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로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 [시각예술]

가을이 담긴 작품들을 느껴보자
글 입력 2019.09.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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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뜨거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인 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짧지만 아름다운 이 순간을 길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가을이 흠뻑 담긴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포착한 가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훨씬 풍부하고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가을을 함께 감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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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on Schiele <Winding Brook>, 1906



우리가 ‘에곤 쉴레’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다. 격렬하고 거침없는 느낌은 찾을 수 없고 부드럽고 온화한 색과 선만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에곤 쉴레가 표현주의에 심취하기 전에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풍경화처럼 맑고 고운 자연의 색을 진실하게 담았고,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잡아내어 한 화면에 묘사하였다.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는지 잎들이 양 옆으로 밀려나있다. 옆에 흐르는 개울과 그 개울에 반사되는 가을의 풍경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실제 가을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작가가 바라봤을 그 순간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그만큼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가을의 순간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바라보고 있으면,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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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François Millet <이삭줍는 사람들>, 1857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밀레의 작품이다. 밀레는 농민의 일상을 자주 그리곤 했는데, 이는 상류층을 비판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알리고자 한 의도였다. 뒤쪽에서 말을 타고 수확한 곡식들을 거두어가는 상류층의 모습이, 허리를 굽히고 담담하게 이삭을 줍는 여인들과 대조된다. 노동하는 농민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작품의 전반적인 색이 어둡고 잔잔한 느낌이다. 이는 경건하고 진지한 눈으로 농민들을 가만히 바라보게 만든다. 가을은 여문 곡식들을 거두어 풍족함을 주는 계절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중심에 농민이 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이라 놓치기 쉬운 그들의 가치를 밀레의 작품으로 되새기게 한다. 그가 담아낸 가을의 모습은 추수의 감사함과 농민의 중요성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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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ncent Van Gogh <프로방스의 추수>, 1888



반 고흐는 농촌 풍경을 주로 그린 밀레의 작품에 큰 애정을 품고, 강렬한 태양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는 프로방스로 향했다. 농촌 풍경에 집중하는 시기를 보냈고, 색에 대해 깊게 탐구했다. 이곳에서 그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색이라 할 수 있는 ‘밝은 노란 색조’를 찾아냈고 이를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해냈다. 위 그림은 그의 대표 색이 묘사된 작품 중 하나이다.


가을 낮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뜨거운 태양의 노란 빛 그리고 익은 벼의 노란 색이, 노란 색을 탐구하는 고흐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란색들이 하늘의 파란색과 대조되어 더욱 도드라진다. 가을의 가장 풍요로운 한 장면을 그림으로 더욱 아름답게 만날 수 있음에 즐겁다.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며,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선명한 ‘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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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stav Klimt <Beech Grove I>, 1902



구스타브 클림트가 표현한 가을 숲의 모습이다. 그가 휴식과 안정을 위해 자주 찾던 아터제 호수 근처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클림트는 풍경화를 그릴 때, 모든 인간적 잣대와 편견을 배제하고 자연만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클림트 하면 떠오르는 황금 빛 색채 그리고 추상적 묘사 기법은 가을 잎과 잘 어우러져 있다.


클림트가 그린 숲에서 가을의 고즈넉함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자작나무와 낙엽의 모습이 감상자들을 차분하게 만든다. 무성하고 푸르렀을 잎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지고, 차가운 하얀색의 자작나무는 쌀쌀한 온도를 더욱 차갑게 만드는 듯 하다. 가을의 특징이 잘 담긴 탓일까, 이 숲속을 보고 있으면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저절로 들리는 것 같다.


*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가을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형형색색의 가을 풍경, 수확하는 농민들의 모습, 따사로운 볕과 풍요로운 곡식, 차분해지는 가을 숲. 각각의 작품마다 서로 다른 가을이 담겨있다. 작품 속을 거닐고 싶을 만큼 작가들의 묘사는 경이로웠다.


다가오는 10월, 다채로운 가을 작품과 함께 계절을 만끽해보자.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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