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로부터 그림을 배워가는 방법 -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 김은진
글 입력 2019.07.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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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 책의 모든 줄거리와 중요한 의미는 맨 첫 장의 프롤로그에 거의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민해봤을 “나”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여정은 결국  “나답게 살아가는 것” 에 대한 진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결과를 '미스 홍'과 저자의 대화방식을 통하여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며 해결해 가는 과정을 찬찬히 볼 수 있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 -내지-인쇄판8.jpg 
 


01. 그림을 시작하다


 

낙서를 빙자한 선 그리기 연습으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다.


8절 도화지와 4B연필만으로 가로, 세로의 직선과 나선형의 회오리 선을 그리며 아직 그림 그리기가 어색하지만 그리는 순간의 몰입을 통하여 내면과 대화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간다. 같은 직선과 회오리의 선 그리기여도 그때그때의 감정에 따라 선의 굵기가 더 짙어지거나 공간이 더 크게 벌어지게끔 그리며 그 안에 담긴 나의 선의 흔적을 찾는다.


가로 선은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됨을 느끼고 회오리는 에너지를 모으는 힘이 있다고 일러준다. 불교용어에서나 들어봤던 만다라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둥근 원형의 그림이며 동서양의 문명적 상징을 뜻한다고 한다. 또한, 이것을 회오리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동그라미를 하루에 한 번씩 계속해서 그려나가다 보면 힘을 얻을 수 있는 미술치료 작업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선이 있고 자신을 알아가는 그 첫 번째는 나만이 그릴 수 있는 나의 선을 찾는 것이라고 저자는 ‘미스 홍’과 우리에게 알려준다.


생각해보니, 회사에 다닐 때 회의시간이 한 시간을 넘어갈 때쯤 무의식적으로 수첩에다 끝없이 동그라미를 새까맣게 칠해갔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회의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본능에 따라 동그라미 낙서를 했었구나. 아직 전장에서 근무 중인 많은 동료에게 회사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땐 동그라미를 미친 듯 그려보라고 일러줘야겠다.




02. 색으로 추상화를 그리다



연필로 선을 긋던 방식에서 컬러를 입한 선과 면을 그리도록 한다.


내가 원하는 컬러를 선택하여 그림을 그리며 단편적인 선으로만 그렸을 때보다 마음의 상태를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는 빨강,파랑,노랑색 같은 선명한 컬러가 뜻하는 좋다, 싫다 등의 선명한 정서와 선명하지 않은 혼합된 색채가 표현하는 힘들거나 불편한, 지친 기억을 설명해준다. 이는 자신의 기분이 명확하지 않은 우울한 감정이 들 때에 선명한 컬러를 선택하여 그림을 그려봄으로써 기분전환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또한 형태가 없는 색채로만 그림을 표현하는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를 소개하며 우리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려운 것을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그였지만 예술을 사랑하며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이 형태 없는 색채의 울림 속에서 다양한 감정에 빠져들기를 바랐던 그를 통해 색의 면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3. 대상을 그리다



선과 컬러만으로 그리는 것에 조금 자신감이 생긴 '미스 ‘홍’은 저자의 견해에 따라 꽃과 나무 같은 대상을 보고 눈앞의 그것을 상상하여 추상적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대상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닌 조금 왜곡되게 그리더라도 내 것으로 그린다는 표현이 이해가 잘 안 되면서도 결국은 그 왜곡이라는 것이 나 스스로 얼마만큼 이 세상을 왜곡되게 느껴왔는지를 깨닫게 하는 연장 선상이라는 얘길 한다. '미스 홍'은 나뭇잎을 그리며 실제의 대상과 얼마나 닮았는가와는 상관없이 다 그려놓았을 때의 아름다움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들었던 나뭇잎그림을 보며 순간의 집중한 흔적이 오히려 닮게 그리려던 억지에서 벗어나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이끌어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미술의 가치를 알아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을 익힌 뒤 정체돼있던 화분을 그려보며 색을 입힌 정물화까지 그림을 그려나간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그림의 완성도를 신경 쓰며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조금씩 내 마음의 진짜 그림을 그리게 된다.


 


04. 인물을 그리다



셀카 찍기 바빴던 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자화상을 그린다. 크로키를 연상시키는 초보 같지 않은 '미스 홍’의 연필의 획들은 어느새 초반의 그림들과는 확실히 뭔가 달라져 있다. 또한 색을 입힌 자화상은 연필로만 그렸을 때와는 또 다른 얼굴이다.


얼굴의 특징들이 더 도드라지고 확장된 느낌이다. 그림을 그릴 때의 막연한 시작이 불안하다는 '미스홍'의 말에 저자는 그 또한 불안한 설렘을 즐기라 한다. 더 나아가 세상과 나에 대한 만남에서 불안한 감정을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꾸어 새로운 나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또 다른 ‘나’를 찾는 방법이란 것을 알려준다.


친구의 얼굴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 대목을 읽고 난 뒤에는 지인을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티슈에 그림을 대강 그려보기도 했는데, 사실 요즘 우리는 사진 앱을 활용해서 자신의 실제 얼굴보다 몇 배는 더 예뻐 보이는 보정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기분 좋게 사진을 교환하는 게 더 일상적이다. 오랜만에 무보정 100% 사진을 찍어 상대방에게 들이댔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데 그 인상 찌푸린 얼굴이 더 매력적이다. 얼른 셔터를 누르고 너의 얼굴을 그려주겠노라고 상대방이 원치도 않는 선물약속을 한다.


'미스 홍’의 대화들. 읽을수록 주변에 써먹을 얘깃거리가 많다. 재밌다.


 


05. 공간을 그리다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챕터를 가장 즐겼던 것 같다. 요즘 원데이 클래스로도 많이 알려진 연필로 풍경화 그리기도 떠올랐고, 나를 둘러싼 공간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나는 가장 편안한 감정을 떠올렸었는데 '미스 홍'은 막막하다는 얘기를 먼저 했다. 내가 쉽게 떠올리는 감정도 다른 사람에겐 어려울 수 있는지를 새삼 떠올리며 그 모든 것들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서 정리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미스 홍’의 그림을 보면 처음 그린 공간과 다시 그린 공간의 그림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는 막막했던 처음의 마음에서 점차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닌 내 마음에 들어오는 만큼 더 넓고 뚜렷하게 그린 '미스 홍’의 확장된 자아였다.


 


06. 현대미술과 나



뒤샹의 질문이기도 했던 “예술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놓는다.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내가 놓고 싶은 공간에 두는 것만으로도 설치작품이 될 수 있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30초 동안 컴퓨터를 하는 행위도 현대인의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하루동안 나의 말과 행동을 관찰해서 나다운 삶을 발견해보는 것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선택적 행위예술이라는 것을 제시해준다.


이 모든 것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나 자신이 담긴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모든 행위에 나 자신의 의미가 담겨있어야지만 설명이 되고, 치유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야기한다. 결국 모든 것은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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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직장인들보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중에 성인미술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뒤, 그때를 생각해보면 그림을 통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직접 찍은 사진 등을 가지고 가서 비슷하게 그리는 방식이었는데 나중에 있을 전시회를 생각하며 거의 원본과 흡사하게 잘 그리려는 것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내가 그리는 것과 나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그림을 통해서 내게 주어졌을 시너지가 과연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떠한 방식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했던 부분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지원동기의 첫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문화예술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고, 나 역시 경계를 구분 짓지 않으며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행위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나아가 아트인사이트와 추구하는 방향이 닮아있는 듯하여 이 책이 더욱 감명 깊게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은 으레 짐작으로만 생각했던 미술치료에 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나다운 것’과 ‘나다운 것이라 믿어왔던 것’에 대한 차이를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생각의 전환이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설명된 현대미술에 관한 설명과 조금 지쳤을 때, 그림을 통하여 나를 회복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아직 다 그리지 못한 친구의 얼굴을 얼른 완성하여 선물하고 싶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내 의식에 들어온 세상을 드러내는 거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사물들은 우주를 부유하는 그림자가 돼. 내 몸으로 펼치는 세상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사물들은 화면 안에 제자리 찾게 할 수 있지."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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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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