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영혼들에 사로잡혀 있는가?

글 입력 2019.10.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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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예외적으로 이번에만 격언을 끌어들여 말하자면, 실상 이런 질문은 모두 왜 내가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아는 것으로 귀착되는 문제가 아닐까?

 

- 앙드레 브르통, 『나자』, 오생근 옮김

 

 

나의 물음은 내가 살면서 과거에 가장 사로잡혀 있었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사로 잡혀 있는 인물을 소개하면서 시작하겠다. 먼저 프리디리히 빌헬름 니체다. 중학교 말에 니체 관련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그의 사상이 내뿜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그저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 어두컴컴한 기숙사 방안에서 ‘니체의 인생강의’라는 조그마한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니체의 사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인생의 멋진 선배이자 친구를 만난 듯했다. 이후에도 가장 지치고 힘든 순간에 니체의 경구가 적힌 책들을 교복 치마 위에 올려 놓으며 공부를 하고,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버텼다. 나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편이 아니었기에 우울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조그마한 독서실 책상에서 니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연을 들었다. 6번에 걸친 강독을 통해 나는 진심으로 ‘앎의 기쁨’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것이 ‘삶의 기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힘든 순간 스트레스를 받아 새벽까지 잠이 안 오면 나는 니체 책을 펼쳤다. 니체 해설서든, 니체의 원전이든 그에 대한 글과 그가 쓴 글을 읽으면 위로를 얻었고 힘이 났으며 눈물을 흘려도 개운했다. 삶을 사랑하고 긍정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내가 무너지고 힘들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What does not destroy me, makes me stronger.” 라는 니체의 말은 내가 진정 무너지고 파괴된 순간일 지라도 나는 결국 강해졌음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순간에도 니체를 찾고 다시 삶을 사랑하며 긍정했으니까.

 

다음으로 빈센트 반고흐이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로 빈센트 반고흐를 만났다. 그의 생을 접한 건 그 작은 책이 처음이었다. 그의 삶의 궤적에서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인간과 자연,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보내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 붇는 그가 정말 좋았다. 빈센트가 정상sanity 범주의 바깥 경계로 내몰린 이유는 누구보다 삶을 강렬히 사랑하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빈센트 반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을 때도 언제나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으며 내 삶에 대한 열망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정말 강렬히 사로 잡혀 있는 존재들을 이야기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생애에 자신의 욕구가 여러 번 좌절되었고 ‘정신의학’ 기준으로 이상 증세를 보였으며 죽음 직전도 처절한 고통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니체와 반고흐의 글을 읽으면 그들이 얼마나 삶 자체를 사랑하고 긍정했으며 모든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자 했는 지 느껴진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고통받는 순간에 삶을 더욱 더 긍정해야하는 이유를 역설하는 이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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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

 

 

 

2. 왜 나는 삶을 극복하는 사람, 이야기, 철학에 사로잡혀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왜 삶을 극복하는 이 두 영혼들에 사로잡혀 있는가? 대답하자면, 삶은 나에게 극복해 나가야 할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삶 앞에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나 자신이 서있다. 위태로운 나 자신이 서있기 때문에 내 삶은 불완전하다. 유래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고독함이 나의 삶을 날카로운 유리 조각 같이 만든다. 어쩌면 삶이 나를 불안하고 고독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면 나 자신을 굉장히 나약하고 별볼일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를 자주 마주하고, 모순된 마음과 행동에서 비롯된 위선적인 나의 모습도 자주 마주한다. 이를 인지한 건 어려서부터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부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타인과 세상을 통해 나 자신이 인정받는것이 몹시 중요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가 위선적일 때,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를 마주할 때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또한 완벽하지 못할 나를 알기에 이런 점은 종종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타인에게 나의 못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착취하면서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보여주기 위한 무언가를 추구하려 했다.

 

하지만 삶을 더 살아나가면서, 나는 나뿐만 아니라 인간은 본래 나약하고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인간이 나약하고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것이 과연 어떤 뜻인가? 나이, 지위, 학력, 계층 그어떤 요인과 상관없이 인간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고통suffering’과 ‘아픔’ 그리고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고통, 아픔과 자신의 한계를 숨기고 가리기 위해 열심히 행복으로 점철된 가짜 모습을 꾸며낸다. 심지어 위선적으로 변해간다. 나는 종종 위선적인 한 사람 뒤에 가려진 조마조마함, 슬픔, 스트레스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켠은 이상하게 불편했다. 무대에서 그의 연기가 차라리 안전하게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왜냐하면 위태로운 그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자신의 나약함과 별볼일 없음을 감추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허례허식을 강조하는 인물들로부터 상처받은 적이 많았다. 나 또한 나의 이중적인 면모를 잘 알기에 자신을 부풀리는 타인의 모습을 그저 비난하기 보다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서로의 불안함과 고통을 끊임없이 감추고 가면을 쓰면서 만나는 것은 심적으로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비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싫었고 그래서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도 이러한 분위기에 잘 편승하지 못했다.

 

그래서 니체나 빈센트 반고흐처럼 자신의 감정과 속마음을 솔직히 비춰주고 내면의 불안함과 고독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심적으로 더 편하고 훨씬 즐거웠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유독 ‘이상하게 불안하고 고독한 것’이 아님이 느껴졌다. 또 이러한 불안과 고독을 감출 필요도 없었다. 글이라는 것의 특성상 잠시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내면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그런지 몰라도, 텍스트로 접한 인물임에도 진심으로 그들과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을 만나고 나는 삶에서 마주한 여러 아픔과 슬픔 고통을 내면으로부터 끄집어 내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내가 만난 인물들에게 이러한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물론 이러한 나의 모습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만난 타인에게는 언제나 솔직하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꾸밈없는 진솔한 모습을 온전히 내비치는 것은 진-심으로 어렵다. 나약하고 별볼일 없는 나를 꾸미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비친다는 것은 가장 용기 있는 일임을 깨닫는 중이다. 사실 아직까지 나는 누군가에게 내 아픔과 슬픔을 솔직하게 고백하지도 못했고 고백할 용기도 없다.

 

나의 삶은 아직도 위선적이고 가면을 쓴 내가 위태롭게 딛고 서 있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 같다. 그러기에 삶을 극복하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정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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