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인마 잭의 집 : 살인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영화]

The House That Jack Built, 2018
글 입력 2019.07.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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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살인마 잭의 집>
칸 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당시
절반가량의 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두 인물로 추정되는 목소리들은 서로 대화를 시작한다.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와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가는 동안 저와 대화하셔도 되나요?’ 연륜 있는 목소리는 이렇게 답한다. ‘이 여정에 오른 인간들은 기이하고 난데없는 고해 욕구를 느끼지.’ 울리는 듯한 목소리와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는 두 인물이 동굴 속에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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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 세계를 묘사한 영화 <신과 함께>


단테의 <신곡>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두 목소리의 대화를 듣고 자연스레 <신곡>에 등장하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를 떠올릴 것이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가 이끄는 대로 영적인 여정,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이라는 먼 길을 떠난다. 단테가 지옥에 도착했을 때 그 입구의 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여기에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으로 향하는 길에서 젊은 목소리는 자신의 5가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저지른 5가지 살인 이야기를. 연쇄살인마 잭은 자신의 살인이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단지 얄팍한 변명이 아니다. 살인을 자신의 미적 성취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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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은 살인 뿐만 아니라
건축에도 강박 증상을 보인다.



우리의 도덕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영화에서 살인을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감독의 방식은 흥미롭다. 설득당할 만큼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현재의 우리가 선과 악을 규정하는 방식을 재고하게 한다. 살인은 왜 금기시되는가? 우리는 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금지하는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왜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현재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은 현재의 패러다임일 뿐이다.

과거의 순장은 어떠했는가. 권력을 가진 자의 죽음 이후에 그의 시종들은 강제로 땅에 파묻혔다. 이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들은 미개했고, 미래의 우리들은 그들보다 지적으로 우월하기에 그 풍습을 금기시한 것일까? 그것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그 문화의 맥락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즉,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옳고 그름, 선과 악 그리고 인간이 가진 도덕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에 혐오감을 느낀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 국기를 찢는 행동은 타인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행동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질서가 곧 도덕적 질서’라는 말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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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옆에는 다양한 표정의 사진이 빼곡하다.


더군다나 잭은 공감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잭은 거울을 보며 감정을 학습한다. 입꼬리를 올리면 기쁨이고, 입꼬리를 내리면 슬픔이다. 물론 우리가 가진 도덕성 중에는 유전자 속에 새겨진 것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사이코패스는 유전자부터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형태라고 하니, 이는 유전자에 의한 직관적인 도덕성이 존재한다는 것의 방증으로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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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과 버지. 둘은 마침내 지옥에 도착한다.



선과 악의 선천성과 후천성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패러다임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 있을까? 신이라는 존재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인류는 세기를 거치며 규범들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은 말 그대로 만들어진 울타리에 불과하다. 물론 진화심리학적으로 직관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유전자에 새겨진 것 또한 학습에 의한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선과 악의 선천성과 후천성은 인류가 계속해서 고민해온 과제이다. 그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있으나, 인간은 매우 복잡하며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5가지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둘은 지옥에 도착한다. 잭은 지옥의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지옥을 벗어나 위로 향하는 길이 있다. 떨어질 위험을 감수한다면 벽을 타고 반대편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잭은 위험을 감수하기를 택한다. 그를 인도한 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권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선택은 온전히 자네 몫이네.’

사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여성 혐오,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많은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도 그것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보기 거북했으나, 도덕과 악을 바라보는 감독의 새로운 시각에만 최대한 집중하고자 했다. 논란이 많은 영화인만큼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 또한 극과 극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끼든 버지의 말대로 그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일 것이다.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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