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커, 누가 살인을 시작했는가? [영화]

우울함을 되물림 받지 않을 권리
글 입력 2019.10.22 15:2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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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가 광대 분장을 하면서 울고 있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 광대는 정신병적 이유로 상담을 받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광대, 가면 속으로는 웃지 않는 광대가 너무나도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메타포임에도 우리는 이것이 역설적인 오프닝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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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사람들


 

아서 플렉은 사람들보다 한 박자 느리게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맥락적 상황에서 웃음을 표현하는지 끊임없이 메모했다. 그가 코미디에 재능이 없었던 것은 삶에 행복이 없었던 그에게 진정한 ‘웃음’이라는 것이 유발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웃음’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없다. ‘섹시한 농담은 항상 먹힌다.’는 메모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때까지의 아서는 그렇게 자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사회에 섞여 들어가고자 노력한다.

 
코미디 플롯에 대한 메모와 일기가 마구자비로 섞여있는 그의 수첩에서 “The worst part about having a mental illness is people expect you to behave as if you don’t. 정신병의 가장 나쁜 점은, 그럼에도 사람들은 당신이 정신병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라는 메모를 발견할 수 있다. 사회는 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마찬가지다. 흐름을 깨는 모든 것들에게 불쾌감을 표시한다. 설사 그것이 불가피한 것임을 알더라도. 불쾌함은 자신의 안녕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가정이 내포된 감정이다. 때문에 그로부터 나오는 행동들은 또다시 방어적 위협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서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이클이 계속 돌아간다. 아서는 너무나도 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람들은 아서를 피했다. 아서는 살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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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을 권리


  

다시 한 번 역설. 어머니 페니는 아서를 ‘해피’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웨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서를 잘 웃는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결국 ‘잘한다’고 생각했던 웃음은, 페니가 그리고 사회가, 아서에게 강요한 모습이었을 뿐이다. ‘해피’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웃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첫 번째 지하철 살인을 하고 나서 각성한 아서가 “Don’t forget to smile.”이라는 간판을 “Don’t smile”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에서 희열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다. 불합리한 일을 겪었음에도 고개를 숙여야 했고, 힘들었던 하루에도 어머니와 춤을 춰야 했고, 결국 ‘아서’라는 사람의 본질을 숨겨야 했던 지난 날은 안녕.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우리는 당연히 그 모든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없다. 분명 그 모든 노력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고 여전히 강요당한다.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한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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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의 되물림


 

그렇게 우리는 어쩌면 모두 약간의 정신병을 보유하고 있다. 그 모습을 조절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배운다. 하지만 여기서도 ‘금수저’ 이론이 적용된다. 아서의 어머니, 페니 플렉도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의료적 지원은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일뿐더러, 그 외의 인도적, 금전적 지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페니는 30년 전의 인연에게 헛되이 헛된 희망을 품고 도움만을 청했다. 그녀가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게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무기력감만을 남긴다. 그리고 그 무기력은 결국 아서에게도 같은 환경을 남겨주었고, 아서 또한 우울감에 휩싸이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 첫 부분에서 마냥 흘렀던 눈물과 손으로라도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보는 아서는 자신의 우울증의 깊이를 체감한 지 꽤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간혹 드러나는 진실의 울음은 소리가 없다. 울부짖을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없다. 대신 아서가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길고 기이한 웃음을 가지게 된 것은 결국 큰 소리로 울 수 없기 때문에 대신 택한 방법임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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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플렉과 조커


 

영화는 빛을 이용한다. 빛은 일반적으로 희망, 희열, 성취를 표현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영화 ‘조커’에서도 빛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아서가 코미디언으로 집중을 받는 순간, 조커가 랜들을 죽이고 계단에서 춤을 추는 순간, 조커가 어머니를 죽이는 순간, 아서가 머레이쇼에서 조커가 되는 순간, 조커가 수감된 병원 복도를 활개하고 다니는 장면. 조커는 아서의 본인 그 자신이었고, 열망이었다. 그리고 빛이 드는 순간 순간마다 아서는 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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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트리거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 즈음 느껴봤을 소외감.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무기력감. 그리고 우울함의 원인이 바로 사회일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아서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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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 행복한고찰
    • 저도 행복조차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기준에 의해서 정의되고, 평가되고, 표현하길 강요하는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공감이 가는 좋은 글 같습니다. 이러한 영화의 전반적인 트리거에 공감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사회의 암울함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지표인 것 같아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참고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각 감사합니다.
    • 3 0
  •  
  • jina4u
    •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로 우연히 이글을 읽었습니다.
      조커의 행동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알지 못하는 웃음을 학습시키고 가진적 없는 행복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사회에서 찾는 에디터의 통찰이 흥미롭습니다. 사회와 문화가 강요하는 남자다운, 여자다운, 엄마다운 등이 아닌 나답게 살고있는가 돌아보게 되는 글입니다.
    • 2 0
  •  
  • 책안읽는공학도
    • In the movie Joker says, "comedy is subjective, and to me punishing people who were mean is funny. Who decided what is funny and what isn't? Who decided what is right and what isn’t?". Now let me ask you this. When you were watched "The Dark Knight", did you feel bad for Joker when he died? Did you wonder what happened to him before the movie? Why he might be acting the way he does? I know I didn't. He was just a villain that Batman was going to fight off. But in this movie, we see things from Joker’s point of view. We see that his life is miserable. He is going through depression, and people beat him and make fun of him. We all have been let down by people, felt betrayed and left alone and we start to relate to him. We see what he's going through and feel his pain. We start to become Joker as we watch the film.

      I think that this movie is a statement on society and perspective. Impression of Joker I got from "The Dark Knight" was "evil". But from this movie, I felt "neglected and mistreated madness". Everyone has their side of story. Rich, poor, old, young, man, woman. We all have different thoughts and perspectives but that is because we are not the same. As Joker said, who decided what is right and  what isn’t? Society has decided that for us but in reality, no one knows what is truly correct. Truth is what you decide to believe.
    •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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