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끔은 이러한 말들로 위안를 얻는다. 도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
글 입력 2019.11.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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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

 

- P. 14-15

 

 

제목부터가 평생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너무 힘이 되는 말 아닌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겉표지의 그림에 반했었다. 여느 인터넷서점의 도서추천 카테고리에 소개된 이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책의 제목과 그에 걸맞는 소박하고도 차분하게 사람을 이끄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 무척 인상 깊었다.

 

더욱 놀라웠던 건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멋진 그림을 그린 분이 과거 시대의 유명한 화가도 아니고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이름있는 화가도 아닐뿐더러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림을 전공한 적 없는 한적한 시골의 모지스라는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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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 전체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그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전시하게 되기까지의 일생을 들려주는 형식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더없이 사랑해주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과 12살까지 그녀는 걱정 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그녀의 아버지는 떼쓰는 어린 시절의 그녀를 한 번도 무섭게 혼을 낸 적이 없다. 그저 사랑으로 다독이고, 이야기하며 그녀를 귀여워할 뿐이다. 아마 이건 나중에 그녀가 성인이 되어 자식을 키울 때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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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식은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에게 따뜻함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내재할 수 있게끔 했던 방식인 듯하다. 가만 보면, 그녀의 그림솜씨는 그녀를 많이 아껴주었던 아버지의 재능을 닮은 듯하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와 가족들에게 보여준 짧은 찰나의 그림을 설명하는 걸 보면 그녀의 능력은 그냥 생긴 게 아닌 듯싶다.

 

또한, 그림을 보다 보면 시대의 변화도 알 수 있다. 마차와 말이 기준이 되어 시골농장이 전부였던 시대는 어느새 자동차가 생겨나고 그것으로 더는 목적지에 시간을 지체하여 돌아가지 않게 된다. 우리의 옛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모지스 할머니때의 그 시대에도 부부 사이의 애정표현은 조금 서툰감 안에 깊은 사랑이 존재한 듯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래 한 번도 그림에 대해 이렇다 할 표현을 하지 않았던 모지스 할머니의 남편 토마스는 이내 그녀의 곁을 떠나기 전 그동안 못다 한 표현들을 한다. 내색하진 않아도 사실은 그녀가 그리는 그림을 무척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하며 자신이 떠나면 남겨질 할머니에 대해 걱정을 한다.

 

가만히 얘기를 듣던 할머니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여전히 잘 지내왔다는 말로 남편의 걱정을 덜어주려 하지만 이내 남편 토마스의 말이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너무 담담한 듯 절절하게 표현한다.

      
  

“만약에 이승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당신을 보살필 거예요.” - 토마스

 

“나는 미신을 믿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힘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잘 모르다가도 막상 붓을 잡으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건 토마스가 도와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늘 생각합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이가 돌아와 날 돌봐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모지스

 

 

할머니와 남편 토마스의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한 그들의 대화는 지금 생각해도 많이 뭉클하다. 더이상 함께 할 순 없지만, 날 위해 응원하고 지켜주는 또 하나의 존재로 생각한다면 그만큼 좀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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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덮인 다리 (1818년)

 

 

모지스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순전히 더는 손가락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이었다. 책에 쓰여있던 민간요법으로 통증은 가셨지만, 관절이 뻣뻣해진 증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그녀의 동생이 털실로 수놓은 그림들을 보곤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예쁘고 빠를 것이라는 말에 바늘을 내려놓고 소일거리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지스 할머니의 소중한 그림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책에 있는 할머니의 “지붕 덮은 다리” 라는 털실로 수를 놓은 그림은 정말 그 재료가 털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무척 섬세하다. 아마 모지스 할머니에겐 도구의 차이일 뿐, 이미 그녀는 그녀도 알지 못한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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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갖고 꼼꼼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게 된 할머니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린다. 일상과도 같던 붓의 놀림으로 어느덧 하나둘 늘어가던 그림은 그녀가 직접 만든 잼과 함께 축제에서 전시를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을 지나던 뉴욕의 한 수집가의 눈에 띈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들이 전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후, 총 16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모지스 할머니는 여러 전시회를 하기도 하고, ‘올해의 젊은 여성’,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각종 언론과 평단에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책에는 모지스 할머니의 총 67점의 그림이 담겨 있다. 할머니의 옛이야기들과 함께 그녀의 깨끗하고도 따뜻한 감성과 소박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그림 안에 그려져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각각의 표정들이 의외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놀란 표정과 기뻐하는 표정, 까만색의 물감과 입을 표현한 빨간색의 그림선이 그들의 기분을 즐겁게 상상하게 만든다.

 

흰 눈으로 뒤덮인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 흰색에 파란 물감으로 표현하라던 사람들의 얘기에 할머니는 아무리 흰 눈을 들여다봐도 흰 눈은 흰 눈일 뿐, 명암과 음영 등을 계산해서 파란색을 첨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의 그림은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여 보이는 그대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녀가 말하는 자연의 풍경은 여름이나 겨울 풍경,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실제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에 모지스 할머니를 닮은 평온하고 따뜻한 감성이 더해져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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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쉰다 (1951년)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떄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 P. 202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우리가 해야 하는 고민이지 않을까. 잘 살아온 듯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듯 하다가도 불현듯,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고민은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숙제인 것 같다.

 

그 고민에 대해 답답하고 막막해질 때, 이 책을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76세가 되려면? 아직 사십몇 년이나 남았다. 모지스 할머니의 말씀처럼 뭘 해도 아직 하나도 늦지 않은 것 같다. 가장 일차원적이지만 너무도 좋은 동기부여의 말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도 있듯이 하루에도 우리는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 잠들기 위해 누운 침대에서조차 눈을 감은 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한다. 이 고민의 맥락을 쫓다 보면 결국엔 늘 하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건 뭐지?

 

지금 내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개그맨 박명수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의 지극히도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답이 아닌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라는 말처럼 따뜻한 응원의 말이 필요하다.

 

혹자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불행한 세상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길게 와 닿을 것이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는 몇 분 동안만이라도 행복한 세상에 대한 그녀의 기억을 만끽할 수 있으므로."

    

 

자연과 삶이 주는 이야기를 소중히 생각하고,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는 단단하고 활기찬,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모지스 할머니가 너무 멋지다. 당분간은 부적처럼 이 책을 몸에 지니고 다녀야겠다. 지금 나에게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가 아닌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때라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절실히 와 닿는 말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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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시련이 있긴 했지만 그저 훌훌 털어버렸지요. 나는 시련을 잊는 법을 터득했고, 결국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 P. 135

 

"나는 언제나 보기 좋고 즐거운 풍경을 그립니다. 알록달록하고 북적북적한 게 좋아요." - P. 259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오직 팬케이크와 시럽뿐이겠지만요.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 쓰기에는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 - P. 272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할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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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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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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