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천글로벌캠퍼스를 아시나요?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7.2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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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한국 뉴욕주립대학교 다니고 있어요.”
“뉴욕주립대면 지금 방학이라 한국 온 거야?”
“아니요. 한국 캠퍼스에요. 인천에서 학교 다녀요.”
“그럼 수업은 다 영어로 해?”
“네. 그냥 미국 대학교에요. 본교랑 같은 시스템이에요.”


대학교를 밝히면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나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한국 뉴욕주립대학교의 학생이다. 2018년 8월, 가을학기에 입학해서 이제 막 1학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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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총 5개의 외국 학교가 ‘인천글로벌캠퍼스(IGC)’를 이루고 있는데, 전부 한국 캠퍼스로 분교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곳의 학생들은 재학 기간 중 1년은 본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나머지 3년은 송도에서 채우게 된다.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총 5개의 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교마다 특성이 있다. 공대 위주의 뉴욕주립대, 패션스쿨인 FIT, 상경대 조지메이슨, 인문대 유타, 그리고 자연과학대 겐트. 5개의 학교가 오밀조밀 캠퍼스를 이루고 있다. 기숙사, 카페테리아, 전체 도서관과 강당, 소극장은 5개의 학교가 함께 사용한다. 학교는 다르지만 캠퍼스 자체는 통합되어 있다.

전보다는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송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전히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학교 내에도 유학이나 이민 출신의 학생들과 송도에 사는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재학 중인 뉴욕주립대를 중심으로 ‘한국에 있는 외국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근데 너 몇 학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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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에 ‘선후배’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에 입학한 후 “선배님”이란 호칭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이로 서로 존중을 해줄 뿐 입학한 년도를 따지는 일은 없었다.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는 한국에 있음에도 확실히 외국 학교 같을 때가 많다.

FIT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봄학기, 가을학기 나뉘어 1년에 총 2번 신입생이 입학한다. 외국에서는 가을학기에 입학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가을학기에 더 많은 신입생이 들어온다. 보통 가을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외국 고등학교 출신이나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과 학기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시기상 보통 한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봄에 입학하게 된다.

총 2번 입학을 하므로 1학년을 채 마치기 전에 사실상 후배가 생긴다. 1학년이기 때문에 ‘Fresh man’이지만 2학기가 돼서 신입생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왠지 학교 좀 오래 다닌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친구들과 장난으로 “이런 건 신입생이 해야지~” 하다가 문득 나도 신입생이란 걸 깨달았던 순간들도 있었다.

이런 시스템 탓에 우리는 학번을 물을 때 “18”이라고 대답하면 편안한 답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 “18 가을”이라고 말을 해줘야, “아~”할 수 있다. 또한, 지금 몇 학년이냐는 질문에도 “1학년”이 아닌 “1학년 2학기”라고 학기를 명시해줘야 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여름방학이 상당히 애매하다. 외부 활동을 하면 몇 학년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항상 고민이었다. 나는 지금 1학년인가 2학년인가? 고민 끝에 “2학년 올라가요.”라고 대답을 하면, 다시 처음부터 “우리 학교가 미국학교인데~” 하며 설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2학년이라고 한다.

학교 내에 선후배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서로 학년을 궁금해할 일이 잘 없다. 보통 나이와 학과 외에는 물어보는 것도 잘 없다. 그냥 이래저래 친해지고 나면, 가끔 안 지 꽤 오래된 후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근데 너 몇 학년이야?”

학교 문화에 적응이 되다 보니 ‘그걸 아직도 몰랐다니!’ 보다 ‘그게 왜 궁금할까!’라는 생각을 더 먼저 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그 질문 한 사람 몇학년인지 잘 몰랐을 게 뻔하다.



시간표만 3달째 짜는 중...


개강한 지 길어야 1달 좀 넘었을 때인가? 심심해서 들어가 본 수강신청 페이지에 자꾸 다음 학기 강의가 뜨길래 많이 당황한 기억이 있다. 근데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수강신청 목숨 걸고 하는 건 한국 대학교만의 문화인가보다.

첫 번째 수강신청은 오리엔테이션 때 다 같이 했었고, 다음 수강신청부터는 메일로 코드 번호가 오면 아무 때나 할 수 있었다. 딱히 열리는 시간도, 날짜도 정해져 있지 않다. 심지어 코드 번호를 받기 전에도 검색을 통해 수강신청은 할 수 있었다. 타이머? PC방? 목숨 건 수강신청은 한국 대학만의 문화인가보다. 치열함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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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페이지


사실 뉴욕주립대에는 과가 5개(경영, 기술경영, 기계공학, 컴퓨터과학, 응용수학통계학)밖에 없어서 개설된 강의 자체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애초에 강의가 닫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웬만한 강의는 개강 후에도 열려 있고 언제든 새로 신청할 수도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지나면 신입생의 유입으로 몇몇 강의가 닫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물론 닫히는 강의들도 있기는 있다. 그런 강의들은 일찍 신청하는 게 좋은데, 대표적으로 2시 Writing 수업이 그렇다. Writing은 필수 교양으로, 9시, 10시 반, 2시 총 3번의 수업이 있다. 오전수업은 기피 대상 2호(1호는 금요일 수업)이므로 2시 Writing은 개설되고 머지않아 마감될 때도 있다. 오리엔테이션 전에 닫힌다면 신입생들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수강신청이 어려운 과목은 Korean, 즉 한국어 수업이다. 외국인들이 있으니 개설해 놓았는데 한국인들도 들을 수 있어서 학교에서 제일가는 ‘꿀수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수업은 수강신청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고, 학교의 안내에 따라 구글폼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게 심각하게 선착순이다. 언제 안내 메일을 보내줄지도 예측할 수 없어 지금도 메일 알림을 최대로 해 놓은 채 기다리고 있다.

여유 있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으니까 내내 신청과 철회를 반복한다. 거의 작품을 만드는 수준으로 신중하게 시간표를 짰던 기억이 난다. 나는 유독 시간표와 학업계획에 민감한 편이라 2019 가을학기 시간표 짜는데도 3달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친구와 얘기하고 수정하고, 생각하다 수정하고, 그냥 수정하고, 상담받고 수정하고 넣었다 뺐다 무한반복 했었다.

이런 얘기를 한국 대학교를 재학 중인 친구들에게 해주면 정말 많이 놀란다. 그럴 만도 하다. 전에 친구 대신해서 한국 대학교 수강신청 한번 해봤는데, 동시접속 2,000명 뜨는 거 보고 정말 식겁했다. 결국 친구의 금요일 공강을 사수하지 못하고 “진짜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를 소심하게 말했어야 했다.



진짜 수업이 전부 영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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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뉴욕주립대는 뉴욕주립대(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tonybrook)의 한국 캠퍼스이다. 정말 뉴욕주립대가 한국에 있는 거다. 수업은 물론 과제와 팀플레이, 학교 행정, 기숙사 안내까지 전부 영어로 진행된다. 외국인 학생들도 있고, 어찌 됐든 이곳은 정말 ‘미국 대학교’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어를 쓰는 게 맞다.


대학교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10명 중 9명은 정말 다 영어로 하냐는 질문을 한다. 정말 다 영어로 한다. 질리도록 영어만 한다. 말 그대로 나는 미국 대학 재학생인 거니까. 그래도 한국 캠퍼스답게 상담을 받으러 가거나 행정 업무를 문의할 때는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 간혹 한국인 교수님들은 1대 1로 만나면 한국어로 대화를 해 주실 때도 있다. (안 그런 교수님들도 많다) 하지만 기본은 영어다.

처음 입학한 후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한국어로 해도 어려운 이과 과목들을 영어로 들으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당시 내 노트북 자주 방문한 페이지 1위는 번역기 사이트였고, 휴대폰의 최대 사용 앱 5위 안에 영어사전이 들어갈 정도였다. 삶에서 언어 인코딩이 한 부분을 차지했다. 완전한 이해까지는 바라지 않으니까 과제만 제대로 해가자는 마음이었다. 영어를 못 해서 엉뚱한 과제를 하는 것만큼 속상한 일은 없을 테니까.

머지않아 영어는 익숙해졌다. 굳이 머릿속에서 번역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꽤 자연스럽게 영어를 듣고 읽을 수 있게 됐다. 고등학생 때 외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녔었는데도 대학에서의 영어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젠 영어 메일을 한국어처럼 읽고, 영어 에세이를 부담 없이 몇천 자씩 채우곤 한다. 영어가 늘었다기보단 그냥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언어는 익숙해지는 게 느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여전히 말은 잘 못 한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유창하게 영어 하는 학생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괜히 더 주눅들 때도 많다. 조별과제를 하면 조에 외국인이 있으면 영어를 써야 하고, 발표를 영어로 해야 하므로 여전히 조별과제는 부담으로 다가오곤 한다. 다시 또 익숙해질 거라고 믿어보는 중이다.

*


한국에 있는 미국 학교. 한국 대학의 문화와 미국 대학의 문화가 섞여 있어 신기할 때가 많다. 대학 내의 문화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살아온 인생이 너무 제각각이라 개성이 뚜렷한 면이 많다. 다 같이 모여 있으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한국 대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을 만한 것들을 많이 느낄 수 있다.

한국 뉴욕주립대학교의 경우 기숙사가 의무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생활해야 한다. 사실 송도는 재미있는 동네는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 내에서 복작복작 섞여 놀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웬만하면 다 서로 알고 지내고, 가까워진다. 어울려 놀기에 괜찮은 환경이다.

하도 학교 근처에 할 만한 게 없고, 학교가 서울과 멀다 보니 우리끼리는 “송도 유학생”이라고도 한다. 근데 진짜 송도에 유학 가는 것 같긴 하다. 특히 학기 초에 1인용 밥솥 들고 기숙사 입실할 때는, 진짜 집 떠나 유학 간 기분이었다. 언제든 집에는 갈 수 있으면서 괜히 송도가 주는 느낌이 그랬다. 확실히 도시 자체가 서울과는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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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유학생들 생각보다 즐겁게, 알차게 잘 지낸다. 인천글로벌캠퍼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제라도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 누군가는 ‘한국의 외국 대학’ 같은 시스템을 바라면서 몰라서 헤매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재학생으로서 자신 있게 글로벌캠퍼스를 추천하고 싶다.

한국 대학보다는 자유롭고, 외국 대학보다는 정감 있는, 그런 사랑스러운 학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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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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