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싸이월드와 비슷한 향수가 느껴지는 'An usual 5호' - 그들이 쓰고 그려낸 '발라드'에 대해

글 입력 2019.12.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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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라고 하면 다들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지 궁금하다.

 

일단 나는 사랑놀음, 감정호소창법 정도의 단어들이 연상되며 조금은 촌스럽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스마트폰의 음악플레이리스트에는 절대 추가하지 않는, 그렇지만 일상 속 노래방에 가면 한번은 부르게 되는, 발라드와는 그렇게 괴상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매거진 언유주얼에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문장을 만났다. 그러니까, 사실 제목에서부터 일명 ‘팩트폭행’을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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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애창곡은 발라드’

 

 

완전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은가. 나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노래방 애창곡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일절 없다는 배타적인 특성이 있다. 그래서일까. 잡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지 처음부터 분명하게 느껴졌고 더 궁금해졌다.

 

*

 

그리고 책장을 펼쳐 만난 수없이 많은 구절들과 글들은 발라드라는 요소 하나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게 가능하다며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다소 ‘촌스러운’, ‘2000년대 감성’과 같은 키워드들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따라다니는 ‘발라드’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읽다 보면 적어도 한국인에게서는 결국 발라드는 뗄 수 없는 존재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발라드와 관련한 글들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짧은 단편 소설들 또한 여러 편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갔다 온 홍콩여행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3년전 홍콩으로 여행을 갔을 적, 문화예술과 관련한 명소는 꼭 가야 한다며 친구와 어렵사리 길을 찾아 도착했던 한 복합문화공간이 있었다. 그 때도 그 곳은 경찰청과 감옥이 개조된 복합문화공간이라기에 색다르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면을 넘어선 진가를 놀랍게도 3년이 지난 지금 이번 잡지를 읽다가 알 수 있었다.

 

그 곳은 10년간의 리노베이션 과정 끝에 탄생한 곳이었으며 감옥으로 쓰였을 때는 한 때, 베트남의 아버지 ‘호치민’이 피를 토하며 투옥되었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곤 잠시 멍을 때렸다.

 

나름의 조사를 통해 의미 있는 여행을 했다고 자부했었는데 잠시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명소의 탄생과 역사에 관련된 유의미한 사실을 무려 3년이 지난 지금 우연히 만난 잡지를 통해 알고 기억을 리뉴얼하게 됐으니, 살짝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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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해당 공간에 참여한 주인공이 나오는 짧은 소설이 잡지의 첫 단편 소설로 등장한다. 작가 ‘김연수’님의 글로 나는 소설의 서두에서부터 부끄러운 순간을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인상 깊게 읽었던 나로서는 작가님의 글을 정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두에서 안 사실덕분에 개인적으로 더 몰입하게 되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치 소설이지만 실존인물이 마치 자신이 겪은 경험담인냥 느껴지는 짧은 글의 힘은 시공간을 무시하고 읽을 만큼 강렬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기를’이란 제목의 이 글이 주는 짧지만 강렬한 무언가를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란다. 덧붙여 제목처럼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바람이 불어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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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요약하자면, 발라드라는 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많은 소설, 그림, 에세이, 사진, 그 외 아트들이 이 잡지에 담겨있다.

 

발라드라는 뻔했던 키워드가 책장을 덮을 쯤이면 뻔하지 않은 키워드로 다가온다. 평범하고 보편적이고 뻔해서 싫다지만, 그래서 늘 함께하는 ‘발라드’의 동전 앞 뒷면 같은 모습을 이번 호에서 속속들이 들춰낸다.

 

덧붙여, 발라드의 진면목을 파헤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글인 만큼 발라드를 이야기하는 글과 그림에는 그리웠던 2000년대의 감성과 체취가 묻어있다.

 

특히 ‘발라드에서 찾은 영속하는 브랜드의 비밀’ 이라는 글과 ‘The first generation’이라는 소설에서 그 잔향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글을 읽다보면 마치 요즘 2030세대가 싸이월드 감성을 그리워하는 것과 맥락이 비슷한 느낌이 난달까.

 

막혀버린 싸이월드에 아직까지도 가끔 로그인을 해보는 나 또한 이번 잡지를 읽으면서 반가운 감정을 많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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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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