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릭 요한슨 사진展 : 당신이 좋아하는 관점은?

빛의 방향과 왜곡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 상상속으로
글 입력 2019.08.0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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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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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에릭 요한슨 사진전을 보러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평일이기도 했고, 더군다나 이렇게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데, 설마 사람들로 붐비겠어?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산을 접고 들어가자마자 그건 나의 큰 착각이란 것을 깨닫는다. 지금이 방학기간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입구에서부터 들어가는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다. 오늘의 전시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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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하자마자 에릭 요한슨의 “full moon service”가 벽면 한가득 채워져 있다. 생각처럼 한적한 전시회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벌써 설렌다. 에릭 요한슨을 알게 된 첫 번째 그림이자 가장 좋아하는 작품.


구글 창에서 업무차 필요한 서치를 하다 이 작품을 발견하곤 한참을 에릭 요한슨을 검색했다. 그런 그의 전시를 직접 보게 되다니! 더군다나 이번 전시회는 특별히 그의 새로운 작품 2가지를 더 만나 볼 수 있다하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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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의 전시회는 전부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테마에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끽하게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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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릴 적 상상, 꿈꾸던 미래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해왔던 것들을 작품에 담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풍선을 타고 출근하는 아저씨, 할아버지와 나룻배 위에서 불을 피우며 생선을 구워먹는 손자, 별다른 설명 없이 제목으로만 이루어진 작품들을 보며 우리는 그 안에서 더 많은 상상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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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만 몰랐던 비밀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중 빛의 방향을 잘 살펴보라는 도슨트의 설명이 있었다.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볼 때와 게슴츠레 눈을 뜨고 그의 작품을 들여다볼 때면 빛이 흐르는 방향이 강조하는 순간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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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에서는 풀 문 서비스의 작업방식에 대해서도 비하인드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너는 모르겠지만

사실 달의 모양이 바뀌는 이유는

누군가 매일 달을 교체해 주기 때문이다.



라는 에릭 요한슨이 우리에게 털어놓는 얘기 자체도 너무 기상천외한데 작업방식은 더더욱 기상천외하다. 작은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트럭과 연장 하나하나 전부 사진을 찍고 트럭 안에 보일 듯 말 듯한 달의 주기 사진도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디테일이었다. 가장 적절한 빛의 방향을 찾기 위해 노을지는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가장 예쁘고 적당한 달을 걸기 위해 바닥에 놓여 있는 달을 살핀다.


믿기지 않겠지만 바닥에 놓인 모든 달에는 초승달, 반달 등이 제각각 모두 표현되어 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50개 이상의 포토샵 레이어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표현방식이 그의 모든 작품이 선명한 화질과 현실적인 영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듯하다. 작품으로 표현하는 그의 소중한 사건들은 그와 함께 고민하게 되고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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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젯밤 꿈



에릭 요한슨은 창문을 좋아하는 작가이다. 창문이 주는 묘한 실루엣. 즉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수단이자 외부의 풍경까지 상상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관점으로 창문이란 매개체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현실에서 봤을법한 풍경이나 왜곡으로 말미암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것을 창문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비슷한 관점으로 그림자와 반사, 파도의 반복 또한 같은 맥락인데 다른 물질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이러한 매개체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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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작된 풍경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초현실적 감명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 챕터에서는 움직이는 것에 대한 색감표현이 분명 합성사진인데도 무척 현실적이고 선명하다. 이는 존재하는 것들의 오리지널리티 하나하나를 엮어서 퍼즐처럼 연결하여 하나의 화면으로 연출하는 그의 특별한 방식 덕분이란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빛의 방향과 개별적 시점을 하나의 퍼즐로 잘 엮어서 정리하는 것은 그동안 본 적 없는 독특하고 멋진 표현방식이기에 그의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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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상상하고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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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다른 전시회보다 자유로웠고 관람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시회라면 각 작품 앞에 으레 표시되어 있을 가이드라인이 없다. 또한, 그림 옆에는 영어로 된 제목만 있을 뿐,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는 자신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찬찬히 뜯어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관점과 그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해가며 여러 가지 영감을 얻길 바란다는 에릭 요한슨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의심과 질문을 고민하는 순간 영감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하던 그의 관점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합성사진인데도 너무나 초현실적인 감명을 일으키는 그의 믿을 수 없는 작품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절대 녹록지 않음에도 결국 스스로 즐기며 끝까지 해내는 에릭 요한슨의 집요함과 특유의 긍정이 멋지다.


개인의 견해는 쉽게 바뀌기 어렵지만 다양한 작품과 에릭 요한슨 같은 예술가를 통해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닌 항상 깨기 위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과 시작, 불가능과 가능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다 같은 말이다.

 


IMPOSSIBLE IS 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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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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