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날의 봄 [사람]

봄의 연애, 가을의 이별
글 입력 2019.10.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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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질듯했던

그 시간의 힘듦도

시간이 지남에 거짓말처럼

아물어버렸다.


순간의 행복했던

기억들만

아련한 잔상으로 

가슴과 머릿속에

짙은 자국을 남긴다.


그때가 좋았노라고

다시금 속삭이고

싶은 그런 날.


지금도 좋다고

두 손 잡고 속삭이는

따뜻한 온기에

코끝이 시큰하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던 커플이 이 좋은 가을날 헤어졌다. 둘 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이기에 이거 참 퍽 난감한데 난감하다기보다는 안타깝고 아쉽다는 감정이 든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녀는 내향적이지만, 그는 굉장히 외향적이어서 서로 주고받는 시너지가 좋았고, 그 좋은 기운은 함께 만나는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곤 했다.


신혼부부라고 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지극히도 깊은 사랑이 보이는 기분 좋은 연인. 그녀가 전 남친으로 힘들어할 때 친구였던 그가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감싸주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포근한데 그녀가 넘어가지 않을 리 없다.


역시나 그 포근함에 얼음장 같던 마음을 활짝 열었다. 힘듦은 그 덕분에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올 즈음 차츰 아물었고 그렇게 그 둘은 자연스레 연인이 되었다. 왜 이 세상에는 영원한 사랑이 없는 걸까. 더는 결혼이 사랑의 마침표도 아니고, 좋았던 기억들을 묻어둔 채 어쩔 수 없이 끝나는 사랑에 왜 항상 아파해야만 하는 걸까.


둘의 헤어짐도 결국은 익숙함이 더해진 권태기였다. 권태기를 잘 극복하면 결혼으로 가는 건가? 그럼 결혼 후의 권태기는? 여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네가 밥 먹는 모습이 보기 싫다는 경악할 만한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권태기라는 놈이 무섭다. 다시 그녀는 3년여 전의 그때처럼 힘들어하고 있고, 이젠 그 곁을 지켜줬던 그마저도 힘들어 하고 있다.


양쪽을 다 아는 우리는 어쩔수 없이 같이 힘들어하고 있다. 건전하고 유쾌했던 모임이 누군가를 빼고 만나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날짜를 가늠하기가 여간 어렵다. 그 둘이 다시 만나는 건 더이상 안될 일이겠지? 너무 잘 어울렸던 그들인데 더이상 그들을 예전처럼 볼 수 없음에 이건 무슨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소중한 인간관계가 사랑으로 엮였다 흐트러지면 제대로 회복되는 경우를 잘 본 적이 없다. 한강에 둘러앉아 코끝이 시큰거리는 추억거릴 얘기하던 그때로 그들도 우리도 돌아갈 순 없겠지. 정말 어렵다. 어려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 제일은 사랑인 것 같다.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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