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의 영감을 주는 사람이 쓴, 인생의 영감을 주는 책 "독서 주방"

'매력적인' 책이란, '매력적인' 사람이 쓴 책을 뜻한다.
글 입력 2019.10.3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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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매력적일까. 나의 경우엔 배울만한 점을 찾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 냄새나면서 다정하고 진심이 담긴 책을 좋아한다. 적다 보니 은근히 바라는 게 많다.

 

나는 사람이 주는 에너지를 믿는다. 그 에너지는 언제나 예상보다 강력했다. 좀 딴소리 같지만 일터에서 으레 가장 힘든 건 사람 문제라고 하지 않는가. 누군가와의 상호작용으로 얻게 되는 에너지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하다. 당연히 그 에너지가 긍정적일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상호작용 역시 강력하다.

 

에세이류의 책을 읽을 테면 흡사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하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런 나에게 '매력적인' 책이란, '매력적인' 사람이 쓴 책을 뜻한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한 명의 인간을 마주한 느낌을 주는 책.

 
 

나무발전소-독서주방_평면표지(띠지유).jpg

 
 
<독서 주방>은 매력적이다. '독서 주방'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은 웨스틴조선호텔서울의 총주방장인 요리사 유재덕 작가가(편의상 작가라 지칭하겠다.) 요리에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적은 서평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이토록 흥미롭게 읽을 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잘하는 요리라곤 라면밖에 없는 요리 문외한이었고, (!) 요리에 큰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뉘앙스라면 예상했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너무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아 재밌다, 진짜"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유가 뭘까라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 책이 재미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에선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참 괜찮다.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접하는 게 와 닿을 것이라 생각해, 인상 깊었던 글귀 몇 개를 가져와봤다.

 

 

단지 인간은 인생의 어느 한순간도 철학 없이 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만 이제 안다. 철학은 본래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것. - <독서주방> 83p

 

 

그 작은 식탁 위에 '함께 먹음의 거대한 위력'을 보물처럼 숨겨놓았던 것이다. 함께 먹는다는 행위는 서로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첫 순서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순서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 <독서주방> 91p

 

 

추억은 궁극의 레시피인데, 한 사람이 느끼는 최고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추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 그 어떤 요리사도 누군가의 추억을 재현하지는 못한다. 이 궁극의 레시피는 스스로에게만 선사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음식이다. - <독서주방> 93p

 

 

책 곳곳 행간에서 작가의 성품과 태도가 보였고, 그것에 감탄했고, 공감했다.

 

(내가 지금 서있는 인생 구간인) 서툴고 어린 커리어의 시작점이 아닌, 시작점을 지나 이미 많은 경험을 뒤로하고 안정된 위치에 오른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책에서 발견할 때면 꿈과 인생에 대한 열정 같은 것이 일렁였다.

 

인생에 대한 성찰과 깊이 있는 생각이 담겨있는 글을 읽을 때는 공감이 돼 맞장구치거나, 세월이 지나 이 문장을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멋지고 바른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이 책의 저자가 적은 생각과 말들은 마음 깊이 전달된다. 나는 그 이유가 '다정함'과 '진심'이라 생각한다. 가르치거나 조언의 위치에서 말하지 않는다. 실제 자신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한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의 프롤로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출판평론가인 작가의 친구가 이 책의 저자에게 글쓰기를 권했을 때의 이야기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세상엔 너와 같은 요리사가 필요해. 너처럼 건강한 생각을 가진 요리사를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네가 글을 써주면 좋겠어."

 

이 말에 작가는 평생 요리만 했으며 글을 한 번도 안 써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냐 했더니 그는 또 이랬다고 한다. "좋은 글은 좋은 생각이야. 세상에 예쁜 글은 많지만, 좋은 글은 드물지. 네가 어떻게 표현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너는 분명히 좋은 저자가 될 수 있어."

 

탁월한 표현이다. 이 친구분의 말대로 책을 읽는 내내 이 글을 쓴 이가 '건강한 생각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격하게 공감했고, 그렇기에 책 속에 담겨있는 글들도 좋았다.

 

인생의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요새 들어 많이 한다. 그런 사람이 되게끔 인생을 꾸려나가자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렇기에 아직 지나온 것보다 해나가야 할 것이 많은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도 이 말이지 않을까.

 

인생의 영감을 주는 사람이 쓴,

인생의 영감을 주는 책.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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