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혹하는 문장 - 문장의 일

글을 쓰면서 느낀 것들과 문장의 일
글 입력 2019.12.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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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직접적으로 ‘글’이라는 것을 써보게 된 건 6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글이라는 것에 대한 자의식도 없었지만 무언가를 공부해가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내가 내 글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을 크게 요약해보자면 한 가지였다. 문장이 세련되지 않았고, 문장과 문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미나 문장의 끝을 조금씩 바꿔보기도 하고 단어를 똑똑해 보이는 것들로 수정해보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내 문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런 고민은 대학교에 와서 무수히 많은 글들을 쓰면서도 이어졌다.

 

글과 문장에 관련된 글들을 많이 읽어보았다. 대부분의 책들은 비슷해 보이는 명제들을 나열했다. ‘글은 깔끔해야 한다.’ 혹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등의 것들. 읽어갈 때에는 설득이 되는 듯도 했지만 사실 글을 쓰면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사람은 착해야 한다’ 혹은 ‘솔직해야 한다’ 등등의 윤리적 명제를 읽어도 그렇게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던 감각과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은 색달랐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좋은 글을 쓰는 방법과 명제’를 나열하는 글과는 달랐다.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혹은 더 들어가서 어떤 것이 독자에게 있어 좋은 문장인지를 결정해갔다. 그리고 그 결정의 과정에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4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문제는 좋은 문장을 쓰는 법에 있다. 그러려면 무엇이 좋은 문장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지금껏 내가 논의에서 쫓아냈던 요소, 즉 ‘내용’이라는 요소가 맹렬히 복귀하는 지점에 온 것이다.” 이 문장에서 볼 수 있듯 책의 앞부분에서는 글의 내용, 혹은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큰 관심분야가 아니다.

 

그 문장을 담고 있는 문장이라는 형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문장, 좋은 문장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 그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이것은 모종의 윤리적인 문제와도 동떨어진 것이며 정치적인 문제와도 떨어져있다. 글의 형식 자체가 갖는 힘에 대해서 집중하는 책을 처음 읽어봤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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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좋은 문장의 조건 중 몇몇은 다음과 같다. “내용 전달, 즉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이면서도 황홀하게 전달하는 일”, “나쁜 문장 – 삐걱거리는 문장, 어설픈 문장, 과장이 심하거나 너무 느슨해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문장 – 이라 해도 오히려 좋은 문장이 될 수 있다.”

 

글을 잘쓰는 방법에 대해 설파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른 점이 이것이다. 이 책은 완벽한 문장, 혹은 완벽한 내용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문장’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문장이다. 그것은 완벽한 형태를 취할 필요도, 혹은 완벽히 옳은 내용을 포함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든 매력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 매력적인 문장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고있는 것만 해도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일 것이다.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은 무엇이 사람을 유혹할 수 있는 문장인지 분석하고 힌트를 준다. 이 책이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고민을 일부분 해결해줄 수 있었던 이유다. 현대에는 누구나 매력적인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혹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견해나 생각을 설득할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


지은이
스탠리 피시

옮긴이 : 오수원

출판사 : 윌북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72쪽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242-6 (03800)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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