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예인과 수컷 공작 [문화 전반]

수컷 공작의 루키즘
글 입력 2019.08.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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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외모지상주의

매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훑다 보면 가끔 내용이나 댓글이 자극적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없는 기사들이 있다. 신문의 섹션들 중 가장 자극적인 섹션은 정치와 연예 섹션이다. 이 두 섹션은 보다 보면 마치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가득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이런 기사를 썼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 글을 읽는 느낌보다는 맥락 없는 생각을 주워듣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와중에 가끔 연예섹션을 보면 유독 악플이 고정적으로 달리는 연예인이 있거나 놀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기사들이 나오는 연예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 모 연예인의 경우 다이어트 소식이 들리면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못났다', '관심 없다, 그만 나와라' 등의 악플이 달리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 다이어트가 끝나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기자들이 근황 사진을 가지고 다이어트 중인 연예인이라고 계속 관심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스타들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모지상주의에 노출되어있다. 특히 인기를 얻을수록 활동에 외모가 고려되지 않던 연예인들 마저도 더 혹독한 외모지상주의를 겪는다. 하지만 반대로 외모적 편견이 항상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19년 7월 여성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 1위를 한 마마무의 화사와 2018년 7월 여성 아이돌 브랜드 평판 1위를 한 모모랜드의 주이의 인기는 외모적 편견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다른 연예인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에게는 외모적 편견으로부터의 압박과 자유가 동시에 주어지고 있다.



수컷 공작의 꼬리 깃털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연예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과 수컷 공작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사이의 공통점은 외적, 미적 기준을 척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공작만큼 화려함이 부각되는 동물은 드물다.

사실 우리는 공작의 생태나 암컷 공작의 모습은 잘 모르지만,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만큼은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을 볼 때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관찰하고 판단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컷 공작을 '아름답다'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화려함 속에도 공작만의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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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깃털은 화려한 생존경쟁이다


찰스 다윈이 자연선택 이론을 연구하던 당시, 그는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 자연선택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연선택 이론은 자연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형질을 갖게 되는 방식인데, 수컷 공작은 눈에 띄게 화려하고, 포식자들로부터 도망가기 어려울 정도로 거추장스러운 꼬리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극히 비합리적인 진화를 거친 공작을 보고 다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다윈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주장했다. 성적 선택 이론은 수컷 공작의 구애는 꼬리를 이용하며 꼬리의 화려함이 수컷의 경쟁력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래서 수컷이 가진 화려함의 척도는 수컷 공작의 경쟁력의 척도이며 자격으로 볼 수 있다. 마치 외모를 기준으로 한 경쟁방식처럼 말이다.

수컷 공작처럼, 대중매체의 연예인들은 외모적 기준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이 대중매체에서 이쁘고 잘생긴 연예인을 원하는 건 대중매체와 아이돌의 숙명이다. 대중매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대중매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좋아할 만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대중매체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비범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평범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인기와 관심은 금방 식고 만다. 아이돌 또한 인기를 얻기 위해서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나 재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사람을 주목하며 기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중매체에 등장하고 아이돌이 될 자격이 외모지상주의가 될 수는 없다. 즉, '예쁘고 잘생겨야 연예인 하나요?'라는 질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TV에서 나오는 이쁘고 잘생긴 연예인을 싫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외모에 대한 취향과 선택은 우리 유전자 깊숙이 뿌리내린 번식의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외모지상주의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대중매체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꼭 외적으로 우월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그저 외적인 기준이 하나의 상품성이 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일부 외모지상주의에 기준을 들이미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연예인을 두고 질타한다. 그래서 연예인과 아이돌에게 외모란 대중매체에 등장할 일종의 자격요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으며, 그들은 외모지상주의를 본능적이고 평가의 기준이라 믿는다.

다시 공작 이야기로 돌아가, 앞서 말한 다윈의 '성적 선택이론에 대한 뒷이야기가 존재한다. 먼저, 수컷 공작의 꼬리 깃털에 대한 정확한 미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다윈은 수컷의 꼬리 깃털이 암컷의 선택 기준이 되었다'라고 말했지, 그것이 어떤 이유로 선택되었는지는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아모츠 자하비는 공작의 꼬리 깃털을 '장애 이론'으로 설명한다. 꼬리 깃털이 더 화려할수록 포식자에게 들키기 쉽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살아남아 있다는 능력을 더 강조해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애초에 꼬리의 화려함에 대한 미적 기준의 절대성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꼬리 깃털의 화려함과 번식의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였다. 비슷한 예시로 꼬리 깃털의 화려함과 성적 선택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에서는 암컷의 선택 기준이 꼬리보다 발성과 울음에서 나오는 신호에 더 의존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결국, 우리가 외모지상주의의 대표주자라 생각했던 수컷 공작조차도 애써 만든 꼬리 깃털만으로는 암컷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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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은 화려함보다 바이브로 승부한다


대중들이 꼭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에게만 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매력들, 인간적인 면이나 성격, 그리고 재능까지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스타들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는다. 브랜드 평판 1위를 달성하고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외모지상주의의 단일한 기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돌, 즉 우상들의 세계에서는 외모지상주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별함을 원하는 대중과 그것을 충족시킬 기준은 분명 외모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연예인과 아이돌에게 외모를 강요할 수 없다. 원할 수는 있어도,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폭력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두고 무조건적인 비난은 좀 더 성숙한 문화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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