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조용"이 아닌 "대화하는 예술" - 마에스트로, 프랑코 아다미 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9.10.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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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고 싶은 날이 있다. 가을이어서 그런 걸까, 한 해를 두 달 정도 남긴 시점이어서일까. 뿌듯함보다 아쉬움이 마음에 가득하다. 왜 더 적극적으로 살지 않았던가, 왜 더 부지런히 살지 않았던가. 좀 더 다른 일상을 꾸며보고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간이 가기 전에 하고 싶건만, 그렇다고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갑자기 무턱대고 패러글라이딩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러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퇴근 후의 문화생활, 자기 계발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디와도 같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상 속의 유니콘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둘 중 후자였던 나는 유니콘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전자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퇴근 후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갑자기 서울 외곽으로 여행을 가거나 양평에 패러글라이딩 타러 가는 거는 무리지만 퇴근하고 전시회 관람 같은 거는 해볼 만하잖아? 항상 영화나 전시회 관람은 주말, 공휴일에만 했던 나는 어느 평일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들르기 무리 없을 위치에 있는 전시회를 찾았다. 결과적으로 특별한 하루였다. 평일 퇴근길에, 평소 회화 전시를 주로 관람했던 내가 조각을 주제로 한 전시회에 마지막 입장객으로 관람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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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프랑코 아다미 展

 

프랑코 아다미는 대리석, 브론즈 그리고 은 등을 조각 재료로 선택해 형태를 조각하는 창조자이다. 각각의 조각은 그의 영혼이 담긴 창조물이자 특별한 재료들로 펼쳐진 아름다운 울림이다. 그는 표현하는 주제에 따라 재료들을 세심하게 선택했으며, 이 재료들의 한계성을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석고, 반암, 오닉스, 은 또는 청동으로 된 그의 조각들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선의 정교함이 돋보인다.

 

 

대부분의 전시가 그렇듯, 전시회의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7시였다. 나름 여유 있게 도착했건만, 전시관 위치를 찾느라 헤매다가 입장 마감 시간의 10분 전인 6시 50분에 전시장에 겨우 입장했다. 7시 전까지 못 들어가면 어쩌나 하며, 이리저리 헤매느라 지쳐 스스로에게 조금 심통이 난 상태로 전시장에 입장했는데, 결과적으로 늦게 입장한 덕에 전시장 관리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전시장을 나 혼자 빌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된 작품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구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전반적으로 "현시대의 조각가"라고 불리는 작가의 조각 작품보다 회화 작품이 더 많이 전시되어있다는 점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직 전시장에 남아있던 관객에게 큐레이터가 프랑코 아다미는 회화 작품을 완벽하게 완성해야만 조각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고 설명하는 말을 듣고 내 의문은 바로 풀렸다.

 

 

 

나는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으로 나의 예술세계를 표현합니다.

완성된 회화를 흙이나 석고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영감이 충분히 반영됐다 느낄 때 비로소 조각 작업에 들어갑니다.

 

- 프랑코 아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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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조각 10점, 회화 30점 총 40여 점의 작품들이 있었다. 프랑코 아다미는 조각을 만드는데 주제에 따라 그 재료도 세심하게 선택하며 대리석, 브론즈, 은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동시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결합해 새로운 작가 세계를 구축한 그의 조각은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작가가 담고자 하는 상상력과 정교함이 드러난다.

 

독특한 것은 전시장의 모든 작품의 제목이 프랑스어로만 표기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전시장 측에서 회화, 조각 작품의 형상을 보고 제목을 맞춰보라는 안내문도 걸어 놓았는데, 관객에게 작품을 보고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유추해보라는 의도인 듯했다. 좀 더 가보니 전시장 내 작품들의 제목에 대해 정답지를 걸어놓은 곳이 두어 군데 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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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은 그 형태를 통해 제목을 쉽게 유추할 수도 있다. 커다란 눈을 단 생명체의 형상인 이 조각의 제목은 "LA MOUCHE", 곤충 파리를 뜻한다. 세상을 360도로 관찰할 수 있는 파리의 동그란 눈을 그대로 표현하며 그처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메세지가 담겼다는 설명이 옆에 적혀있었다. 이 조각은 은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전시장을 두 바퀴 째 돌았을까, 전시장 큐레이터들의 대화가 들렸다. 전시장에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오기도 하는데 작품의 제목을 맞춰보라고 하면 못해도 정답률이 70 퍼센트는 된다는 것이다. 왜 내 정답률은 70퍼센트에 미치지 못하지 생각하다가도 문득 어린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각 앞에서 제목을 맞추려고 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예술은 그저 바라보는 데서만 끝나는 "관조용"이 아닌 "대화하는 예술"이라고 한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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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ouple"

(연인)

 

어떤 작품들은 프랑스어를 몰라도 영어와 비슷한 단어여서 제목을 맞추기 쉽기도 했고 또 어떤 작품은 프랑스어, 영어를 모르더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사진 속 조각은 제목도, 그 형상도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회 포스터에도 소개된, 아마도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닐까 싶은 이 작품은 멀리서는 하나의 조각 작품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제목과 같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형태이다. 자세히 보면 포옹하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팔을 위에서 안고 있다. 푸른빛을 내는 청동으로 조각한 작품이지만 뒤의 붉은 벽보다 더 따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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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을 나가자마자 바로 문이 닫힌다.마지막 관람객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보았던 작품들과 전시장 곳곳에 소개된 프랑코 아다미의 어록들을 함께 떠올려 보았다. 차가운 무생물의 대리석과 같은 재료에 생명을 담아내기까지, 결국 꾸준한 실천과 연습의 단계가 완벽과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구나 다시 깨닫는다.

 

"목표"란 없으며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말은 진심으로 목표를 두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한 번 무언가를 정하면 실천을 지체 없이 이어간다는 뜻일 것이다. 평소 조각에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나름의 전환점이 되었던 전시를 관람한 특별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문해본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조바심을 접고 순간순간마다 충실한 날들을 보낸다면 어느샌가 나도 나만의 새로운 도전의 날들 컬렉션을 가지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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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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