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스터데이", 굳이 로맨스여야 했나 [영화]

글 입력 2019.09.3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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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는 2019년 9월 18일 개봉작으로, 영국의 대니 보일이 제작한 드라마, 로맨스 영화이다. 히메쉬 파텔(잭 역)과 릴리 제임스(엘리 역)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당신에게도 찾아온다면?

하루하루 힘겹게 음악을 하던 무명 뮤지션 잭.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전세계가 동시에 정전이 된다! 다음 날 세상에선 비틀즈가 사라지고, 오직 잭만이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게 된다. 특별한 기회를 만난 잭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운명에 섰는데…



이 글은 영화 <예스터데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것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떨까? 더 이상 세상에 강동원이 없고, 떡볶이가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예스터데이>는 아마 감독의 이런 사소한 상상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것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주인공만 그것을 기억한다. <예스터데이>는 이 설정에 맞춰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다.

감독은 주인공의 도덕적 딜레마와 영향력의 확대를 위해 "비틀즈"를 등장시킨다. 무명 가수였던 잭은 비틀즈 음악을 홀로 기억하는 것을 알고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들의 노래를 통해 성공할 것인가, 표절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인가? 잭은 고민 끝에 세상에 "비틀즈"의 음악을 내보인다.

영화 속 잭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는 아마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남의 것으로 성공을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럼에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비틀즈"의 음악을 세상에 구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더 큰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의 내적 갈등과 선택, 선택에 대한 책임 과정은 내가 <예스터데이>를 보러 가고 기대를 걸었던 이유이다. 과연 감독은 그의 이런 심리를 어떻게 표현할까 싶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이러면 어떨까?"의 마음에서 출발한 영화는 연극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줄 것 같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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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가 상황을 묘사하는 방법은 즐거웠다. 구글 검색 결과를 통해 세상에 "비틀즈"가, "코카콜라"가, 담배가 없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 관객이 이해하기 쉬웠고, 특히나 "비틀즈"를 검색했을 때 벌레만 검색되는 것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유쾌했다.


또한, "비틀즈"의 음악이 그 자체로 성공 수단이 됨을 보여주기 위해 주인공 잭을 "잘생기지 않은", "매력 없는" 캐릭터로 설정했다는 점도 즐거웠다. "비틀즈"의 음악을 그만이 기억한 후, 정말 실력만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될 만큼 획기적인 곡들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각종 SNS를 활용해 그의 인기 상승 과정을 보여준 부분, 존 레논이 살아있다는 가정을 한 부분 등 영화가 주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보였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스터데이>에 큰 실망을 했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비틀즈"도 "로맨스"도,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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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에 대한 혹평은 대부분 "비틀즈 음악이 BGM만으로 소비되다니..."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2018년 10월에 개봉했던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사람들이 음악 영화에 갖는 기대치는 전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비틀즈"라니, 전설의 "비틀즈"라니, 당연히 <예스터데이>에 거는 기대의 다수는 "비틀즈"의 음악을 향한 것을 수밖에 없다.

"비틀즈"에 대한 기억이 없는 20대의 나에게 <예스터데이>는 그들의 음악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지 못했지만, 그러한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큰 실망을 줬다고 한다. <예스터데이> 속 "비틀즈"는 관객이 추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그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밴드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관객과 따로 진행되고, 관객은 "비틀즈" 음악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먼 곳에서 바라보다 영화가 끝이 난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관객이 영화에 동참할 수 없었다. "비틀즈"에 대한 기억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화관을 향하는 걸음이 누구보다 설렜을 텐데, 그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

또한, "존 레논"이 살아서 나오는 장면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그가 죽은 원인을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그의 죽음을 잘 아는 사람들을 관객층으로 노린 영화라면, "비틀즈"를 그 관객층이 원하는 만큼 다뤄내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존 레논"이 광팬에게 살해된 것이 유명한 사건이긴 하지만, 어린 연령층의 관객에게는 굳이 찾아봐야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을 가진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고, 그 장면에 공감하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굳이" 천문학적인 저작권료와 어려운 저작권 허가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비틀즈"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예스터데이>는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이고, 다른 장르이며, <예스터데이>의 핵심은 "비틀즈"가 아니었다. <예스터데이>는 그만의 매력이 있고, 유쾌한 설정과 가치가 있다. 따라서 음악영화로서 "비틀즈"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애초에 목적이 아니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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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과연 <예스터데이>가 그만의 감동과 가치를 전해주는 데에 충실했나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설정도 좋았고, 연출도 좋았다. 주제는 완벽했다. 풀어나가기만 하면 되겠다, 했는데, 갑자기 영화는 흔하고 유치한 로맨스 영화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두고, "사랑"을 논한다고?

주인공 잭이 음악적 실력에 대한 강조를 위해 외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설정된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는 남자친구로서 더욱더 매력적이지 않았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여자주인공 엘리에게 상처를 주었고, 영화가 끝나기 몇 분 전에야 그녀를 찾았다.


*

그에게 주어진 성공에 대한 기회와 사랑에 대한 기회는 절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 앞에서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며 욕심을 부리다 놓치고 후회하길 반복한다. 엘리가 다른 남자를 만날 때까지도 그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엘리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도 전 세계인 앞에서 사랑을 고백했다는 점은 영화이기에 용서가 되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엘리의 마음이 아직 잭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잭의 이야기만 아름답게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영화 속 "잭"이란 캐릭터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될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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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을 만나 그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삶"을 살았다고 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가치에 "사랑"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주제에 굳이 "사랑"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의 내적 갈등과 인간의 욕심, 기회를 마주했을 때의 심리에 대해 따라가다가, 엘리와의 관계에 대한 장면이 나오면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비틀즈"의 음악으로 천재 작곡가가 되고 세계가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개인이 아니다. 그의 행동과 말들에 세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을 자꾸만 간과하는 듯한 그에게 화가 났다.

그는 결국 세상에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나는 그 과정에 "사랑" 들어가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들어감으로써 그의 내적 갈등 과정이 성공과 기회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성공과 사랑의 외줄 타기로 보였다는 점이 아쉽다.




명확한 정체성을 찾았다면 더 완벽했을 영화 <예스터데이>



<예스터데이>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다.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영화였다. 설정도 묘사도 보는 이를 즐겁게 했고,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는 시도는 좋았다. 어떤 이에게는 음악, 로맨스, 철학까지 모두 갖고 있는 종합 선물 세트처럼 다가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스터데이>의 기획 의도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영화라면 "비틀즈" 음악과 그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더욱 강조할 수 있었을 테고, 로맨스 영화라면 조금 더 "비틀즈"에 힘을 뺐어도 좋았을 것 같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 해서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스토리나 기획 의도는 좋았고, 인물의 설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이 보였다. 가령 소속사 사람들과 주인공, 주인공과 "비틀즈"를 기억하는 두 사람, 그리고 "존 레논"과 주인공 등의 인물 대비 구도를 뚜렷이 비치려고 한 점은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였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좋았던 부분들이 분명히 많았기에 그 아쉬움 때문에 더욱 혹평을 가하게 된다. 분명 최악은 아니었지만, 최선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스터데이>의 주제는 충분히 더 많은 것들을 깊이 있게 다뤄낼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깔끔했다면, 보는 사람이 더욱더 쉬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대로 <예스터데이>를 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음악도 있고, 사랑도 있고, 가치도 있는 <예스터데이>, 뮤지컬로 만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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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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