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골목엔 어떤 정치가 있나요? [영화]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2> 리뷰
글 입력 2019.10.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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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골목엔 어떤 정치가 있나요?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2> 리뷰

 

Opinion 민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그즈음까지 마포구 공덕동 좁은 골목길에 살았다.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골목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어 참 반가웠다.

 

좁디좁은 골목이 많은 ‘마포’는 서울의 중심에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재개발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었다. 그 마포에서 계속해서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정의당 소속 선거 4수를 맞이한 조영권의 선거를 그를 가장 오래 지켜본 영화감독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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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랜 친구인 감독과 배우가 대화하듯 진행되는 이 영화는 웃음 90과 눈물 10이 합쳐져 있다.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골목정치’를 위해 골목에 사무실을 잡는다는 이야기를 정말 유쾌하게 풀어낸다. 우스꽝스럽지만 시장, 횡단보도, 골목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는 조영권의 모습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사람들이 ‘정치적’이라는 말에 어떤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조영권의 질문들은 그 선입견들을 깨는 정치적인 질문들이다.

 

도시 지역구를 상품이나 기업체로 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공간으로 보는 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골목에 관심을 둔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나머지 10은 눈물로 채워진다. 자신의 낙선때문이 아니라 정말 정치가 필요한 곳에 정치를 가져다 주지 못함에 대한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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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나타나는 대형 정당과의 대비는, 그리고 결국 낙선으로 마무리되는 조영권의 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가 사는 곳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가, 아니면 번호와 색을 보고 뽑는가, 더 나아가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가. 그는 다음 선거에도 도전할 것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그의 훌라후프에 언젠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영화처럼 멋지게 돌아올 것이다.

 

 


 

 

* 관객과의 대화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영화 상영 후 감독과 배우를 만나는 '관객과의 대화' 세션이다. 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박홍열, 황다은 공동 연출자와 주연배우 조영권 님이 함께해주셨다.

 

이런 자리가 처음인지라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고민스러웠지만 어떤 질문이든 편하게 받아주셨다.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어떤 외국인은 영화를 보고나서 화면에 나온 조영권이 진짜 배우가 맞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먼저 이 영화를 연출하고 촬영한 박홍열 감독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치를 담은 영화지만 정치적 영화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절실해’보이지 않았다는 관객분의 말씀이 있으셨는데 그건 제 의도였습니다. 치열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찌질하게 보였으면 했습니다.

 

그 찌질함이, 그리고 관객들이 절실해 보이지 않음을 영화 속에서 발견했다면 조영권의 생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삶의 정치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영화이고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정치는 영화적인 정치입니다.

 

- 박홍열 감독

 

 

이어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다양한 질문 중 몇가지를 추려 정리해보았다.

 

Q. 감독님께, 혹시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연재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연재 계획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와 정치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Q. 감독님께, 왜 훌라후프라는 소재를 사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관객분의 질문처럼 훌라후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도 정치도 왜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영화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Q. 배우가 아니라, 정치인 조영권에게 묻습니다. 혹시 계속 낙선하는 선거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위대함은 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작은 일을 큰 마음으로 하는 것’. 작은 일일지라도 오랫동안 마포를 위해 일하면서 저는 큰 마음으로 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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