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 속 새로운 시선들을 단편에 담다, "2019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글 입력 2019.11.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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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일상 속 새로운 시선들을 단편에 담다

2019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일상의 조각이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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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부터 우로, <단역>의 얀 베나 감독

<인 케이지 오브 파이어>의 토마스 폴라 마르케스

<모래>의 김경래 감독, 모더레이터 이도훈

 

 


일상 속 새로운 시선들을 단편에 담다.



대부분 단편영화 속에는 어떤 특별한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우리 곁에 가까운, 오늘도 길거리를 걷다가 만났을 누군가, 일상 속 그냥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겪는 사건들은 어쩌면 직접 겪었던 사건이거나, 친구의 사건들이다. 일상의 사건 속에서 독특한 관점을 찾아내는 눈, 그 눈의 시작이 단편영화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 경쟁 8에 있는 영화들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더욱 그러한 단편영화들의 시선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국제 경쟁 8의 작품들은 <단역>, <끈>, <인 케이지 오브 파이어>, <핫도그>, <모래>, <나의 행성> 총 여섯 작품들로 1시간 30분가량 상영했다. 그중에서도 첫 작품이었던 <단역>은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 중 하나였다.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노인이 느끼는 묘한 두려움을 표현해냈고 인상적이었다. 단역배우라는 스스로 행동할 수 없는 역할이 된 노인은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이 어떠한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에 고통을 느낀다. 그 짧은 상영 시간 동안 그 단역 배우에 눈빛에 매료되어 버렸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얀 베나 감독은 자신이 단역배우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영화의 시작을 설명했다.

 

단역배우들의 일상 속에서 '노인'의 시선을 넣음으로 인해 새로운 틈새를 만들어 표현해낸 여러 감정들은 단편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였다. 단편영화, 단편소설, 짧은 만큼 그 안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다루게 된다. 감정을 열어두기만 해도 괜찮다. 단편들의 묘미는 그러한 감정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인 케이지 오브 파이어>의 경우도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뤘다고 한다.

 

다른 영화들 역시 감독들이 마주한 일상의 파편들에게서 얻은 새로운 시각일 것이다. 어쩌면 평범한 것일지도 모르는 순간을 예술로 만드는 것, 그것이 단편들의 잠재력인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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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역>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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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끈>의 스틸컷

 

 


영화제작의 시작, 시나리오에 관한 시네마 토크



본 아시아나 영화제의 여러 프로그램 중 11월 1일 에무시네마에서 진행한 <시네마 토크>에 참여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시네마 토크는 영화의 토대가 되는 '시나리오'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지세연님이 사회를 보시고, 이춘형 작가, 이소영 작가, 김태용 감독, 윤가은 감독, 총 4명의 창작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에서는 '시나리오' 작업의 현장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다양한 작업 방식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방식은 네 분 모두 다른 방법을 말씀하셨다. 어떠한 창작을 할 때, 정답은 없으며 그 정답을 찾아가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또 다른 창작의 방법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평소의 나를 알아가는 것이 모든 창작의 기본인 것을 더욱 깨달았다.


영화 <거인>의 각본, 감독을 맡으신 김태용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이야기는 모두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비롯하고 있으며, '거인'을 완성시켰을 때, 과거의 나를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시기가 왔었다고 말이다. 수많은 과거가 쌓여 현재의 나를 완성한다. 과거의 나가 겪는 수많은 일상의 조각이 언젠가 현재의 나를 완성하는 것이며, 동시에 새로운 예술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일상은 예술적인 시각으로 재해석되며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스쳤던 감정에 집중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단편은 짧지만 그렇기에 특정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것이 내가 본 영화제에서 얻어 가는 영감들이다. 앞으로 영화제들을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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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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