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거울, 그 것에 대하여 [사람]

글 입력 2019.07.2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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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필프리티' 중
    


거울이라는 것은 뭘까.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상(像)을 맺는, 즉 물체의 모습을 비추는 도구라고 두산 백과에는 나와 있다. 하지만 나에게 거울이란 무슨 의미일까. 지난 번 나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난 후 산책을 하다 문득 생각하였다. 거울의 의미에 대해서.

 

대학에 들어온 후 거울을 잘 보지 않았기는 했다. 거울 앞의 내가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울 앞에 있을 기회가 있다면, 늘 어디가 모자란 부분을 찾으며 날 책망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거울 앞에 설 기회가 있다면 외모의 부족한 부분이 아니라 그저 ‘나’ ‘최송희’가 보인다.

 

지난 번,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중 나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나의 얼굴은 그저 최송희였다. 오히려 어찌 보면 가장 못생긴 상태라고 할 수 있는 화장도 안하고 씻지도 않은 내 얼굴을 눈이 작다 눈의 크기 이런 것보다. 아 내 입술의 모습 그리고 코의 모습 그저 ‘모습’으로 보였다. 그동안은 한 번도 하지 못 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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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간, 아니 어쩌면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전에는 거울을 보면 나의 눈은 ‘아웃라인’‘인아웃라인’이니 내 코의 모양은 ‘반 버선코’ 뭐 이런 단어들로 외부의 기준으로 나의 외모를 ‘평가’내렸었다. 내 몸을 보면서도 나의 골반은 어쩌네, 내 허리 라인은 어쩌네. 저쩌네. 이렇게 늘 평가를 했었다. 그런 것을 알기 시작한 이후로 거울은 나에게 나의 몸을 평가의 대상으로 날 비춰주었다.

 

그렇지만 요즈음 나는 내 몸이 썩 맘에 든다. 사실 살이 많이 빠졌던 것이 조금은 많이 신경쓰여서 어떻게 일부러 살을 찌워야 하나. 이 생각으로 더 먹어야하나 불안해하고, 나 많이 이상 한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건강하고 요가 후굴을 할 수 있고(사실 이 건 자랑이다. 이 동작을 하고 굉장히 뿌듯했는데 아무도 안 알아줘서 엄마 아빠 앞에서만 보여줬다. 사진이 없는 게 애석하다) 전사자세 3도 할 수 있으며, 유연한 몸을 가지고 점점 차투랑가 단다사나도 잘하고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그런 내 몸이 좋다.


하루에 만보를 넘게 걸어도 튼튼하게 버텨주는 다리가 자랑스럽고, 이제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 나는 내 유연해진 허리도 맘에 든다. 예전 같으면 아 내 몸은 이래서 맘에 들고 여기는 별로야 아니면 내 몸은 참 ‘예뻐’라고 말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는 점일까. 사실 나는 내 몸이 예뻐. 내 몸 자체로 아름다워요. 하는 것도 결국에는 나 스스로를 평가의 기준으로 몰아세우고 있던 것이 아닌가싶다. 그저 몸은 몸의 기능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일 뿐인데, 왜 나는 그 동안 내 몸을 평가의 기준으로만 봤을까.

     

이제 거울은 나에게 그저 눈에 눈곱이 꼈나 안꼈나 밥먹고 김가루가 꼈나 안꼈나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때 보는, 아주 가벼운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오늘 노브라에 면티 하나에 할머니 몸빼 바지를 입고 산책을 나간 순간, 꾸미고 예쁜(이렇게 또 평가를 내리는 나는 아직도 부족한 사람이다) 사람들을 보면서 아 부럽다 나도 모르게 시무룩 해지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거울이 두렵지 않다. 그저 사전적 의미로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다.

 

지금 나는 내 몸이 좋고, 시력이 좋지 않지만, 튼튼해진 내 눈이 좋고, 건강해진 내 팔이 좋고, 내 다리가 좋다. 아직 나 자체를 사랑 하냐고 물어본다면 감히 네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내 자체가 조금은 좋아지고 있다. 나는 나니까.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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