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12.25 01: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학창시절 미술사 수업을 들으며 ‘이걸 배워서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쓰지?’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작품의 이름과 작가를 외우는 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필요한 것인가.


그때의 나는 예술이 사회의 영향을 받지만 반대로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의 상을 담은 수많은 예술작품을 배우고 그것이 미술계에서 지니는 의의를 배웠지, 그 의의가 미술계를 넘어 세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movie_image61GWSLSW.jpg

 

 

그러던 중 영화 <옥자>(2017)가 개봉하자 채식을 결심하거나, 육식을 줄이는 이들이 생긴 것을 보고 예술은 마냥 감상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실마리가 보였다.


다른 예로 나는 장애인과 그들의 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좋은 삶》에서 지진 발생 시 장애인들의 대피 문제에 관련된 영상작품을 본 후 나의 무지에 대해 충격을 받았었다. 분명히 존재하는 이들이지만 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왜 보이지 않는지 생각해보니 내가 돌아다니던 건축물은 입구부터 휠체어에 부적합했고, 가는 곳마다 보이는 대형 영화관 중 청각장애인의 존재를 고려하여 자막과 함께 상영하는 곳은 극히 드물었으며, ATM기에는 시각장애인용 음성 서비스가 있지만 그들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끊겨 있었다. 그렇게 그 작품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당연히 나라는 개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회가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전과 달리 장애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으며 어떤 것(글, 전시, 제도, 무엇이든)을 만들 때나 발언을 할 때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지금 당장 그 효력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사회는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한 사람부터 달라진다면 그 변화가 옮겨갈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예술은 그 한 사람을 달라지게 할 힘이 있다. 즉 “예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는 “예술은 사람을, 그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로 옮겨가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행동으로 옮겨지는가인데, 나는 이것이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사람의 행동으로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것이 당장 시위나 운동과 같은 큰 움직임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

 

결국 세상의 변화는 인간이 이끌어 내는 것으로, 인간이 ‘예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면 정말 그렇게 흘러갈 위험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자. 우리의 생각은 기꺼이 예술로 바뀔 준비가 되었는가?

 


[안루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