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키오스크에 대한 생각 [문화 전반]

키오스크, 쉽게 이용하고 있나요?
글 입력 2019.12.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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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kiosk): 업무의 무인 · 자동화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

 

 

“카드 결제는 옆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해주세요.”

 

얼마전 카페에서 점원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조금 당황했다. 카페에 들어올 때 미처 키오스크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키오스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가장 컸다. 테이블이 열 개도 채 있지 않은 작은 카페에 키오스크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뭐 어른들의 사정이겠거니 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할 일을 시작했다. 카페의 잔잔한 음악 소리와 내가 키보드 치는 소리만 울리던 카페의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녀가 들어왔다. 어디에 앉을지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정한 그들은 계산대로 향했다. 남성이 휴대폰 카드지갑 케이스에서 카드를 꺼내며 어떤 음료를 마실지 여성에게 물었을 때, 건너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점원이 말했다.

 

“카드 결제 시면 옆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해주세요.”

 

남자는 점원에게 다시 되물었고, 점원은 계산대에서는 현금과 쿠폰 사용 밖에 못한다고 대답했다.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키오스크로 간 남녀는 이것저것 눌러보며 한참을 앞에 서있었다.

 

“모르시는 것 있으면 저 불러주세요.”

 

그들이 헤맨다고 생각하는지 점원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여성은 점원을 부르려는 눈치였지만 입을 꾹 다물고 계속 남성은 마침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을 성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상황을 이렇게 잘 기억하냐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하나둘 키오스크로 주문 방식을 바꾸고 있는 요즘, ‘요즘 사람’인 나도 가끔 너무나 형편없는 UI의 키오스크를 만날 때면 헤매곤 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저 사람들이 과연 키오스크로 주문을 잘 할 수 있을지.

 

내가 카페에 온 시간이 낮 시간대라 그런지, 키오스크로 주문을 성공한 첫 번째 손님 이후로도 중년의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그들을 관찰했다.

 

대부분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대처하는 손님들의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일찌감치 점원을 불러 도움을 받는 손님, 오랜 시간 끝에 주문을 성공하는 손님, 메뉴를 잘못 눌렀는지 음료가 나온 뒤에 이걸 주문한 게 아니라고 불만을 표하는 손님, 어차피 지금 하는 것도 없으면서 사람이 주문받으면 안되냐고 점원에게 화를 내는 손님, 혹은 젊은 일행이 먼저 나서서 주문을 하기도 했다.

 

반면에 그들 사이에 이따금씩 오는 젊은 손님들은 꽤 능숙하게 키오스크를 다루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어느 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의 엄마를 기억한다. 사용설명서도 들어있지 않다며 나를 찾아온 엄마를 붙잡고 나는 전화 거는 방법, 문자 보내는 방법 등을 가르쳐 드렸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지만 엄마는 여전히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나에게 사용법을 물어보신다. 나는 그때마다 ‘요즘은 스스로 배워야 해. 엄마도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다 눌러봐’라고 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뒤처지지 않게 부지런히 공부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최근까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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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카페에서의 일 이후,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엄마가 스스로 해 보길 권해왔을까? 내가 그동안 본 것들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금요일 저녁, 미리 좌석을 예매하지 못해 입석으로 기차에 서서 가는 할머니, 주문받는 점원 한 명 없이 키오스크가 나란히 서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바삐 음식을 준비하는 점원들을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이던 아저씨, 단 커피를 주문하려면 어떤 걸 눌러야 하냐고 나에게 묻던 할아버지.

 

어쩌면 내가 없는 상황에서, 엄마가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카페에서 평소 먹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수 있었을까? 멋쩍은 표정을 짓다가 주문을 포기할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 자기 전 나에게 말할 것이다. ‘혜정아, 엄마 다음에 카페에서 주문하는 법 좀 알려주라’

 

그나마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병원도, 기차도, 버스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아주 많은 곳에 키오스크가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 판국에, 동시에 디지털 기계와 자라온 2,30대도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한다는 기사가 나는 지금 ‘디지털 소외 계층’은 끝도 없이 구석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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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 점점 젊은 사람들이 없어질 텐데 이렇게 계속 기술은 진보하고 언젠가 나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오겠지. 우리 엄마는 내가 가르쳐 주면 되지만 결혼도, 아이도 생각 없는 나는 어떻게 될까.

 

다가올 2020년은 초등학교 시절 과학 상상 대회 때 친구들이 그린 그림처럼, 사람들은 우주를 자유롭게 오가 지도,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않는다. 그 당시 나는 친구들이 그린 그림이 무서웠다. 정말 저런 세상이 올까? 하늘에서 자동차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며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상상의 2020년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술'이라는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정말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있는 걸까?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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