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함의 위로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공연]

글 입력 2019.10.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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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에서 만나던 인기 만화 속 인물들이 직접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그림 속 그들이 현실화되어 100분이라는 연극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이 연극을 봐야 할 이유이기도, 특별한 점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웹툰의 팬이었다면,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재탄생했는지 보러 와도 좋을 것 같다. 장장 긴 웹툰을 100분에 모두 압축해 담아야 했기에 굉장히 빨리 지나가기도 했지만, 한국을 살아가는 어느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재밌고 따뜻하게 담은 연극이다.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평범함에서 오는 힐링, 자극적이지 않은 치유제 같았다.

 


포스터_ 연극_찬란하지않아도괜찮아.jpg

 

 

존폐 위기에 놓인 연극부의 연출이자 작가인 도래는 찬란이를 연극부에 끌어들인다. 연극 동아리의 마지막 연극 주인공으로 연기에 관심도 없고 현실을 살기 바쁜 찬란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동아리의 부원은 총 4명이다. 국어국문학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도래와 현역 2학년으로 밝고 명랑한 막내 , 기획을 맡은 철두철미한 경영학과 선배 시온, 의상을 맡으며 외적인 모습을 중시하고 배려심도 많은 미컴 맏언니 혁진.

 

이 연극부에 찬란이를 끌어들이기 위해 4명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연극을 만들기 위한 피땀 노력이 담긴 그들의 열정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들은 이 마지막 연극을 통해, 서로를 만나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평범한 주인공


 

극장에 가면 특별한 주인공,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 영웅적 면모를 지닌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깨달음을 얻고 싶어서, 스트레스 해소, 혹은 단순히 즐겁기 위해서 영화와 공연을 본다.

 

나도 다른 세상에 살았던 사람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를 연기하는 배우를 통해 만나고 그의 감정과 깨달음을 전달받는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소설 속 주인공 레니와 조지, 지킬과 하이드, 발명가 투리, 빌리 엘리어트 등 시대를 막론하고 상상 속 인물과 실제 인물들을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끼고 그들이 주는 에너지로 현실을 힘차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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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달리, 이번 연극은 ‘평범함’이 주를 이뤘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인물들은 모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특별하지도 않고, 엄청난 성과를 이룬 영웅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냥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쩌다 지나칠 사람들.

 

그렇게 일상 속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을까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청춘을 이야기하는 진부한 성장 스토리는 내 취향이 아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이 연극을 통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게 되었다. 우리 곁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사는 관객들에게 더 깊은 공감과 소통, 감동을 전달한 것 같다.

 

 


찬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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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이는 어릴 때의 가정폭력으로 사랑받지 못했고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까 봐 자신의 관심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을 주지 못하고 상처만 줄까 봐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녀가 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어디선가 한 번씩 들어본 말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의 아픔을 찬란이 혼자서 다 가진 것 같아서 찬란이의 대사들이 더 와닿았다.


 

“저는 그렇게 한가하지 못해서요.”

 

 

연극부 영입 제안을 받은 찬란이가 하는 이 말이 도래에게는 ‘휴식이 필요해요’라고 들렸다고 한다. 학비와 생활비 벌기도 빠듯하고 가족들 부양까지 해야 하는 찬란이는 연극 동아리 활동이 시간 낭비라고, 지금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하냐며 거절한다. 그녀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었던 도래를 중심으로 연극부 친구들이 그녀를 배려하고 도와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정한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이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주요 내용이다. 어쩌면 그냥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심적으로 힘든 친구를 웃게 만들고 ‘연대’해 다 같이 행복하고 서로를 응원해주며 끝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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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식상할지도 모르는 줄거리 구성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더 힐링을 했고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청춘,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를 이야기하는 웹툰과 드라마, 영화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프리뷰 때도 적었지만 나는 웹툰과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연극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힐링, 청춘 성장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범함이 주는 잔잔한 위로의 힘을 느꼈다.


무대 변화가 거의 없어도, 영웅적 인물이 나오지 않아도,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재밌고 감동적이다. 이 연극은 소극장이었기 때문에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도 할 수 있었고 더 수월하게 관객인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더 많이 연극으로, 뮤지컬로 올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성공적이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감정, 고민을 담았기에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고 이 연극을 보고 나서 더욱 내 주변에 있는 찬란이, 유, 도래, 혁진, 시온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평범함에서 오는 힐링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연극을 추천한다. 너무나 강렬하지도 않고 독하지도 않은, 잔잔하게 우리를 치유한다.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마.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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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 내 스스로 위로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작품 -


일자 : 2019.10.05 ~ 2019.11.10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주최/기획
콘티(Con.T)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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