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그리고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
나는 스스로 단편영화를 접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본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짧게 상영된 디즈니 단편 영화들을 관람한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단편영화를 막연히 낯설게 느꼈던 것은 나의 편견 때문이었다. 왜인지 어렵고 함축적일 것 같고, 마치 미술관에서 어려운 영상작품을 맞닥뜨렸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감정만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문화초대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관람 기회를 얻게 되어 작품 설명들을 찬찬히 읽어 보면서, 나는 새로운 기대감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설명들은 간결하고 축약되어 있었지만, 짧은 문장들 안에서도 궁금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단편영화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객인 나 또한 새로운 흥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안드레아 만니노와 사라 브루지오, 지아코모 리날디의 <새로 온 이웃(New Neighbours, 2018)>은 이번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의 유일한 애니메이션 단편영화로, 백인 우월주의자 도날드와 그의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어린 딸을 둔 도날드는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각 집의 마당을 경계로 드높은 담장을 쌓고, 이웃 또한 덩달아 담장을 쌓는다.
하지만 도날드의 딸은 이웃집 딸과 친해지고 싶어 안달이다. 아이들은 서로 만나기 위해 높은 담장을 기어 올라가고, 담장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무너지려 하자 아버지들은 기겁하며 담장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을 붙잡는다. 하지만 도날드는 이웃의 딸을, 이웃은 도날드의 딸을 안고 있었다.
이 작품은 성인의 왜곡되고 비틀린 편견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에 집중한다. 서로를 향한 분노를 담은 느낌표들이 와르르 무너진 담장 속에서 물음표로 바뀌는 장면은 영화 속의 도날드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부끄러움을 안겨 준다.
이탈리아 단편 특별전 1 - <매직 알프스(Magic Alps, 2018)>
마지막으로 안드레아 브루자와 마르코 스코투치의 <매직 알프스(Magic Alps, 2018)>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양치기 사이드는 그가 키우는 염소 살리마와 함께 이탈리아 국경에 다다르지만, 이탈리아 이민국은 예방주사도 맞지 않은 염소가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이드는 알프스에 데려가 눈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살리마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살리마는 고삐가 매인 채 사이드와 격리되고, 그는 살리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된 살리마에게 사이드는 베갯잇을 뜯어 깃털 뭉치를 흩뿌려 준다. 살리마는 쨍쨍한 햇살 아래에서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깃털들을 맞으며 즐거워한다. 입국관들은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결국 살리마는 이탈리아 최초로 난민과 함께 망명한 동물이 된다. 그들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그 이후로도 여러 난민들은 반려동물들과의 이별을 피할 수 있었다. 모든 개인을 위한 배려가 불가능한 행정 제도 하에서도 살리마에 대한 사이드의 순수한 사랑은 반려동물들이 주인과 함께 새로운 나라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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