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락방에서 들려주는 미술관 이야기 - 다락방 미술관

글 입력 2019.09.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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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미술관>을 처음 받았을 때, 방구석 미술관이 생각났다. 우연은 아닌 것처럼 제목이 너무나도 비슷했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은 문하연 작가만의 세계가 담겨있었다.


<다락방 미술관>은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27명의 작가를 다뤘다. 저자의 특별한 점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술을 좋아해서 작품을 공부하다 보니 전문적으로 기고하게 되었다고. 이점이 작가의 메리트고 또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겠구나 싶었다. 예술 그리고 미술관은 진입장벽이 높기에 그 장벽을 허물만 한 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락방 미술관>의 장점은 다양한 작가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베르트 모리조, 케테 슈미트 콜비츠 등 대부분의 미술 교양서적이 다루지 않았을 법한 작가들을 꽤 흥미롭게 다뤘다. 또 다양한 작가들을 다루지만 내용이 너무 짧아 허무하게 느꼈던 적은 없었다.


다락방에 엄마 몰래 들어가서 먼지가 쌓인 물건들을 훔쳐보다 나왔는데, 그 물건의 쓰임이나 용도를 꽤 짐작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또 다락방에 들어간다면 굳이 그 물건이 아니라 다른 물건을 찾아 떠날 수 있겠다 싶었다.

 

흥미로웠던 작가는 나혜석이다. 20세기 현대미술 파트에서 프리다 칼로와 피카소 사이에 당당히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를 통해 1930년대 대한제국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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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화상은 말하고 있다. 나는 인형이 아니오. 살아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이외다. 사랑하고 흔들리고 고뇌하고 후회하는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외다.



근대에 세계 일주와 연애, 이혼을 겪은 그녀는 봉건사회는 보지 못하는 그 너머의 것들을 한 인간으로서 느끼고 있었다. 문하연 작가가 현대미술의 거장들 사이에 그녀를 다룬 이유를, 다락방미술관이라는 책에서 전하고 싶었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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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분출하는 감정에 흩뜨려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이외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 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 내가 만일 당신네 같은 남성이었다면 오히려 호탕한 성품으로 여겨졌을 거외다.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슥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내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



나혜석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녀의 외침 덕에 우리는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었고, 나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작가 한 명 한 명을 다루는 문하연 작가의 이야기는,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이야기를 눈앞에 생생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다락방 미술관>덕에 작품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수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미술관을 어려워하는 누구라도 다락방 미술관에는 방문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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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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