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ear My Italy: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글 입력 2019.09.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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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들이 쌓여가며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잃어가고 있다. 내게는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희망이 필요했다.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고 난 후 나에게 돌아오는 선물에 대한 확신.

내년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무작정 예매했다. 여행 경비 마련 생각도, 일행도, 일정도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떠나고 싶었다.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떠나 잠시 나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더는 인간관계도, 과제도, 일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를 놓고 계속 고민했다. 어디를 가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겠지만, 뭔가 이번 여행은 특별했으면 하는 생각에 나라 선택에 신중했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는, 그들의 열정과 낭만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나의 모든 것들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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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가면, 정말 현실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역사가 살아있고 거리 하나하나 엽서 속 사진 같은 예쁜 도시. 정말이지 내가 서울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 것만 같았다. 그 분위기에 취해 현재 나를 수식하는 것들을 전부 잊고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다. 20일가량의 여행은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완전히 이탈리아에 스며들고 싶다.

10년 전에 유럽 여행을 하며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여럿 갔지만, 한곳한곳 느끼고 오기엔 시간이 짧았고 내가 너무 어렸다. 이탈리아와 친해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 외에는 보지 못했고, 영화 속 건물들을 실제로 보고 “우와!”했던 기억밖에 없다. 내게 필요한 건 그 이상의 무언가. 이탈리아와 내가 완전히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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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탈리아 여행 계획


여행은 설레는 일이다. 여행은 현지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 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준비 과정부터가 시작이다. 계획을 짜고, 여행을 준비하고, 설레는 모든 과정이 여행 일부이기 때문에,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내가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구매한 그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아직 출발까지 남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고 알아가고 싶었다. 나는 이탈리아가 나오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탈리안잡”, “로마의 휴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많은 영화를 찾아볼 수 있었고, 내가 처음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며 본 영화는 바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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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2010년 라이언 머피 감독이 제작한 미국의 드라마, 로맨스 영화이다.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젠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 가족, 사랑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일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제 인생도 사랑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사실 ‘이탈리아가 배경인 영화’라고 하기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이탈리아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리즈는 자신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 인도, 발리 총 세 나라를 여행했고 각각의 여행지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느끼고, 얻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영화를 완벽하게 짚어냈다. 그저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있던 전보다 나는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탈리아가 배경인 영화를 보며 조금 더 이탈리아와 가까워지려 했으나, 영화를 본 후에는 이탈리아가 아닌 나와 더 친해지게 되었다.

그녀가 각각의 여행지에서 얻어온 것들을 나도 나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느껴오고 싶다. 나도 여행하기 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돌아오고 싶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본 후, 나의 이탈리아 여행에 세 가지 목표가 생겼다. 아마 여행을 실제로 떠나기 전부터 내가 계속해 고민해야 할 숙제들이 될 것이다.



Dolce far niente (돌체 파 니엔테), 달콤한 게으름



리즈는 첫 번째 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 자신이 집착하던 것들,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운다. 파괴의 위력과 기능에 대해 깨닫고 자신의 가두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솔로로 지낸 기간이 몇 주가 채 되지 않는다는 리즈.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자신이 집착하던 것들을 놓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제대로 즐기는 법을 모른다고 말한다. 광고를 보고서야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품는 미국인들과 다르게 이탈리아 사람들은 떠나라는 광고를 보면 “암, 그렇고말고! 그러려고 했어!”라고 한다고. Dolce far niente (돌체 파 니엔테), 달콤한 게으름. 이탈리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즐길 수 없는 건 아마도 마음 한 켠의 불안함과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이탈리아인들을 보며, 그들이 정말 삶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진심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느끼며 살아간다. 뭘 해도 자연스러웠고, 그러니 참 멋있어 보였다.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만드는 열정을 늘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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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왔다. 단 한순간도 편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 내가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고, 나는 그것들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것들을 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여행을 결심하기 전, 나는 자꾸만 조급해졌다. 힘든 일을 겪고 어떻게든 잊으려고 시작했던 많은 일들에 치여 자꾸만 지치고 스스로에게 쫓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놀러 나가도 마음이 불편하고 진심으로 즐기는 법을 자꾸 잊게 되었다. 내가 다시 열정과 진심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늘 고민했다. 이탈리아에 가면 알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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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탈리아에 가서 조금 더 그들의 삶을 자세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 속에 있으면 그 열정이 전해질 것 같다. 내가 얽매어 있는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놓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법을 익히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신경 쓰느라 진심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잊어버리고, 진짜 내가 어떤지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 그렇게 살다가 돌아봤을 때 과연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일까? 나는 정말 의무를 다한다고 행복한 사람이 될까?

 

일정에 치이거나 목적지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해야겠다. 그 속에서 내가 어색한 여행객이 아닌, 함께 즐길 줄 아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시간낭비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용서해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남자친구에게 서로를 놓아주자는 메일을 보낸 후 인도로 떠난다. 그곳에서 리즈는 자신을 용서하고, 나를 찾는 연습을 한다. 집중도 못하고 화를 내던 처음과 달리 리즈는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치유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은 자기최면을 건다. 나는 괜찮다. 나는 잘 하고 있다. 내 방식이 옳다. 하지만, 이 말은 결국 나는 괜찮아야 한다, 나는 잘 해야 한다, 내 방식이 옳아야 한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 리즈의 이런 생각을 깨 준 것이 리차드이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계속해 스스로를 괴롭히던 리차드는 스스로와의 화해를 노력하며 치유되는 모습을 보인다.


*


내가 나의 일들에 자꾸만 집착했던 이유도 결국 나를 용서하지 못 해서였다. 나는 내가 자꾸만 힘든 일들을 떠올리며 울고 아파하는 게 싫었다. 그깟 게 뭐라고 내가 울어야 하나, 왜 내가 신경을 써야 하나. 그래서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내게 화를 내고, 이러고 있을 시간에 뭐라고 하라고 강요했다. 나는 나를 힘들게 만든 선택들을 후회하고 나를 원망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을 알고 있다. 그냥 힘든 걸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했고, 나를 인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나를 용서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 나는 나의 모든 선택들과 과거들을 인정하고 위로해주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 전에 나를 용서하고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그곳에선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를 원망하는 일은 시간 낭비와 같다. 달라질 것도 없고, 계속해 과거에 갇혀 앞을 못 보게 한다. 알면서도 하게 되는 것이 후회라 도대체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그때 나는 어렸고, 어린 나의 최선이었을 텐데 이제는 너무나 많은 원망을 듣는 존재가 돼 버렸으니…

 

웃으며 추억하는 것까지는 힘들더라도, 낭만적인 이탈리아에서 돌아오는 나는 조금 더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하는 나였으면 좋겠다. 그 때도 화해하지 못한 내 모습이 있다면, 나는 꼭 나를 용서하고 안아주고 돌아오고 싶다.


 

 

내 주제어는 '아트라베시아모'. 함께 건너자



리즈는 마지막으로 발리에 가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실천하고, 조금 더 나은 모습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열기 어렵고 균형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녀는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놓고 망설인다.

 

“때로는 사랑을 위해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의 일부야.” 뉴욕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그녀는 스승인 카투가 한 말이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새로운 사랑인 펠리프에서 달려간다. 두려움을 이겨낸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후회와 반성, 깨달음이 있다 해도 변화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두려움에 굴복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또다시 제자리 걸음을 반복할 뿐이다. 모든 깨달음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리즈에겐 발리가 그 도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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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탈리아도 미래를 위한 도약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비우고 나를 찾은 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갇혀 있던 마음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한 내가 되어 돌아오고 싶다.

 

힘든 일을 겪은 후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게 되고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나를 비우고 용서해도 다시 한걸음을 내딛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도 걱정이 된다. 스스로 한발을 내딛기가 두렵다면 어떠한 계기를 갖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탈리아에서 나는 세상에 마음을 열고, 조금 더 자신 있게 나아가는 법을 익히고 오고 싶다.

 

*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길게, 멀리 떠나는 자유여행. 나에게 주는 큰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굳이 이탈리아가 아니어도 좋지만 굳이 이탈리아면 좋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며 크게 느꼈다. 이탈리아인들의 그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다. 그 속에서 나도 함께 자유로워지고 싶다.

 

도시마다 너무도 다른 특색이 있는 이탈리아를 돌며, 그 풍경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매일 그곳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느끼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을 상상하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리고 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탈리아 여행의 첫발. 나는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얻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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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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