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DISSONANCE: 모리스 콰르텟 제24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19.11.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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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공연들이 가득한 11월 2주차에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여러 다양한 공연들 중에서도, 바르토크 현악사중주 전곡연주 시리즈를 진행 중인 모리스 콰르텟의 제24회 정기연주회 무대를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불협화음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무대는 하이든, 바르토크 그리고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프로그램 배치만 봐도 엄청난 간극이 느껴졌다. 그래서 공연을 상상해보기만 해도 이 무대를 감상하는 재미가 더욱 배가될 것 같았다. 무대의 이름이 확연히 느껴질 수밖에 없는 무대라고 할까.

 

이번 모리스 콰르텟의 무대는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평일 무대들이 보통 8시에 시작하는 것과 달리,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 것으로 진행이 되었다. 아무래도 공연일이었던 12일 당일에 챔버홀 바로 옆인 콘서트홀에서 안드라스 쉬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오케스트라의 내한무대가 8시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로비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8시 공연 관람객과 겹치지 않는 시간대여서 그런지, 도착하고보니 음악당 로비는 적당히 붐비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로비에서 괜히 진을 빼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이번 모리스 콰르텟의 무대를 대비할 수 있었다.

 

 


 

PROGRAM

 

J. Haydn
String Quartet in D minor Op. 76-2 Hob. III : 76 “Fifths”

 

B. Bartók
String Quartet No. 3  Sz. 85
   
Intermission

 

W. A. Mozart
String Quartet in C Major K. 465 "Dissonance"

 


 

 

첫 곡은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라단조 작품번호 76-2였다. '5도'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단조곡답게 1악장이 왠지 모를 비장미와 엄숙함이 느껴진다. 특히나 1악장은 다른 그 어느 악장보다도 각 악기들의 소리가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각 악기가 팽팽하게 자신의 선율을 이어나가며 마치 직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듯했다. 이어지는 2악장은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1악장에서 촘촘하게 직물을 짜내는 것 같았던 현악 선율들은 2악장에 접어들어서는 섬세하게 스티치를 만들어내는 것마냥 우아하고 조심스러웠다. 여유로운 분위기와 함께 선율의 리듬감이 적당히 살아 있어 아름다웠다.

 

3악장은 음원으로 들을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악장이었다. 이 멋진 악장이 너무 짧은 게 아쉬울 정도여서 현장에서 들으면 어떨지 너무나 기다려졌는데, 역시 음악은 현장에서 들을 때 더 좋다. 1악장의 비장함과는 또 다른 결의 비장함을 안고 있는 3악장은 1악장보다 스케일이 확장되었다. 카논 형식으로 진행이 되면서 각 악기의 선율이 아주 독립적이고 대등하게 흘러가는 이 악장에서는 먼저 출발하는 바이올린과 이를 뒤잇는 비올라, 첼로의 저음부가 얼마나 조화롭고 멋진 다이나믹을 보여주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3악장이 시작하기 전에 다시금 음을 조율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1, 2악장을 거쳐오면서 피치가 떨어진다고 느껴졌는데, 조율하고 나서 들으니 1, 2악장을 들을 때보다 훨씬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4악장은 아주 경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악장이다. 리듬감이 살아 있어 하이든의 익살스러운 재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이 악장에서, 모리스 콰르텟은 아주 자유롭게 모든 선율을 풀어냈다. 쏟아져 내리는 듯한 음의 폭포 속에서, 1악장에 있던 '당시 기준의 불협화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온전한 협화음만이 온 마음을 가득 채웠다.

 

*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바르토크의 현악사중주 3번이었다. 첫 곡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한혜리가 1바이올린,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선이 2바이올린을 맡았으나 바르토크의 작품을 연주할 때에는 박지선이 1바이올린, 한혜리가 2바이올린을 맡았다. 고조되는 긴장감과 함께 아주 섬약한 소리로 바르토크의 작품이 객석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전 하이든의 작품에서는 '이게 불협화음인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바르토크의 작품은 빈말로라도 그런 생각이 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가 주 선율이고 어디가 반주인지를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모든 음악 지식을 해체해버린 수준에서 시작하는 바르토크의 현악사중주 3번은 정말 강렬하게 와 닿았다.

 

특히 공연 전에 이 작품을 찾아 들을 때에는, 악장이 구분되지 않은 이 작품의 어디 즈음에서 2부가 시작되고, 어디에서 3부가 시작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걸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음산한 분위기로 다소 조심스럽고 느릿느릿하게 진행이 되던 1부와 빠른 속도감이 증폭되며 민속음악의 정취가 극대화되는 2부는 확연히 대비되지만 3부와 4부로 이어지는 대목은 그만큼의 대비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어느 정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번 듣고 간 자리였긴 하지만, 조성음악다운 면모가 없기에 이 작품의 진행이 자연스레 외워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낯설다.

 

그 말 이상으로 모리스 콰르텟의 바르토크 현악사중주 3번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이는 바르토크의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 그렇고, 이를 연주하는 모리스 콰르텟의 모습에서도 그랬다. 당장 방금 전까지 연주하던 하이든의 작품과 이렇게까지 연주자들이 달라 보일 수가 있나. 그러나 이는 생각해 볼 점이 많은 대목이다. 왜냐하면 하이든의 작품 1악장도 그 당시에는 불협화음으로 여겨졌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토록 실험적인 선율로 들리는 바르토크의 작품도 협화음으로 분류되는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마치 바르토크 3번이 기나긴 방황 끝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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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후 만난 마지막 작품은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불협화음'이었다. 작품명 자체가 불협화음인 이 작품은 1악장에 서주가 있는데, 바로 이 서주 때문에 불협화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마저도 앞서 들었던 바르토크에 비하면 전혀 불협화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미묘하게, 마치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서주는 모차르트의 선율이라고 바로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정말 천재적이게, 이 무거운 아다지오를 활기찬 알레그로로 순식간에 전환시켰다. 1악장 내에 있는 이 극적인 대비는 마치 이번 모리스 콰르텟의 무대 속에 녹아든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의 극적인 대비를 집약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악장에서는 아름다운 화성이 이어졌다. 온화한 분위기로 접어든 2악장은 모리스 콰르텟의 우아한 선율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대목이었다. 각 악기의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느껴지는 이 아름다움은 이 날 무대에서 들었던 여러 악장들 중에서도 독보적이게 와닿는 아름다움이었다. 협화음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안정감까지 더해져 우아한 앙상블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3악장은 다시금 새로운 느낌이 충만했다. 미뉴에트답게, 바이올린의 아주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리로 시작하는 이 악장은 춤곡다운 리듬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스케르초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힘 있고 강렬한 선율이 튀어나오기도 하면서 강약의 완급조절이 요구되는 이 악장은 모차르트만의 재치가 잘 살아있어 1악장과는 또 다른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4악장은 화려하게 시작하며 피날레의 서막을 알린다. 여기서 좀 놀랐던 것은, 4악장의 중반부 즈음에 이르렀을 때 첼리스트 왕혜진의 활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힘있게 활을 그어야 하는 대목에서 아마 손이 미끄러졌던 게 아니었나 싶었다.

 

비록 작은 고비는 있었지만 4악장은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악장이었다. 단조로의 변화에서 다시금 아름다운 장조로 에너지를 고조시켜 나가는 대목은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최고조의 즐거움에 도달하기 위해 부던히 음을 쌓아나가 다시금 도달한 주제의 재현에서는 이제 곧 마지막이라는 실감과 함께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힘차게 활을 그으며 끝음이 마무리 지어지는 순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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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뜨거운 환호에 화답하기 위해, 모리스 콰르텟은 앵콜무대를 꾸몄다. 아름다운 현악사중주로는 처음 들어보는,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였다. 처음 도입부부터 시작하려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모리스 콰르텟은 흐드러지는 노을이 연상되는 그 대목부터 시작했다. 현악기들만의 그 떨림과 울림이 있어 그 선율이 더욱 더 아름답게 와닿았다. 기존에 듣던 것보다 훨씬 가녀리면서도 섬세한 소리로 즐긴 랩소디 인 블루였다.

 

*

 

불협화음. 우리가 통상적으로 듣기 불편해 하는 바로 그것. 그러나 이를 음악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살펴본다면 인생은 사실 수많은 불협화음들의 연속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협화음만 가득한 인생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개인의 인생에서 주인공은 나 자신일지 몰라도, 그 인생 속에 수많은 다른 개인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기에 때로는 협화음만으로 아름다운 순간이 오지만 또 때로는 불협화음으로 골치가 아픈 순간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모리스 콰르텟이 무대에서 보여준 것처럼, 불협화음이라는 것도 어느 순간 지나고 보면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 불협화음이 가득한 인생을 살면서 그 불협화음 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이를 승화시킬 수 있는 객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리스 콰르텟이 이번 무대를 꾸몄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꿈꾸며, 콰르텟의 이름답게 마치 라벨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음악의 소리를 표현하고자 노력해왔던 모리스 콰르텟. 이들이 시작한 바르토크 현악사중주 전곡연주 시리즈도 벌써 세번째 무대가 끝났다. 벌써 절반을 지나온 것이다. 이후에 이들이 또 어떤 레퍼토리들과 함께 이 불협화음의 세계를 더욱 아름답게 묘사해나갈지 궁금해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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