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기자기, 사람냄새 솔솔 나는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예능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대화의 미학
글 입력 2019.09.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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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즐겨보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TvN의 <유퀴즈 온더 블록>(이하 유퀴즈)를 뽑는다. ‘유퀴즈’는 국민MC 유재석과 개그맨 조세호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시민들에게 퀴즈를 내고 상금 100만원을 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퀴즈를 주변에 매우 추천하는 편인데 매 회 보면서 웃다가도 울컥하게 된다. 웃기기만 하고 서로 속이고 험담하는 내용이나, 시시콜콜한 연예인들의 사생활, 가십거리 등을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아주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들을 듣는데 특별하진 않지만 진심어린 그 내용들이 너무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뷰 후에 상금을 주는 포맷도 너무 좋다. 100만원이라는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한다. 퀴즈를 맞히지 못해도 주어지는 두 번째 찬스 ‘자기백’ 뽑기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어떻게든 선물을 주겠다는 프로그램의 선한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시민 인터뷰 자체에 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예능이었다가 다큐였다가 다시 예능으로 마무리된다.

 

인터뷰의 대상자는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까지 가리지 않는다. 아이의 순수한 답변도 어르신의 숙연해지는 답변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유퀴즈에 나오는 질문 자체가 꽤 좋아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최근에 봤던 것 중에 26화 목표편, 28화 대전편, 30화 광복절편은 특히나 좋아서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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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초등학생 두 친구들 이었다. 질문은 어른이 되는 것과 어린이로 남는 것 중 어느 쪽을 고르겠냐는 거였는데 둘 다 어린이로 남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유가 취업준비와 입대 크리. 걱정 디테일 무엇? 자막마저 웃기다. 그러다 엔딩에선 쓱 울고 말았다.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모습이 나오면서 세월호 추모 BGM <아직, 있다>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

 

“기억하는 만큼 잊으며 사는 우리 오늘은 또 무엇을 새기고 지웠나 지워서는 안 될 삶의 일부가 있다면 각자의 낡은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기를 긴 세월 돌고 돌아 무뎌져 가는 이 아픈 기억처럼” 잔잔하지만 아주 진한 울림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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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편은 노잼 대전이 유잼으로 바뀌며 마무리 되었다. 카이스트에 나오는 학생들 편이 기억에 남는다. 같은 춤 동아리에서 활동한다는 커플을 보면서 학교 다닐 때 CC였던 파릇파릇함도 생각이 나고, 등록금걱정, 취직 걱정하는 모습에 공감도 갔다.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학생의 담담한 표정에서는 먹먹하지만 대견함이 느껴졌다. 소재가 특별하지 않아도 진실 된 내용이라 그런지 울림이 상당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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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편 ‘나의땅’은 아주 대놓고 감동, 감동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독립운동가가 서른 세분이나 생존하고 계시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나라가 힘이 없어서 강제 노동당하고 모진 고문 다 겪어낸 할아버지의 말씀 한 마디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승병일 독립 애국지사께서는 지난날의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청년들에게 “여러분의 나라인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세요.”라는 말을 남기셨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절 옥매 광산에서 강제 노역을 당했던 분들의 죽음을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유일한 생존자이신 김백운 선생님의 말씀, “나라를 생각하는 어른이 없는데, 요새 젊은 애들한테 뭐라고 부탁을 하겠어.” 피와 땀으로 지켜낸 소중한 나라를 제대로 인식해본 적이 있나 싶으면서 부끄러워졌다. 국가, 국적이라는 형태가 많이 퇴색되기는 했으나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우리나라가 제일 편하고 안전하며 그 속에서 나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한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는 덤이다.


*

 

사실 유퀴즈의 또 다른 작은 재미라 한다면 유재석, 조세호씨의 티키타카가 아닐까 싶다. 점심 먹방 장면에서 서로 핀잔주는 장면은 별거 아닌데 재미나다. 유튜브에 나오는 먹방러들과는 다르게 적당히 편안히 먹는다. 서로를 ‘자기야’라고 부르는 아기자기와 큰자기 두 분의 케미가 잘 맞아 시민 인터뷰도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거 같다.


간혹 방송에 나오지 않는 미 방송 편이 유튜브채널에 따로 올라오는데 왜 편집 됐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나는 이것마저 챙겨보는 편이다.) 오늘도 고생하는 두 MC의 멋진 질문들과 오늘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동네 주민들의 답변이야기, 시간 나실 때 사람 냄새 폴폴나는 ‘유퀴즈’ 한 편 보시길 추천하는 바이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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