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호크니", 가장 비싼 현존작가의 생생한 회고록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생을 따라서
글 입력 2019.08.02 17: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대다수의 예술작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예술이란 너무나 먼 존재다. 그런 그들조차도 한번쯤 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은 바로 ‘그래서 이게 얼마라고?’ 되물을 만큼 천문학적인 가격을 들을 때일 것이다.

그런 이들이라면 지금 이 사람에게 주목해야 한다. 현존 작가 중 가장 비싼 회화 작품의 주인공, 무려 1019억원에 낙찰 된 <예술가의 초상>의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를 다룬 영화 <호크니>에 말이다.


teaser_poster01.jpg
 

영화 <호크니>는 영국 요크셔 출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1937~)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그의 성장배경부터 일과 사랑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한 남자의 일대기를 보여주며 가장 잘 알려진 유명작품은 물론이고 초기작과 최신작까지 소개한다.



0. 열정의 시작


영화 속에는 호크니의 다양한 주변사람들이 나와 그의 그림과 사생활에 관해 이야기한다. 호크니의 어린 시절에 관한 설명으로 그 중 한 명이 말하는데, 그는 언제 어디서나 종이에 약간의 귀퉁이만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게 공책 귀퉁이건 버스표 뒷면이건 가리지 않을 만큼 어릴 적부터 그림에 심취했다.

그가 미술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묵묵히 그림을 그리던 그의 모습을 비웃고 조롱하던 커플의 모습을 보고 저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결심을 하고 더욱 매진할 만큼 그는 인생 내도록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불탔다. 호크니는 영국에서 뉴욕, 로스엔젤레스, 산타모니카 등 여러 번 이사를 다니곤 한다. 그러는 중에도 그는 계속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호크니는 화가로써의 작업방식과 정체성을 찾아간다.


ㅋ.jpg
 


1. 열정의 발현


<호크니>를 보는 내내 느낀 건 ‘지루하지 않다’ 였다. 보통의 다큐멘터리는, 특히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어쩔 수 없이 고증과 문서, 그리고 재현을 통해 설명된다. 이미 지나간 일에 생생함을 부여하기란 어렵다.

이런 어느 정도의 불가피한 지루함을 예상했지만 영화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로 호크니가 평생에 걸쳐 찍고 기록한 사진과 영상들 덕분이다. 마치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찍을 걸 알았던 것 마냥 영화는 호크니의 기록물을 빼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다. 호크니는 그의 열정 중 한 부분을 기록에 투자했다.

영화는 젊은 시절부터 쭉 그가 직접 찍거나 친구들이 찍어준 영상과 사진들로 가득하다. 찍어둔 사진은 다음 작품의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도 자신은 사진 찍는 걸 즐긴다고 말할 만큼 방대한 양이다. 호크니는 자신의 일상과 그날의 일기를 글 대신 카메라로 남긴다. 그 덕분에 젊었을 때의 그림 그리는 모습, 패션, 인터뷰, 친구들과의 소소한 만남 등 거의 그의 모든 부분을 재현이 아닌 실제의 생생함으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movie_still02.jpg
 
movie_still04.jpg
 

또 다른 열정의 발현으로는 수영장이 있다. 호크니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예술가의 초상>을 보면 수영장 물결의 표현이 눈에 띈다. 수영장 바닥에 아른거리는 물결의 빛이 아름답게 표현되어있다. 호크니는 그의 여러 작품에서 오랜시간동안 수영장 물결의 표현을 연구해왔다.


호크니_썸네일2.jpg


초반에 물결은 좀 더 단순하고 간결하게 표현된다. 그는 ‘그저 남들과 비슷하게’ 물결을 표현해냈었던 그림이라 말한다. 그 이후 그는 물감에 세제를 섞어서 새로운 질감을 표현해내기도 하고 물이 튀기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며 물과 수영장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특히 아주 섬세하고 얇은 선들로 표현된 <더 큰 첨벙>속 물이 튀기는 장면은 ‘물이 튀기는 순간은 길어봤자 2초 남짓이지만 그리는데 7일이나 걸렸다’라고 말할 만큼 세세하게 그려졌다. 그는 스스로의 틀에 갇히지 않고 발전해 나갔다.


13. _A  Bigger Splash_ 1963 Acrylic on canavs 96_ x 96_.jpg
 
028_2.jpg
 
David-Hockney-Exhibit-Pool-and-Steps-Le-Nid-du-Duc_71A22.jpg
 
david-hockney-swimming-pool-1965.jpg
 


2. 연인과 친구들


호크니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호크니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연인 피터는 서로 첫 연애상대였던 만큼 작품에도 등장하고 서로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그런 피터와의 이별 후 호크니가 한동안 무기력했다는 걸 영상과 인터뷰를 통해 보면 많은 의지를 했던 것 같다.
 
호크니는 자신의 그림 속에 커플들의 모습을 담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그 둘 사이에서만 생길 수 있는 분위기를 담은 여러 작품들은 호크니의 또 다른 시그니처로 말해지곤 한다.


10. _Christopher Isherwood and Don Bachardy_ 1968.jpg
 

영화 속에는 호크니의 친구 중 호크니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헨리가 등장한다. 헨리는 고전문학과 미술에 지식이 해박해 유난히 그것들에 관심이 많던 호크니와 깊은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호크니가 그를 얼마나 믿고 의지했는지는 호크니가 헨리에게 자신의 그림 중 좋은 것을 골라달라 부탁하면 헨리가 몇 개를 고른 뒤 맘에 들지 않는 것들은 그대로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듯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세계와 일생에서 주변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의 진정한 이야기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3. _Henry_ 1988.jpg
 


3. 끊임없는 발전과 현재


데이비드 호크니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늘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상예술이 유행하던 시기에 그는 구상예술에 도전했고 그 안에서도 발전해나갔다. 직접보고 그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고 참고하기도 한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픽셀처럼 이어 붙인 콜라주 기법 또한 인상적이다.

다양한 시점의 풍경 영상을 찍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지금은 아이패드를 사용해 그린 그림들을 공개하며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진정한 거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호크니를 보면 그의 작품들이 허투로 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ㅌ.jpg
 

국내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조만간 막을 내린다. 30만명도 넘게 관람할 만큼 전시의 인기는 최고조였다. 전시를 보고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 더 세세히 알고 싶어진 사람이건 전시를 보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건 영화 <호크니>에서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큰 스크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과 그의 일생 그리고 생생하고 아이코닉한 영상과 사진들을 놓치지 말자.


“모네는 당신이 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반 고흐 역시 그렇습니다. 그는 당신이 주변 세계를 보다 열정적으로 살피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처럼 주변 세계를 보는 것을 즐깁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김유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