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의 눈으로 보는 숨은그림찾기 -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 [전시]

글 입력 2019.07.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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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_Little Beauty_2008.jpg
 
우리 모두 저 고릴라를 본 적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라도, 그의 동화책의 제목을 듣거나 원화를 보게 된다면 ‘아, 나 이거 알아.’ 라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윌리라는 침팬지 캐릭터와 돼지책이라는 동화로 기억하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와 작품들을 공개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 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본 전시에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 아이디어 북과 원화, 국내 미발간 작품 200여점을 포함하여 올해 신작 <Little Frida>를 공개하고 있으며 영상과 움직이는 조형물 등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윌리의 신기한 모험(미출간작).jpg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주위에는 허리까지 오는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일 낮이라는 시간에 방문하여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찍이 아동문학에 큰 공로를 세운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은 전 세계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동시에 어른들을 위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다채롭게 구성된 전시장을 즐겁게 거닐며 반은 어른의 시선으로, 또 반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재치 가득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이라는 전시 제목답게, 전시 도입 부분에는 앞으로 등장할 전시관들이 영화 포스터처럼 부착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만한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그림들과 함께한다.
 
모든 관이 행복한 공간이었으나 개인적으로 그 중 몇을 뽑아야 한다면 1관 [리틀 뷰티]와 2관 [거울 속으로] 그리고 5관 [행복 미술관]을 꼽을 수 있겠다.


전시전경 (5).JPG
 

입구에 들어서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제 1관 [리틀 뷰티]는 얼핏 보기에 크고 위험해 보이는 고릴라와 작은 고양이의 우정을 그린다. 전시관에는 리틀 뷰티의 원화 뿐 아니라, 등장인물인 고릴라가 친구 고양이를 등에 태운 채 하늘을 날고 있는 거대한 조형물이 공간을 채운다. 그리고 리틀뷰티의 한 장면인 방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고릴라의 모습이 영화 세트장처럼 옮겨져 있기도 하다.

동화 리틀뷰티에서 고릴라가 티비에서 본 영화는 그 유명한 영화 <킹콩>이다. 전시관 한 편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과 인형들을 이용해 영화 <킹콩>을 재해석한 영상이 틀어져 있는데, 본래 영화 킹콩을 본 기억이 더해져 반가우면서도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킹콩의 섬에서 막대에 달린 종이 고릴라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상에 사용된 미니어처 세트도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달라질거야_Changes_1990.jpg
 

제 2관 [거울 속으로]는 가장 먼저 거울에 비친 양복과 모자(그러나 그것들을 입은 사람은 없는)그림이 시선을 잡아끈다. 마그리트나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오마주한 그림들을 발견하면서 익숙한 반가움을 느끼기도 했다. 왜곡되는 공간과 변화하는 사물들, 그리고 의외의 위치에서 등장하는 사물들이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게끔 시선을 잡아끈다.

하늘을 나는 날개 달린 작은 고양이나, 대뜸 동물로 변해가는 사물들을 보고 웃음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작은 선물 상자를 열어보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몰라도 즐겁고 알면 더욱 즐거운 그림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5관 [행복 미술관]이다.

비너스의 탄생, 이삭줍기, 천지창조 등 유명 미술 작품들을 재해석한 행복 미술관의 그림들 역시 유쾌한 그림들에 한번, 모티브가 된 그림과 비교하며 두번 즐길 수 있는 그림들이었다.

7관 [숲 속으로]에서는 한 면을 가득 채운 눈 내린 숲의 전경과 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린 천으로 만들어진 새들, 그리고 숲속의 작은 터널을 통과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작은 통로로 마치 이야기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들도록 꾸며져 있기도 하다. 솔직한 마음으로, 내가 만약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전시를 보러온 어린이 중 하나 였다면 그 작은 터널속으로 반드시 들어가 봤을 것이다.


전시전경 (8).JPG


글의 시작에서 잠시 언급했던 돼지책은 전시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아주 좋아했던 동화책이었기에 언급하고 싶다. 어떤 동화책은 어린 시절 읽었을 때와 커서 읽었을 때 완전히 다른 감상을 주기도 한다.

내겐 어린왕자가 가장 그랬고 돼지책 역시 그랬다. 모든 집안일을 떠맡아 하는 엄마가 어느날 사라지자 엉망이 되어가는 집안의 모습과, 그 집안의 아빠와 아들들은 책 속에서 돼지로 표현된다. 엄마의 희생으로 유지되던 평화와, 엄마가 파업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들과 진지한 생각을 하게끔하는 이야기가 함께한다.


리틀 프리다_Little Frida_2019.jpg

전시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어느순간 인간인 것처럼, 혹은 인간보다도 더 인간답고 친숙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 캐릭터와 동물 캐릭터의 구분이 사라진 듯한 기분을 받았다. 어렴풋 모두가 동물이었던 같기도 하고 모두가 인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꿈처럼 하늘을 나는 프리다와 괴롭힘 당하기 싫어 열심히 운동하는 침팬치 윌리, 고양이를 사랑하는 고릴라와 언제나 바쁜 아빠 대신 고릴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나는 동화처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시에 그들의 결핍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낡고 헌 날개만을 가지고 있던 프리다, 폭력적이라는 오해에 고양이와 이별할 뻔한 고릴라, 언제나 바쁘고 무심한 아빠 아래에서 자라는 한나…, 그리고 그 장면마다 아주 작은 부분마저 섬세하게 끼어 들어가 있는 재치있는 그림들.

*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그리고 때로는 진지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전시의 마지막인 10관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원서와 한글판, 최신판까지의 모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은 행복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展
- 동화 속 세상으로의 초대 -


일자 : 2019.06.08 ~ 2019.09.08

시간
11:00 ~ 20:00
(입장 및 매표 마감: 19:00)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티켓가격
성인(만19세이상) : 15,000원
청소년/어린이/유아(24개월~만18세) : 10,000원

주최/주관
예술의전당
아트센터 이다
마이아트예술기획연구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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