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광장에는 왜 울창한 숲이 생겼을까?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10.0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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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 한 곳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광화문광장 일대가 그중 한 곳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서울의 도심으로서 광화문광장은 궁궐의 위엄을 뒷받침하는 마당이자 각종 기관과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복합적 층위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광장이 다소 변하기 시작했다.

 

반년 넘게 필자는 광화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 부스를 보조하는 활동이다. 6월부터 8월까지는 높은 기온으로 야외활동이 힘들어 가지 않다가 9월부터 다시 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약 3개월 만에 다시 온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광장이라기보다는 테마파크에 가까웠다. 보행자가 지나다니는 공간에 사람보다 큰 대형 화분이 열을 맞추어 쭉 서 있었다. 주말에 관광객과 행사로 몰리는 광장에 어디서 보기 힘든 크기의 화분이 세워지니 지나가기가 너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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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남쪽에 설치된 대형 화분으로

보행자들의 통로가 매우 좁아졌다

 

 

보통 광장은 넓고 정돈된 빈 곳을 떠올린다. 세계 각지의 유명 광장들은 대부분 이러한 구조이다. 광장(廣場)의 정의 자체가 ‘사람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넓은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2019년 5월 우리공화당이 서울시에 신고하지 않은 채 천막을 불법적으로 설치한 것이 광장 초입에 화분이 세워진 원인이다.

 

서울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공화당이 지속해서 점거를 하고 시위 현장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등 안전상에 문제가 생기자 서울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시기 천막을 파이낸셜센터 앞으로 옮긴 사이에 3m 간격으로 80여 개의 대형 화분을 설치하고 이후 이런 경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화분 설치는 기사로 먼저 접해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보니 이전에 있었던 햇빛가리개만큼 기괴하게 느껴졌다. 우리공화당 천막은 현재 KT 광화문지사 앞으로 이동했으며, 실질적으로 서울시의 천막 철거는 시도는 도루묵이 되었다. 그렇다면 대형 화분이 불법 천막 설치를 방지하는 것 외에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오히려 광장을 점점 정체성이 불분명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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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에 열린

광화문광장 미세먼지 토론대회

모임의 장소인 광화문의 모습이다


 

주말의 광화문은 혼돈이라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는 장소이다. 광장 북쪽에서는 페스티벌, 박람회 등 각종 행사가 남쪽에는 세월호 추모 부스가 있으며 변두리에는 여러 단체에서 벌이는 시위행진이 진행된다.

 

이 세 활동의 조합은 통일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누군가 음향 장비로 연설이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면 다른 행사에 방해가 될 정도로 소음이 심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봉사활동 도중 한 외국인이 “광화문광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필자조차도 지금의 광장은 뭐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이 혼란한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휴일인 오늘도 광화문광장에서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광화문에서 각종 집회를 거치며 광장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가끔 집회가 없는 광장에 가보면 시민들이 평화롭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되어있어 집회가 그곳에서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광장이 더 시끄럽지 않을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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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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