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을 만나는 장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

'예술 아지트 : 프린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감각
글 입력 2019.07.3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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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이주민 단체들 주최로 집회가 있었다. 베트남어, 아랍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성명서가 낭독되었고 이주민 당사자와 선주민 활동가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그곳에서 난민인권센터는 타자에 대한 혐오를 표현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언어 없이 동작과 표정, 높낮이가 다른 음절만으로 우리 사회가 이방인에게 가하는 폭력, 소통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갈등을 표현했다.


퍼포먼스는 두 사람이 한 사람을 가운데 두고 함부로 밀치고 몸을 마음대로 굽히면서 시작된다. 그러다 커다란 전지로 그를 싸매더니 자기 손이 검어지고, 자기 옷을 더럽히면서 열성적으로 그에게 검은 잉크를 묻힌다. 억압의 대상이 되었던 이는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은 종이를 찢기 시작한다.


그가 겹겹이 싸여 있던 종이를 다 찢고 나와 바로 섰을 때,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대 뒤에 있던 다른 공연자 몇몇이 합류하여 다함께 어떤 동작을 반복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곧 자유로운 춤이 된다. 공연자들은 관객의 자리에 앉아 있던 이주민들에게도 앞으로 나와 함께 하기를 권한다. 폭력이 지배하던 무대는 그렇게 축제의 장으로 전환된다.


당시 ‘퍼포먼스’로 명명되었던 그것은 나에게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공연으로 각인되었다. 폭력을 표현한 추상적인 퍼포먼스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 철폐를 외치는 집회 공간에서 펼쳐지는 순간, 뚜렷한 문제의식을 내건 작품이 되었다. 장소가 가진 맥락이,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한 관객의 정체성이 공연의 결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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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특정적 예술은 그 공간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각인시킨다. 그것은 공간에서 출발하거나 공간에 의해 완성되거나 공간을 새로이 의미화한다. 공간이 가진 물성이 유동적이고 추상적인 예술과 만났을 때 주는 새로운 감각은 그 순간 그곳에 있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기에 더욱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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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가 열리는 문화비축기지


다가오는 8월에 열리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는 '예술 아지트 : 프린지'를 주제로 하여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공연을 펼친다. 이때 아지트에는 축제가 지향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의 성격이 합쳐져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기존에 축제를 진행하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문화비축기지로 장소를 옮겨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그 공간을 읽어내고 실험하는 작품을 다수 선보일 예정이다.


거리를,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공연은 예술적 실험으로서의 의미도 갖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디지털미디어 중심의 문화 컨텐츠 소비 등의 영향으로 기존의 무대 공간을 잃어버린 예술가들이 택한, 새로운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SNS나 유튜브가 관객을 만나는 주된 통로가 되면서 음악가들은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축제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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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에는 음악, 무용, 다원, 시각, 연극, 거리예술,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예술적 시도를 해나가고 있는 100팀, 총 1500여 명에 이르는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축제에 참여를 원하는 팀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규칙에 따라 신진 예술가들이 관객들을 만나는 장으로서 기능한다. 형식과 내용상의 자유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참여 기회를 자유롭게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다른 축제와 차별점을 갖는다.


성공도 실패도 없기에 자유로운, 자유분방하기에 재미있는 실험적 예술은 관객에게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그 경험이 한 번, 두 번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설지 않으면 즐겁지 않은 지경에 이른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예술적 일탈이 시시각각 벌어지는 공간 속에서 그 낯섦과 이해할 수 없음은 곧 내가 마주하는 세계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_공식포스터.jpg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
- SEOUL FRINGE FESTIVAL 2019 -


일자 : 2019.08.15 ~ 2019.08.24

프로그램 시간
평일 16:00 ~ 22:00
주말 15:00 ~ 22:00
(티켓부스 오픈: 평일 15시 / 공휴일, 주말 14시)

*
페스티벌 입장은 프로그램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합니다.

장소 :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1일권 30,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비축기지

*
개인용 방석(의자)을 지참해오시면,
더욱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공연이 있습니다.
당일 현장의 공연장소에서
공연 1시간 30분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니
예약 후 관람해주세요.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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