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 "연애혁명"으로 보는 10대 문화 변천사 [문화 전반]

현실보다 현실같은 만화
글 입력 2019.07.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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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웹툰 시장이 확대되며 그 독자층도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웹툰의 시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의 소리>(조석)가 처음 연재된 2006년으로부터 지금 13년이 지나기까지 웹툰이 연재될 수 있는 많은 플랫폼이 생겨났으며―특히, 레진코믹스, 저스툰 등 유료 연재 사이트들이 성행을 이루고 있다―스마트폰으로 향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 중에 하나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앱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 웹툰은 영화나 책 등 어떤 대중문화보다도 뛰어난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 독자층이 확대된 것에는 웹툰의 주제가 다양해진 것도 있지만 탁월해진 접근성도 한 몫 한 게 아닐까 싶다. 어찌 되었든, 웹툰은 여가 시간의 한 부분을 꿰차고 다양한 연령층에 전파되는 대중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그만큼 웹툰이 우리의 생활양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음을 뜻한다. 웹툰이 시대의 단면을 날카롭게 담아내기도 하고, 반대로 독자가 웹툰에 드러나는 세계상을 현실의 것으로 믿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현실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그것을 반영해내는 웹툰이 <연애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웹툰에서 2013년부터 연재되어 꾸준히 인기도를 유지하고 있는 <연애혁명>은 특히 10대 청소년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그들의 문화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만큼 10대 독자가 많기도 하며, 필자는 중학생 때부터 보기 시작하여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재미있게 보고 있다. 서사도 흥미롭게 풀어내거니와 사소하게 변해가는 10대의 문화를 포착해낸 부분들이 웹툰에 대한 애정을 지속시키는 요소이다.




가시적 유행 -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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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창기, 2013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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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유행’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지닌 것이 바로 ‘옷’일 것이다. <연애혁명>의 주된 배경은 고등학교 안이지만, 학교 밖의 풍경도 그 못지않게 다수 등장한다. 청년들이 한껏 차려입고 나서는 시내나, 데이트 장소, 수련회 등의 바깥 활동을 배경으로 학생들의 개성적인 복장들이 등장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의 몸을 치장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 본능적인 것이다. 특히, 완전한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기에는 ‘꾸미기’에 크게 관심을 갖는 동시에 또래집단이 어떤 옷을 입는지 크게 의식한다. 사복을 입을 수 있는 장소에서는 더욱 차림새에 신경 쓰게 되고, 교복을 입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지만 그만큼 적은 수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메이커 외투를 입는 등 여전히 그들의 차림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물론 학생들 중에서도 꾸미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이 입는 정도를 따라가는 것에 그치는 이들도 있다. 필자도 꾸미는 데에는 타고나게 감각이 없어 성인이 되기까지 유행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연애혁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균보다도 유행에 민감한, 혹은 유행에 선구적인 인물들인 것 같다. 독자들이 전혀 괴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현실의 트렌드와 발을 맞추어 간극을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연애혁명>의 고등학생들은 감각적이고 성숙한 옷 입기를 해내고 있다. 그리고 예전의 노스페이스 붐처럼 하나의 유행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추측건대, 이는 SNS(Social Network Services/Sites)의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꾸미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 본보기 삼는 대상이 필요한 법인데, SNS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그것이 주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는 스타와 같은 ‘소수의’ 존재가 유행을 선도하기 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지닌 이들이 자신만의 1인 매체를 운영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식으로 트렌드가 형성된다. 유튜브와 인스타로 유명해진 일반인들 같은 경우가 그렇다. 굳이 방송에 출연하여 공인된 성격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일구어낸 성과를 즉각적으로 업로드 할 수 있기에 우리는 더욱 다양한 결과물들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청소년들의 유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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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10대들의 은어’는 더 이상 숨기지 않을 것이 되었다. 필자의 기억에 약 6년 정도 전에는 교과서에서도 ‘은어’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소통의 원활함을 위해 지양해야할 것으로 가르쳤던 것 같다. 지금도 비판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뉴스 기사들을 통해 ‘은어의 심각성’을 꼬집는다거나, 은어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를 우려하는 글 등은 여전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전만큼 은어나 유행어를 구사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아니고, 오히려 모르면 소외되는 것이 지금 시대의 경향이다.

 

은어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급식체’니 ‘야민정음’이니 하는 것들이 빠르게 유행을 타며 10대와 스무 살 남짓한 연령층을 상대로 널리 퍼져나갔다. 그것이 ‘통제’해야 하는 것들인지는 확신이 없지만, 확신이 있다고 해도 통제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작해야 ‘버카충’, ‘엽사’ 같은 것들이 줄임말로 소개되던 시대는 한참 지났으며, 지금은 유행어 조어방식 몇 가지가 바탕이 되어 높은 생산력을 지니고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유행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갑분싸’라는 줄임말을 예로 들어보자. 10년 전 줄임말이 일상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의 준말)’라는 말이 등장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이 무섭게 실천되고 있는 시대이다. ‘갑분싸’의 ‘갑분’ 부분까지만 남고, ‘싸해지다’의 ‘싸’부분이 다른 것들로 대체되며 무한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말 아무 말이나 ‘싸’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들 중 누군가 갑자기 오렌지를 먹고 싶다고 하면 ‘갑분오’라고 하는 식이다.

 

참고사진으로 올린 것에서 볼 수 있다시피, ‘에바쎄바조스바’처럼 라임을 맞춰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는 것도 생산성만 따지면 아주 ‘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밑에 있는 ‘머가리(=대가리)’는 또 어떤가. ‘머’와 ‘대’의 형태적 유사성을 이용한 이 유행어는 ‘서울대’를 ‘서울머’라고 쓰고 말하는 것처럼 ‘대’라는 글자가 있는 말이라면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요즘의 유행어들은 대개 ‘유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 가능성이 비대하며, 이 유사성의 원리를 꿰뚫고 나면 활용이 쉬워지지만 반대로 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체를 다 놓쳐버리기 쉬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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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혁명>은 워낙에 10대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초반에도 유행어나 초성체(‘ㅇㅋ’(오키), ‘ㅈㅅ(죄송)’)가 비교적 많았지만, 후반부와 초반부를 비교하면 그 정도의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죽 많으면 언젠가부터 작가가 은어가 등장하는 컷마다 주석을 달아 설명하기 시작했을까. 이것은 은어를 모르는 독자들을 생각한 작가의 배려심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왼쪽의 사진은 옛날 유행어가 반가워서 가져와보았다. 책 겉표지에 적혀 있는 ‘으앙쥬금’이라는 말이 필자는 약 8년 전에 처음 접했던 말이다. 단순히 ‘으앙’과 ‘죽음’이 붙어 있는 말이 아니라 ‘으앙쥬금’이 한 세트처럼 쓰인 말이다. 어디서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낙서 같은 그림에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희미하다. 예나 지금이나 유행어가 그 연원을 찾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타 - 게임문화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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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혁명>의 남자 인물들은 실제 한국 남학생들처럼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인물들이다. 방과 후, 중간에 시간이 떴을 때, 심지어 집을 나왔을 때에도 인물들이 향하는 곳은 십중팔구 피시방이다. 피시방에 있지 않을 때에도 교실에서 게임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컷을 자주 볼 수 있으며, 10대 은어 중에는 게임 용어에서 발전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 ‘게임 문화’는 10대 문화(특히 남학생들에 있어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정 게임 명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홍보 가능성 때문에 만화 내에서는 약자로서 등장하거나 게임 캐릭터만 언급되거나 한다. 위 사진은 간접적인 언급을 통해 특정한 게임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경우이다. 첫 번째 컷은 게임 ‘오버워치’가 한창 발매되고 나서 많이 플레이되었을 때이고, 두 번째 컷은 여전히 핫한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었을 무렵에 등장한 장면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출시가 빠른 속도로 만화에 반영되는 것이 내게는 재미있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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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관한 것은 앞에서도 많이 다루어졌지만, 실제로 웹툰 세계 내 인물들에게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사진은 가장 최근 에피소드에 나온 장면이다. 작중인물 ‘왕자림’이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 SNS계정을 만들어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 부분에서 말했다시피 1인 미디어가 흥행하고 있는 지금의 시류를 예리하게 담아낸 것이다.

 

또한, 사실 적지 않은 픽션들이 청소년 인물들을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뜬금없이 대학교에 보내놓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애혁명>은 그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연애혁명>이 인물들이 졸업한 후의 인생을 그려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마 작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설득력 있는 인물들의 미래들이 설계되어 있지 않을까. 해피엔딩에 집착하지 않은, 순리대로의 결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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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연애혁명>은

‘순정’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지 않고,

‘드라마’와 ‘개그’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연애혁명>도 제목부터가 그렇듯이 핵심적인 스토리라인은 러브라인에 놓여 있는 ‘연애물’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연애물’이라는 명칭보다도 어울리는 것이 ‘청소년물’인 것 같다, 작품은 ‘사랑’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언어로 정의내리기 힘든 청소년들의 섬세한 감정들을 다루고 있으며, ‘청소년은 이렇게 자라야한다’는 도덕주의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도 않다.

 

또한, 2013년에는 2013년의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2019년에는 2019년의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처음을 같이 시작한 독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은 유동적인 독자층인 ‘10대 청소년’들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연애혁명>은 계속해서 매해 새롭게 탄생하는 10대들을 향해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목도하며 느껴지는 변화를 끊임없이 투입하면서 만들어낸 산물이야말로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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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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