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더 이상 '서브컬쳐'가 아닌 만화의 도약을 위해, 인디애니페스트2019

글 입력 2019.09.0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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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친구들과 '머글들은 무엇을 하고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지금 돌아보면 좀 웃긴 주제인데, 필자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말로 궁금하다. 어떻게 만화를 안보고 재밌게 살까? 만화 특유의 현실감은 다른 장르와 독특한 맛이 있다.


한번이라도 좋은 만화를 맛보았다면, 아마 손쉽게 털고 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말 멋진 만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어릴적 지식인에 'xx같은 만화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을 쓰고 검색하지 않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는 씹덕 인구가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말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디지몬 어드벤처', '원피스'에서 끝이 났다고? 에이.

우리가 '만화'하면 생각나는 서브컬쳐 클리셰 덩어리 작품에도 그 특유의 맛이 있다. 물론 수박만한 가슴 크기의 여자 전학생이 찐따 남자 주인공에게 반했다거나, 머리에 포마드를 잔뜩 바른 집사가 아가씨, 아가씨하는 상황이 좀 부조리한 웃음을 자아내기는 한다.


그래도 만화에는 분명 그 장르만이 가질 수 있는 굵직한 감동이 존재한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손에 꼽는 명작들은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예술 작품의 감동에 못지 않았다. 우리는 책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도 여성의 실존과 유대를 경험 하지만, 왕자님이 되고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던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소녀 혁명 우테나>에서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좋은 작품에 장르는 큰 의미가 없긴 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씹덕으로서 살아온 필자가 돌이켜 고백하자면, 만화의 가치는 종종 무시되는 것 같다.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만화가 먼저 떠올라서 일수도 있고, 환상을 죄악시 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당시에 오타쿠는 '안경 여드름 돼지' 정도의 위치를 차지했던 것 같다.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도 '페이트짱'이 나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화예술의 한 장르를 좋아한 것 뿐인데, 교양인이 아니라 추한 존재로 취급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필자는 이런 사회 분위기가 국내 만화발전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 옛날 이야기다. 유튜브를 필두로 영상 콘텐츠는 문화예술계의 선봉대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가치는 더이상 '서브컬쳐'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인디애니페스트 2019는 '어린이용' 만화가 아니라 하나의 진지한 예술장르로서의 한발자국 나아가려는 만화 애호가들의 시도다.


올해 15주년을 맞은 인디애니페스트2019는 국내 유일의 독립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에서 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발돋움 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목도할 수 있는 국내경쟁 부문 본선 진출작 52편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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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을 맞은 올해 인디애니페스트2019의 슬로건은, 15를 뜻하는 ‘보름’과 만물이 생동하는 ‘봄’, 눈으로 대상을 즐기거나 감상하다는 뜻의 ‘보다’를 하나로 합하여, 한 글자로 조어한 ‘볾’이다. 포스터에서는 우리의 전통 민화인 ‘문자도’로 재해석되어 최신 트랜드인 ‘뉴트로’스타일로 완성됐다.

인디애니페스트 사무국은 “15주년을 맞은 만큼 올해의 슬로건과 공식 포스터는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마치 표의어인 한자처럼, 순 한글로 조탁한 ‘볾’도 확장 가능성이 무한한 뜻을 품게 한 것이 포인트다. 드높은 가을 하늘의 빛나는 보름달처럼 가득 찬 독립애니메이션을 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보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인디애니페스트는 직전 연도의 대상 수상 감독에게 이듬해의 영화제 트레일러 제작을 의뢰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신인 감독다운 참신한 소재와 톡톡 튀는 발랄한 감성으로 지난해 인디애니페스트의 관객은 물론 관계자들 모두를 매료시킨 정다히, 권영서 감독은 <겨털소녀 김붕어>의 대상 수상과 동시에 일치감치 올해 발표될 트레일러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인디애니페스트2019 공식 트레일러



인디애니페스트2019 트레일러는 시계를 보고 신문을 보는 남자, 맞선을 보며 서로의 성격을 맞춰보는 남자와 여자, 우는 아이를 돌보는 여자, 테블릿PC를 들여다보는 기린, 누군가의 흉을 보는 뒷담화, 용변을 보고 지나가는 개 그리고 이들을 몰래 지켜보는 염탐군이 등장한다.

이들 모두는 단 하나의 씬, 단 하나의 컷에 담겨 최소의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존재 저마다의 ‘볾’을 시전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 한번의 진동의 울림소리로 그 모두를 카메라의 시선 혹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과 마주보게 한다. 인디애니페스트2019 올해의 트레일러 특징은 이렇듯 단 하나의 씬과 컷, 단 한번의 울림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주며, 올해의 단 한 글자 슬로건 ‘볾’에 완벽하게 조응한다.

트레일러를 만든 정다히, 권영서 감독은 “우리는 온갖 모순 속에서 현실을 살며 작품을 보고, 작품 또한 온갖 모순의 현실을 다양하게 표현하지만 그 모두가 불완전하다. 우리가 작품을 보지만, 실은 작품이 우리를 보고 있다. 어쩌면, 현재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작품과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볾’ 트레일러의 내밀한 제작 콘셉트를 전했다. 필자는 감독의 이런 후일담에서 다양한 시점의 하나의 씬으로 모을 수 있는 것도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진 연속성과 표현 형식이 자유로운 회화적 특성을 가진 만화의 특징이라는 생각을 헀다.

원씬 원컷의 재기발랄함과 속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공식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인디애니페스트2019는 다음달 19일부터 24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만화의 의미있는 도약이다. 이번 기회에 서브컬쳐가 아닌 만화를 다시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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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페스트2019

- Indie-AniFest 2019 -

일자 : 2019.09.19 ~ 2019.09.24

상영시간

인디애니페스트 홈페이지 참고

장소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티켓가격

일반상영작 6,000원

(청소년/장애인/단체 3,000원)

개, 폐막식 선착순 무료 입장

주최

(사)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주관

인디애니페스트2019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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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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