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정을 꺼내어 어루어 만지는, 혁오 [음악]

밴드 혁오가 노래하는 정서
글 입력 2019.07.06 00: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지막이 속삭이면서 시작했다가, 고음에서는 울대를 긁는 듯한 그의 중저음의 허스키하면서도 아름다운 오혁의 목소리는 다들 익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들의 음악이 가진 정서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1. 혁오(Hyuck oh)의 구성원과 기원



[포맷변환][크기변환]혁오단체1.jpg
왼쪽부터 이인우, 임현제, 혁오, 임동건
(출처: 혁오 인스타그램)


혁오라는 이름은 멤버 오혁의 이름을 반대로 한 것이며, 구성원은 임동건(베이스), 임현제(기타), 오혁(보컬, 기타, 작곡, 작사 등), 이인우(드럼) 총 4명으로 모두 93년생 동갑내기이다.


혁오는 오혁의 두 번째 밴드이다. 처음 샌드위치클럽이라는 밴드로 시작한 오혁은 팀원들의 군대, 학업 등의 이유로 밴드가 갈라서게 되자 오직 음악만을 목표로 하는 팀원을 구한다. 그 때 구한 팀원이 지금의 혁오 멤버다. 멤버들은 오혁의 목소리에 이끌려 밴드 결성을 결정했다고 한다.




2. 그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정서



앨범 별로 주된 정서가 다르다. 그래서 혁오는 개별의 노래보다 앨범 별로 쭉 이어 듣는 재미가 있다.



*

Ep [20]



[크기변환]혁오20.jpg
 


오혁이 19살, 20살, 21살 때까지 썼던 곡들로 공통적인 정서는 허무함과 염세주의다. ‘20’이라는 타이틀은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갖는 상징성에서 비롯되었다. 20살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나이라는 허망함을 보여준다. 갈망했던 자유와 같이 오는 허무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오늘도 의미 없는 또 하루가 흘러가죠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거릴 일이 전혀 없죠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위잉위잉 中




*

Ep [22]



[크기변환]hyukoh_22.jpg


정규 앨범 대신 다시 Ep 앨범을 낸 이유는 아직 완성되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었으며, 음악적으로 더 단단해지길 기다리며 낸 음반이라고 한다. 혁오가 무한도전에 출연한 후 느낀 인기, 쉽게 떠나가고 쉽게 다가오는 사람들과 물질주의, 하늘 한번 쳐다볼 겨를 없이 바쁜 나날들에 대한 감상이 담겨있다.



반복의 반복을 더해야 해

아쉬워라 말하진 않을 거야

아 이렇게 지내다 옆을 보니

이젠 다 크고 살기 바빠 어른 놀이를 하네

쉬어도 쉴 틈은 없어야 해

언젠가는 나도 버려질 거야

결국 이러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큰 새 中




*
정규앨범 [23]


[크기변환]hyukoh_23.jpg


23은 행복하지만 이 행복이 언제 달아날까 불안하고, 날 지켜줄 무언가에 기대고 싶고, 또 기댈 것은 없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 곡들이 많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연주는 흥겹고 방방 뛰는 듯한 느낌이라 처음 들었을 때는 불안한 분위기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는 마치 애써 꾸민 밝은 얼굴 속 내면의 깊은 고독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간 앨범이 인간관계에 대한 허무함과 무념무상이었다면 이 앨범은 더 나아가 내면의 깊은 고독함, 두려움, 불안함이 주 정서이다.



풀린 신발 끈은 꽉 매야 해

혹시나 달리다가 밟아 넘어질 지 몰라

억지울음을 머금은 훈장뿐인 날 봐

흉진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네

나는 흘린 눈물을 모담아

나의 작아진 아집을 띄우네

저기 요단강에 휩쓸리지 않게

나를 붙잡아줄 사람 여기에는 없네

Woo


가죽자켓 中



“근데 기분 나쁘잖아요. 무도 덕분에 1위 했다고 하니. 그러면 우리 힘으로 1위 한 번 시원하게 한 다음에 신경 쓰지 말자, 해서 낸 게 <23>이에요.”  2018. 05. 31 키노트 인터뷰 中


여담이지만 오혁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는데, 정말이지 작정하고 낸 느낌이다. 내가 느끼는 혁오의 가장 좋은 앨범이다. 수록곡 하나하나 넘길 곡이 없다.



*
Ep[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크기변환]24-HYUCK.jpg


처음으로 앨범에 부제가 붙었다. 진실한 사랑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이 전의 앨범들이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이 뒤섞여 둥둥 부유하는 어딘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다루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순간의 행복들에 집중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곡 제목은 graduation으로 이 전의 앨범들의 정서 (인간 세상에 대한 허무함, 고독함, 불안함)를 졸업하고 "이젠 그냥 순간에 집중할래, 진실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할래"라고 말하는 듯하다.


타이틀곡 제목은 love ya로 두려워 하지마. 곁에 있을게. 라고 속삭이며 시작한다. 애인의 나 얼만큼 사랑해? 라는 말에 화자는 love ya(사랑해) 라는 말을 목청껏 반복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얼만큼 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너무 사랑해 사랑해라고 말하는 화자.



And you asked “I love you, how much can you love me?”

그러고는 넌 물었어 "난 너를 사랑해, 넌나를 얼마나 사랑하니?"

Emm.. just without thousand words And then i’ll say

음... 그냥 다른 천마디 말 필요없이 나는 말해줄래

I love ya I love ya

사랑해! 사랑해!

I love ya I love ya

사랑해! 사랑해!

Don’tbe afraid yeah, I’ll stay

두려워하지마, 내가 곁에 있을게.

 

LOVE YA 中



특히 이 곡은 뮤직비디오랑 같이 보면 더 좋은데, 뮤직비디오 속 혁오의 공간인 2층 집에서 여여 커플, 남남 커플, 노부부와 가족, 흑인과 백인, 동양인과 서양인, 아버지와 아들 등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을 나눈다 . 사랑의 여러 가지 모양 뒤엔 그들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혁오가 서 있다.






3. 묵혀뒀던 내 감정까지 꺼내서 어루만지는 것 같은 빼어난 가사들 TOP3




*
EP [20] 'OHIO'


Look back in bitterness

씁쓸함 속의 회상

Going back to broken piece of past

과거의 부서진 조각 중 하나로 돌아가

Staying in memories

그 추억들 앞에 머물러

Hesitating stepping forward to real

현실로 내딛는 발걸음을 주저하며

I'm stupid wanderer

나는 멍청한 방랑자

Wandering poor fellow

방황하는 가여운 신세

Give up now to live in the peace

평온을 위해 이제는 포기하네

That we made before

우리가 전에 이뤄었던 것을

Ohio, gentle wave on an ocean of recall

오하이오, 추억의 바다 위 잔잔한 파도야


Oh hi oh hi

오, 안녕

I watch your pain

너의 고통이 보여

Oh hi oh hi

오, 안녕

the same as mine

너도 나랑 같네


Long story truly short

긴 이야기가 참 짧아

rewind it ever over again

끝없이 반복해서 되감기네

Hard to find the rest

안식은 찾기 힘들어

World without you never can stand

너 없는 세상에 바로 서지 못해

I'm stupid blind old man

나는 눈 먼 늙은이처럼

deny such a bright light

이토록 찬란한 빛을 부정하네

Give up glow to live in the peace

평온을 위해 포기하네

That we made before

우리가 전에 이루었던 것을

Ohio, gentle wave on an ocean of recall

오하이오, 추억의 바다 위 잔잔한 파도야


Oh hi oh hi

오, 안녕

I watch your pain

너의 고통이 보여

Oh hi oh hi

오, 안녕

the same as mine

너도 나랑 같네


Take me from your breath

네 숨결에서 나를 좀 꺼내줘

Let me down to back to real

현실로 돌아가게 날 실망시켜줘

I'll erase you

너를 지워내겠어

Set me free from you

나를 좀 놓아줘

Know it's hard to try

어려운 일인 거 알지만


Oh hi oh hi

오, 안녕

I watch your pain

너의 고통이 보여

Oh hi oh hi

오, 안녕

the same as mine

너도 나랑 같네

Oh hi oh hi

오, 안녕

I watch your pain

너의 고통이 보여

Oh hi oh hi

오, 안녕

the same as mine

너도 나랑 같네



곁에 없는 사람과의 추억이 끝없이 떠오르는 고통, 부재 속의 존재를 느끼는 것의 아픔을 말하는 ohio는 당장의 평온을 위해 아름다운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것의 아쉬움, 애써 참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잔잔한 바다가 숨긴 파도 같은 감정들을 알아보며 말을 건넨다.


“오, 안녕. 너의 고통이 보여”



*
정규앨범 [23] 'PAUL'


예전으로 돌아가

예전에 산다면

우린 우리 마음만 돌보자

새벽을 컵에 담아

날이 차오르면

두 잔을 맞대보자

너와 내가 결국엔 우리가 버려버렸네요

한창 어린 밤 같던 우리 마음도 늙어버렸네요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아 잠시 기다렸던

마음은 참 빨라

왜 우린 등 떠밀려 저물까

바싹 마른 추억을

태우는 연기는

왜 이렇게 매울까

우린 손금 속에 살고 있네 난 그게 참 슬퍼

우린 아는 만큼만 했었더라도 충분했겠네요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Woo-woo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예전으로 돌아가

예전에 산다면

우린 우리 마음만 돌보자

새벽을 컵에 담아

날이 차오르면

두 잔을 맞대보자

너와 내가 결국엔 우리가 버려버렸네요

한창 어린 밤 같던 우리 마음도 늙어버렸네요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아 잠시 기다렸던

마음은 참 빨라

왜 우린 등 떠밀려 저물까

바싹 마른 추억을

태우는 연기는

왜 이렇게 매울까

우린 손금 속에 살고 있네 난 그게 참 슬퍼

우린 아는 만큼만 했었더라도 충분했겠네요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Woo-woo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과거로 돌아간다면 너와 나의 마음만 생각하자고 말하는 화자는 크나 큰 세상의 흐름에 따라 강요되는 선택들, 이리저리 다른 것에 휘둘리며 쉽게 저무는 마음들을 아쉬워하고 슬퍼하며 말한다.


"우린 손금 속에 살고 있네 그게 참 슬퍼"



*
정규앨범 [23] 'Die Alone'



뚝 밑에 앉아서 한참을 서성이다

일몰이 무서워 집으로 돌아오다

짠 눈물 자국을 들킬까 맘 졸였던

그날로부터가 만으로 한살이야


등 떠밀려 다시 또 짐을 싼 후

감흥 없는 저 눈물을 챙긴 후

배신과 배려가 베어 나오는

양지 바른 곳에 나는 묻힐래


We all die alone

We are all alone

Lord come take my soul

So we can all reborn


We all die alone

We are all alone

Lord come take my soul

So we can all reborn


날 떠날 사람은 얼른들 줄을 서요

눈을 부리며 마지막 마지막을 외어본다

그래 어차피 여긴 나 있을 곳 아니었고

뚝을 넘어 줄은 길게도 늘어져 끝이 없네


등 떠밀려 다시 또 짐을 싼 후

감흥 없는 저 눈물을 챙긴 후

배신과 배려가 배어나오는

양지 바른 곳에 나는 묻힐래


We all die alone

We are all alone

Lord come take my soul

So we can all reborn


We all die alone

We are all alone

Lord come take my soul

So we can all reborn


We all die alone

We are all alone

Lord come take my soul

So we can all reborn


We all die alone

We are all alone

Lord come take my soul

So we can all reborn


날 떠날 사람은 얼른들 줄을 서요

눈을 부리며 마지막 마지막을 외어본다

그래 어차피 여긴 나 있을 곳 아니었고

뚝을 넘어 줄은 길게도 늘어져 끝이 없네



누가 날 떠날까, 이러다 나 혼자 남아 외로이 죽음을 맞이하진 않을까 두려워 눈물을 참지만, 어느 순간 결국 사람은 어차피 혼자 죽는다는 것을 깨달은 화자. 날 떠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세어보며, 이제 끝이겠지? 하지만 뚝을 넘어 줄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며 자신의 곁에 남을 사람은 결국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존재의 고독함에 대해 체념하는 듯 말한다. “we all die alone”


이렇듯 우리 모두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그렇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추상적인 불편한 감정들을 꺼내어 곱씹고 가사를 쓰고 칼칼한 오혁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와 대조되는 신나는 드럼, 베이스, 기타가 어우러져 흥이 넘치는 동시에 감정에 한없이 무력한 혁오만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