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편영화, 삶을 이야기하다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글 입력 2019.11.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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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AISFF 2019-

 

국내 최초, 최대의 국제단편영화제

 

 

영화제는 전 세계의 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단편영화’를 한 데 모아 놓은 것이라면 더더욱.

 

 

 

단편영화, 삶을 이야기하다

아시아나단편국제영화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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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단편 영화제'라는 타이틀을 내건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에 다녀왔다. 단편영화라. 사실, 전공시간에나 만날 수 있었던 낯선 존재로만 여겨왔다. 짧은 러닝타임에 함축된 의미를 찾지 못해 종종 헤매곤 했으니, 그저 어려운 장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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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마음으로 도착한 '광화문 씨네큐브'는 대형 상업 영화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롯이 영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소중한 아지트처럼 느껴졌달까.

 

이곳에서 만난 단편영화들은 결국 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국경과 사회를 넘어 나의, 혹은 당신의 삶이 될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단편영화를 선보이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단편영화를 통해 건네는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점차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삶을 뒤돌아보며 저마다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들이 건네는 삶의 이야기를 지나, 기대하던 특별프로그램 ‘오버하우젠 뮤비프로그램'을 만나고 왔다. 이번 글을 통해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던 이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싶다.

 

 

 

영상과 음악, 그리고 예술의 결합

오버하우젠 뮤직비디오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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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기대를 안고 찾아간 ‘오버하우젠 뮤직 프로그램’은 3년 주기로 찾아오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끌레르몽 페랑, 템페레와 함께 세계 3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오버하우젠의 뮤직비디오 프로그램 선정작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고 트렌디하면서 감각적인 작품들을 엄선해 이번 프로그램에서 상영하였다.

 

스마트폰 화면이나 노트북, 혹은 TV 모니터로 만나오던 뮤직비디오를 영화관의 광활한 스크린으로 만난다는 것은 꽤나 신비한 경험이었다. 해설 한 줄 없이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오롯이 음악과 영상에 집중하며 스스로의 느낌과 감상에 빠져들 수 있었다. 상영작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뮤직비디오 세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1.

Loyle Carner - Ottolenghi

 

 

▲ Loyle Carner - Ottolenghi (Official Video)

 

 

하나의 완전한 서사가 담긴 드라마타이즈 형식이나, 안무 영상과 라이브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내의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다소 실험적인 해외 뮤직비디오들이 긴 시간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나 첫 순서를 장식한 로일 카너(Loyle CCARNER)의 오토랑귀(Ottolenghi)는 감성적인 음악에 독특한 촬영기법을 더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뮤직비디오는 기차 여행을 떠나는 한 남성의 모습이 캠코더 화면 속에 등장하며 평범하게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그가 잠이든 순간, 갑작스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한 장의 사진이 되면서 색다른 방식으로 화면이 전환되고, 그 안에서 꿈처럼 다양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유쾌하면서도 재미있는 화면 전환이 계속되지만, 이 곡은 ‘고된 현실’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꿈’은 그만의 도피처였던 것일까.

 

곡의 후반부에서는 ‘삶이란 한 순간 좋았다가 다음 순간에는 나빠질 수 있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상 기법을 통해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진중한 메시지를 건네고 있어 이 뮤직비디오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

Baloji - Peau de Chagrin / Bleu de Nuit

 

 

▲ Baloji - Peau de Chagrin / Bleu de Nuit

 

 

다음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아티스트 Baloji의 뮤직비디오이다. 아프리카 가요라니, 평소에는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술을 외는 듯한 멜로디와 힘있는 랩핑, 직설적인 가사와 아프리카 전통 악기로 연주한 듯한 토속적인 느낌의 반주는 낯설고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촬영된 듯하다. 영상 속엔 민속 의식처럼 보이는 장면들과, 토속적인 의미를 담은 듯한 다양한 동물과 물건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등의 원색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야생적인 느낌에 세련된 분위기를 더했다. 독특한 음악과 영상을 통해 일반적으로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육체와 본능, 원시적인 삶 뿐만 아니라 거친 듯하면서도 정제된 그들만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3.

Chaka KHAN - Like Sugar

 

 

  ▲ Chaka Khan - Like Sugar

 

 

댄서들이 등장하는 ‘Like Sugar’의 뮤직비디오는 독특한 방식으로 리듬을 시각화하였다. 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영상 기법을 통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일반적인 안무영상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뚝뚝 끊기며 반복되는 영상이 그 자체로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댄서들의 의상 또한 시선을 끄는 요소이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색감을 지닌, 수십 년 전의 스트릿 패션을 현대적으로 표현해내며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하면서도 트렌디한 '뉴트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독특한 영상기법과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펑키한 음악을 한층 더 신나고 유쾌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우리는 바야흐로 도래한 영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더 이상 우리의 삶에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영상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단편영화는 매 순간을 돌아보며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시각을 전해주었고, 전 세계에서 건너온 뮤직비디오는 또 다른 문화로부터 발현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전해주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없던 감정, 생각, 그리고 영감이 매 순간 찾아왔다. 이 사실만으로 영화제는 내게 큰 의미를 남겼다. 계속해서 또 다른 영화제와 함께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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