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봉오동전투"는 독립영화가 아닌 이유 [영화]

독립영화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글 입력 2019.12.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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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벌새> 같은 독립영화요.”라 했더니, “아, 저 <봉오동 전투> 되게 재밌게 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와 그저 웃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독립영화’를 ‘대한독립’을 주제로 한 영화로 오해를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독립영화에 대한 오해는 적지 않게 일어난다. 둘 다 같은 단어, 같은 한자(獨立)를 공유해서일까. 그보다는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으로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앞서 언급한 이름 모를 이들의 대화는 필자 역시 겪어본 터이다. 웃으면서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설명은 했지만 답답함은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독립영화의 오해를 한 꺼풀 벗겨내고자 한다. <봉오동 전투>가 독립영화가 아니라면 무엇이 독립영화인가? 그리고 어디서 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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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새>(2019) 스틸컷

 

 

 

그 독립 말고: 독립영화의 독립


 

 

우선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영화사전에는 독립영화를 ‘상업영화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제작되는 영화의 총칭’으로 기술되어있다. 이때 ‘독립’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상업영화의 지배적인 내러티브로부터의 독립이 포함된다. 후자의 독립도 결국 전자와 연결되는데, 상업영화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마케팅의 관점에서 유리한 내러티브를 지닌다면 독립영화는 제작자나 감독의 주제 의식을 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추상적인 개념 정의는 끝내고 예를 들어보자면 <워낭소리>(2008)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가 있다. 두 작품 모두 대표적인 한국의 다큐멘터리로, 보기 드물게 대중적으로 흥행한 독립영화로 볼 수 있다. 독립영화는 사실상 관객 수가 10만이 넘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독립영화가 독립영화로 불리지 못하는 실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씨네 21’ 1220호에 실린 송경원 기자의 ‘한국 독립예술영화 시장 10년’을 보면 독립영화의 정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열악한 현실과 연결된다.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다양성 영화’라는 용어 안에 독립, 예술, 다큐멘터리, 저예산 영화들을 포괄하여 적용하였다. 이들은 모두 각각의 영역이지만 다양성 영화라는 시장 안에 묶이게 되고 내부 경쟁이 일어나는 결과가 일어났다. 즉 다양성 영화 내에서 흥행작들은 지원되고 그 외의 영화들은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독립영화의 제작이 아닌, 배급과 상영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영화관에 독립영화가 상영되기 힘들어지고, 대중들에게 독립영화의 존재는 가려졌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독립영화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고는 한다.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제작자나 감독의 주제 의식을 표출하는’ 것이라 어렵거나 모호하거나, 너무 예술적이라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자. 한국 상업영화에서 범죄, 재난, 코믹, 액션 등 일상을 탈피하는 이야기를 주로 볼 수 있다면, 독립영화는 다들 한 번씩 느꼈던(또는 모르고 지나쳤던) 일상의 감각을 논한다.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2017)는 서울 집값에 놀라 내뱉었던 우리의 한숨을, 이옥섭 감독의 <메기>(2019)는 주변 사람들을 의심해봤던 눈길을,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는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와 성장을 풀어낸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임선애 감독의 <69세>(2019)는 어디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노인의 성폭행에 대해 다루었다.

 

이런 독립영화는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상영관 수는 매우 적다. 대형 영화관에서 드물게 상영할뿐더러, 독립영화 전용 영화관은 서울에 주로 밀집되어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많은 이들이 독립영화를 찾는다면 그 상영관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로 독립영화관이라고 하여 모든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아니기에, 본인이 보고 싶은 영화를 먼저 선택하고 그에 맞는 지역 상영관을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독립영화관’, ‘인디영화관’ 등 검색했을 시 나오는 영화관이 다를 정도로 인터넷상으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


필자가 정리한 서울의 독립영화관 구글맵 이미지를 첨부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 곳들은 모두 대형 영화관과 다른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가 특히 주목 받은 2019년이 가기 전에 독립영화관을 방문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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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독립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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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루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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