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19.11.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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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고 몇 문장 지나지 않아 문장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느낌 덕분에 웃으며 책을 볼 수 있었다. 가끔 묻어나오는 귀여운 문장은 쉽고도 술술 읽혔고, 그림과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림 사진 하단에 ‘모리스’라고 적혀진, 살짝 투박해 보이는 이름표기 역시 작은 웃음을 주었다.


책은 모지스 할머니의 생에 대한 1부터 10까지의 모든 ‘일대기’를 나열해 나갔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부모님, 남매, 자녀, 그들의 집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만난 사람들의 전부를 열거하다시피 이야기를 해서 사실 조금 당황했다. 부제목인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가 책 내용과 더 잘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그녀의 그림은 일상에서 오는 그림이었다. 사과 버터 만들기, 추수철, 고향의 언덕 등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내었다. 골똘히 생각하지 않아도, 부여된 의미는 없나 깊이 관찰하지 않아도 제목 그대로의 그림과 그에 얽힌 일화였기에 편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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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옷의 남자 아이(1947년)


 

“저 그림 참 좋네. 난로 뒤에 있는 저 그림.” (중략) 제목은 <울타리 옆 파란 옷 입은 소년>이었지요. “별로 잘 그린 그림은 아닌걸요.” 내가 말했어요. “아니, 아주 잘 그렸어요.” 토마스가 말하더군요. (중략)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건 토마스가 도와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본문 中

 


그녀의 긴 일대기를 읽다가 이 일화와 그림을 보니, 갑자기 나도 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내가 처음 미술학원에 다닐 때가 생각이 났다. 나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나의 그림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선생님께서 내준 과제의 주제는 꿈에 대한 것이었고, 나는 한 장의 그림을 그려갔다. 당시 내 꿈은 간호사였다.


간호사 얼굴은 정확히 왼쪽 하단에 얼굴만 그려갔다. 그림으로 성격을 알 수 있다던데, 무척 소심했던 나는 환자와 의사는 크게 그려놓고, 내 꿈은 코딱지만 하게 그려서 갔었다. 여기서 너는 누구냐고 물었을 때, 내가 봐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모서리에 얼굴만 그려진 간호사를 보고 차마 나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눈이 계속 간호사 얼굴에 향해 있는 것을 보고는 선생님께서는 ‘간호사구나~ 여기다 그리는 게 더 잘 보일 거 같은데? 그래도 잘 그렸어.’ 하시며 의사를 간호사로 만들어주셨다. 왜인지 모르게 그때의 기억은 정말 생생하다. 칭찬 때문이었나.


누군가의 칭찬과 격려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 그녀의 그림을 칭찬해준 남편 덕분에 모리스 할머니가 계속 그림을 그려나간 것처럼, 그녀가 그 일화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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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때 나는 풍경을 관찰하고 또 관찰합니다. (중략) 나는 나무를 보면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다음엔 짙고 어두운 초록색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기서부터 서서히 밝은 초록색을 만들어갑니다. 나무 가장자리 부분은 황록색이나 백록색이에요. 실제로 나무색이 그러하답니다.

 

- 본문 中

 


글도, 그림도, 사람도, 사물도, 동물도, 모두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자세히 보고, 오래봐야 예쁘듯이. 그녀는 예쁜 그림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뭘 그리면 예쁠지 생각해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자연 풍경에서 오는 모든 것들은 관찰하고 음미할수록 멋지고 아름다우니 그를 따라 그린 그녀의 그림도 자세히 볼수록 아기자기하고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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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연대기)와 그림을 책으로 보니 실제로 직접 작품을 보며 음미하고 싶어진다. 어떤 작품이든 미술관 혹은 박물관을 가서 직접 보고, 팸플릿의 사진을 볼 때면 말 그대로 ‘실물을 못 담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에 내심 아쉽다. 실제로 보면 또 다를 텐데 말이다. 못내 아쉬운 그 마음은 책장을 넘겨 그녀의 그림을 자세히도 보고 오래도 보며 달래리라.


솔직히, 그녀가 그린 그림 뒤의 ‘20세기의 미국의 이야기와 배경’은 내게 잘 와 닿지는 않았다. 나는 한국인이기에. 하지만 편역한 분이 언급한, ‘그녀의 그림이 오래도록 울림을 주는 힘은 그림을 보고 있는 몇 분 동안만이라도 행복한 세상에 대한 그녀의 기억을 만끽함에서 오는 것’이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그녀의 그림은 무해하다. 책은 그녀의 생을 읊는다 생각하며 가볍게 읽기 좋고, 따스하고 매력 있는 그림을 천천히 구경하며 보기에 좋을 것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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