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쉼'을 통한 작은 성장 [사람]

휴학이 내게 가져다 준 것
글 입력 2019.11.17 01: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의자 휴식.jpg

 

 

2016년 12월,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자란 나는 ‘어른이 되었으니 용돈은 내가 벌어야겠다’는 왠지 모를 독립심에 휩싸였다. 운 좋게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하루에 10시간씩 일했다. 그로부터 약 3년 후인 2019년 10월까지 단 한 순간도 일을 쉬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용돈벌이와 학업을 병행해왔다. 꿈에 그리던 학교 생활이라 그런지 낯선 서울에서의 삶도, 그 삶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도 모두 즐겁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서울 살이가 익숙해질 때쯤 지쳐있는 나를 발견했다. 현재 생활에 급급해하며 그저 앞만 보고 걷던 내 눈앞에 검은 벽이 있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다 부질없게 느껴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벽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난 알고 있었다. 그렇다. 뚜렷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한번씩 생각을 정리한후, 내가 바라는 것, 즉 나만의 목표가 생기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나를 내가 안다. 학생일 때도 내가 원하는 대학을 목표로 잡고 매사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하니 자연스레 목표는 사라졌고 그 상태로 시간은 흘러갔다. 전공 수업이나 교양 수업을 들을 때도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지’ 하는 생각도 여러 번 들었고 당연히 학업 성적도 좋지 않았다.  일단 나에게는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쉬어야 하는 육체적 휴식과 더불어 내 삶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의 대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빠르게 휴학을 결심했고 곧바로 부모님에게 말씀 드렸다. 다행히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본가로 내려와 푹 쉬었다.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 덕질도 하고 보고 싶던 드라마도 몰아서 보고 영화도 자주 보며 문화 생활을 즐겼다. 애정하고 즐겨보는 프로그램 ‘신서유기’도 보면서 꺄르르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친구들과도 끊임없이 연락하고 국내,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 쉬었지만 쉬는 와중에도 불안하지 않고 초조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사실 휴식을 갖는 동안에도 ‘이렇게 쉬어도 되나’ 하는 무거운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고, 부모님 눈치도 보였다. 특히 할아버지를 만날 때 제일 숨이 막혔다. 할아버지께서는 뭐 하려고 휴학을 하냐, 빨리 졸업을 하는 게 낫지 않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 등등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압박해왔다.

 

항상 할아버지에게 살갑고 애교 많던 나도 진로와 관련된 대화 앞에서는 퉁명스러워졌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고 지난 2년이 후회되었기에 그럴 수 밖에. 그냥 나를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쉰 지 1달 반도 채 안 되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 거보다 내가 스스로 벌어서 쓰는 게 마음이 편했고 한달 반이면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가에서 일하며 ‘내가 언제 즐거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았다. 쉬었을 때 나를 돌아보니 결론이 섰고 그 결론에 대한 확신 또한 생겼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을 돌아보고 챙겨주었으면 더 나은 길을 닦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고 나를 더 사랑해주기로 했다. 전에는 늦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자책했지만 휴학이라는 시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것 하나로도 값진 수확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목표를 위해 나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으로 의미 있는 첫 발걸음 떼어서 뿌듯하다.

 

요즘은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하나씩 정리해나가고 있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재미가 쏠쏠하다. 성장하고 있는 내가 눈에 보이고 기특하다. 지금 이렇게 열정이 불타오르는 만큼 수없이 도전할 것이고 그만큼 넘어지고 좌절할 일도 분명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가끔 뒤도 돌아보며 반성할 필요가 있으면 반성하고 나 자신을 챙기며 그렇게 살 것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오나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