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에서의 멀티맨을 아시나요? [사람]

멀티맨이 되고픈, 하지만 쉽지 않은
글 입력 2019.12.2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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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의 "멀티맨"이라는 역할이 있다. 멀티맨이란 한 사람이 다수의 역할을 맡는 즉 다역을 연기하는 인물인데 공연에서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때로는 이 사람, 때로는 저 사람이 되어 하나의 몸으로 여러 사람이 되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내는데 어떨 때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 역할 중 하나이다.


 

이제는 영화로도 나와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지만 뮤지컬로 더 유명한 "김종욱 찾기"에서는 20역이 넘는 다역을 한 배우가 나와 열연한다. 김종욱 찾기 같은 경우에는 멀티맨의 시초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이 공연을 통해 1인 다역 배우가 좀 더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멀티맨1.JPG

김종욱 찾기에서

멀티맨 역할을 맡았던 "정상훈" 배우

 지금은 칭다오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이처럼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이

멀티맨 역할을 소화한다

 

 

공연에서의 "멀티맨"처럼 나도 멀티맨이 되기를 꿈꾼다. 이는 커다란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이것도 잘 하고 싶고 저것도 잘 하고 싶은 나의 소망이기도 하다. 아니면 한 가지 일을 할 때 다른 일도 같이 하면서 "완벽한 일처리"를 원하곤 한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를 하면서 글을 쓴다든지, 영어 단어를 보면서 다른일을 하거나 이런 일이 아니라면 정말 가볍게는 이를 닦으면서 머리를 말린다든지 등의 일이 있다.

 

 

멀티태스킹여자.jpg

완벽히 내 생각을 구현해내고 있는 여자의 모습

 

 

그렇지만 위에서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멀티태스킹 하는 나에게서는 항상 실수를 범한 게 된다. 간단한 일례로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를 닦으면서 머리를 말리다가 무거운 헤어드라이기를 놓쳐 발에 떨어뜨리고 드라이기를 망가지게 한다던가, 이를 닦으면서 책을 보게 되더라도 책에 꼭 입에 있는 치약을 떨어뜨려 내가 아끼는 책에 주름이 가게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웃기는 상황으로는 한 번은 여러 일들이 겹쳐 미친 듯이 몸이 피곤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내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였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예전에 전래동화에서 나온 쥐가 손톱을 먹고 그 사람으로 둔갑했던 동화가 떠올라 밤에 손톱을 깎아 살포시 서랍장 위에 올려놓은 적이 있다.


그 손톱을 본 엄마는 더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다시금 내게 되물었는데 나는 이 전래동화 이야기를 하며 누가 나 대신의 여러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기에 이랬다 하니 엄마는 어이없어하면서도 기가 차 웃었던 적이 있다. 이처럼 멀티맨의 역할을 해 줄 쥐(?)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아 여러일에서 방황하던 나는 일단 한 가지의 목표에 집중을 하고 그다음으로 차근차근 다시금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것은 내가 여러 가지에 집착을 해서 실수를 더욱 많이 하게 되고 내 정신건강에 해가 되는 느낌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래! 그냥 한 가지를 해서 실수를 줄여보자."하며 다시금 다짐을 했던 순간이 있었다.

 

 

실수.jpg

그래! 오늘은 실수를 줄여보겠어!

 

 

나는 실수가 많은 사람이라 멀티태스킹이 좀 더 힘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마저도 한 가지의 결점이 있기는 마련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남이 못할 수도 내가 못하는 것을 남이 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한꺼번에 완벽하게 끝내려고 하는 건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멀티맨으로 변신하는 게 쉬운 일인 사람이 부럽기도 하지만 멀티맨이 되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삐끗하기 십상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또 기대해본다. 내일은 이걸 하고, 여길 갔다가, 마무리로 이렇게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것도 잘 알기에 또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그냥 이것 하나를 완벽하게 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끝마무리한다면 다음날의 내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채로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멀티태스킹의 완전체인 나를 꿈꾸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큰 자책감을 가지거나 하진 않는다. 왜냐면 온전히 하나에 집중한 나의 하루하루가 쌓여서 어찌 됐든 나란 사람을 완성시켜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에 집중한 나머지 무언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다면 과감히 여러 개 중 한 가지에 몰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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