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옥휘철

글 입력 2019.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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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색이 느껴질까 궁금했었던 가까운 사람이다. 나랑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의 특색은 대략 알고 있지만, 그리면 어떤 느낌이 날지 궁금한 사람은 그 중에 있다. 신기해서 알아가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의 전부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림을 그리면 조금이라도 느낌을 알 수 있으니까. 이번에 관찰하고 오일 파스텔을 드니까 좀 알겠다.

 

<화가와 모델>을 진행하면 모델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보거나, 보지 않거나. 이번 모델은 후자였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데 보지도 않고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왜 내 그림 그리는 걸 안봐? 모델하고 싶어했고, 그림도 궁금해 했었잖아."

"궁금하긴 한데, 그림에 관여될까봐."

 

받아본 적이 없는 배려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배려를 가끔씩 받고는 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몇 수 앞을 볼 수 있는 거지? 보는 시야가 넓고 큰 사람이었다. 도시에 여러 관점을 생각하는 게 신기했다. 배려심이 많지만, 그만큼 머리 아프기도 하겠다.

 

전체적으로 짙은 남색이 느껴졌다. 남색은 보통 영리함을 뜻하는데. 그래서 찾는 사람이 않은 건가 싶기도 했다. 실제로 똑똑하기도 하고. 분위기는 남색인데 모델은 자주색과 밝은 노란색처럼 밝은 색들을 갖고 있었다. 머리 부분은 자주색으로, 얼굴은 노란 빛과 주황색 등 다양한 색으로 표현했다. 배경 하단은 청색으로 표현했다. 난로 때문에 상기된 볼을 표현하고 싶어서 붉은 색을 칠했다. 눈과 코, 볼까지 그리고 나서 그 이하는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백으로 남겼다. 짙은 남색 배경에서 소년미(?) 소년스러움이 느껴졌다.

 

"피사체로는 오랜만이야. 묘해."

"왜?"

"보통은 내가 남을 많이 찍어주니까. 내가 그 대상이 되는 일은 잘 없거든."

"그림은 어때?"

"생각보다 밝네. 나는 나 스스로가 침전되는 느낌이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블랙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런 이미지가 되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림이 생각보다 밝네. 나는 남이 보는 내 모습에 신경을 잘 안쓰는 편이긴 한데.."

 

모델은 오랫동안 그림을 지켜보았다. 나는 내가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고,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눈이 그림에 머물렀다. 뭐라고 해야할까. 상대의 머무르는 시선 끝에는 내가 그린 그림이 있는 그 기분. 직접 그린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명확히 존재하고 있었다.



옥님045.jpg

 


의미 있는 신체 부위를 물으니 '눈'이라고 했다. 이목구비가 진하기도 하고 눈 색이 옅어서 외국인이라고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좋다고 했다. 사실 자신있는 부위는 엉덩이인데, 이쁘다고 생각하는 건 눈이라고 했다. 엉덩이보다 눈이 더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눈을 그리려고 했는데, 그리기가 어려웠다. 이상하게 눈은 흑백 느낌이 강했다. 눈은 무채색이었다. 이 색깔이 본인이 추구하려던 느낌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아무리 무채색으로 그려도 느낌이 살지 않고, 내가 사용하던 색을 다양하게 써서 채색해도 깊은 느낌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 번이나 그림을 찢었다. 펜선으로 그리다가 찢어버리고, 색으로도 칠하다가 찢어버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을 그리는 건 포기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도전해야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명언을 하기도 하고, 작은 일에 짜증이 나기 보다는 더 미래의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화할 때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말이 나와서 항상 새롭고 재미있다. 대화가 매번 기대되기도 하고. 이 사람의 눈이 되고 싶지만 될 수가 없으니, 내 눈에서 최대한 따라가 봐야지.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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