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크니, 어디까지 알고 있니? - 영화 "호크니"

글 입력 2019.08.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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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 아트웍 포스터 최종.jpg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은 좋아하지만, 그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했다. 잡지나 유튜브에서 본 인터뷰가 다였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 展>을 다녀와서 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오디오 가이드 없이 전시를 본 탓에 그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전시회를 다녀와서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면, 영화 <호크니>를 보러 가기를 추천한다. 전시장에서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호크니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 <호크니>는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추상주의가 절정이던 시절의 그의 그림부터 사진을 활용한 최근의 작품까지.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는 백발 할아버지임에도 새로운 시선을 찾으려 한다.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시켰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작가가 된 게 아닐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지만 다양한 요소를 활용했다. 호크니의 예전 인터뷰부터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그의 어록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위대해지려고 하면 작아진다



영화 속에 많은 명언이 등장하지만, 이 문장만큼 호크니를 잘 나타내는 것은 없다. ‘돈이 없었을 때도 작업할 돈은 있었다’던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일’이다.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그는 하루 7시간 정도를 일하는 데 쓴다. 호크니 정도라면 더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호크니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하고 싶은 걸 계속해왔다. 새로운 걸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작업 스타일을 과감히 바꿨다. 페인팅, 드로잉, 에칭, 사진뿐만 아니라 팩시밀리와 종이 펄프, 아이패드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뤘다.


호크니는 작품에 대한 쓴소리도 받아들일 줄 알았다. 데이비드는 당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이자 소울메이트인 헨리 겔트잘러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겔트잘러는 그의 그림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내가 호크니였다면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눈물을 보였을 것 같은데 화면 속의 그는 담담하게 그걸 받아들였다.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때로는 자존심을 뭉갤 수 있는 피드백도 수용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렇게 되면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만약 호크니가 유명해지고자 했다면 지금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3. _Henry_ 1988.jpg
Henry
 



새벽 2시는 무언가 결심할 수 있다. 4시는 너무 늦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展>을 보면서 그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그의 유쾌한 면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일례로 호크니는 대학 시절 TV에서 염색약 광고를 보고 금발로 염색하고, 그게 재미있어 계속 금발을 고수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뉴욕이 지겨워 L.A.로 이사하고, 돈이 없어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그의 결단력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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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왼쪽)와 그의 연인 피터(오른쪽)
 

14111.jpg

The Old Guitarist from The Blue Guitar
 


유쾌하고 결단력 있는 호크니도 사랑의 시련을 겪고 힘들어한다. 그의 첫 연인인 피터 슬레진저와의 결별 후 호크니는 절망에 빠진다. 헨리 겔트잘러는 실의에 빠진 데이비드를 위로하고 그가 다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시기에 나온 작품이 바로 <블루 기타 시리즈>다. 시립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땐, 호크니가 왜 갑자기 파란색에 빠졌는지 몰랐다. 단지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다기엔 그의 작품이 가진 색채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가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피카소의 파란색을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관두는 건 그만하거나 거부하는 게 아니다. 다른 곳을 보고 싶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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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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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igger Splash
 


호크니의 시선은 늘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물의 움직임과 햇빛을 표현한 ⟪수영장 시리즈⟫부터 수채화 기법을 연구한 ⟪한 여름의 이스트 요크셔⟫ 그리고 사진 콜라주 작품까지. 특히 입체파의 사진 버전 같은 콜라주 작품은 호크니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호크니는 사진을 직접 콜라주 하는 대신, 여러 각도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로열 아카데미에서 선보인 ⟪더 큰 그림⟫은 150여 점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이 그림은 그가 자란 요크셔의 나무 터널을 그린 풍경화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작품의 제작 과정도 볼 수 있다. 시립미술관에서 이 전시가 제일 인상 깊었는데, 다시 스크린으로 만나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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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igger Picture
 


호크니의 친구들은 그가 원칙을 발견하면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그 원칙은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요소라면 사진이든, 하루에 18시간씩 작업하는 방식이든 시도한다.


영화 <호크니>는 그의 작품을 스크린에서 한 번 더 감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의 미니홈페이지를 몰래 보는 기분도 든다. 외골수 같지만 유쾌함을 지닌 호크니. 영화 <호크니>를 보고 그의 매력에 빠져보자.



*


영화 <호크니(Hockney)>

감독 : 랜달 라이트

출연 : 데이비드 호크니 외 다수

장르: 다큐멘터리

개봉 : 2019년 8월 8일




김나영.jpg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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