원작의 명성에 기대 스크린을 독차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관객들은 이제 '흥행 성수기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극장에 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

영화계, 특히 할리우드는 유명 감독과 원작에 숟가락만 얹는 식의 영화 제작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관객의 영화 선택을 제한하는 스크린독점 역시 사라져야 할 때다.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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