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 [전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졌다.
글 입력 2019.06.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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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낮, 예술의전당에는 에릭 요한슨 사진전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진전이고, 촬영제한이 없어서 그런지, 신기한 카메라를 들고 오신 분들이 꽤나 계셨다. 전시는 생각보다 짧았지만, 에릭 요한슨의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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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

제 작품은 주로 장소를 포착하는 것이지만 이곳은 존재하는 장소보다는 저의 상상 속의 장소에 가깝습니다. 첫 번째 디지털카메라를 받은 이후부터 촬영한 이미지로 무언갈 더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셔터만 누르면 끝나는 저에겐 이상하게 느껴졌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는 저의 상상력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이미지를 채우고 우리가 사는 세계와 흡사하지만 조작되어 있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창문 같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서비스 트럭이 와서 달의 모양을 매일 교체해 주는 것과 같이 어린아이와 같은 생각으로 마법의 장소를 만들기도 하고 인간들이 세상에 미치는 어리석고 환경적인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회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포토샵이 이리 대단한 거였다니!..” 그의 작품은 모두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진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느낌이다.  상상 세계 그 자체다. 판타지 영화를 장면 장면 끊어 놓은 듯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릭 요한슨은 천재 같다. 우리 모두 여렸을 적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지만,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생각들을 이렇게 구체적이게 표현해내진 못할 거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또한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걸 디테일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진 모르겠지만, 쨋든 디테일이 장난 아니다. 몇 개의 사진을 통해 보여드리겠다.


Self-supporting.jpg
 

첫 번째는 'Self-Supporting'이란 작품이다. 집들이 위태위태하게 서로 붙어 양 옆 거대한 돌기둥에 기대 버티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붕위에 빨랫줄이 널려있다. 실제 사진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뭔갈 발견해 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면서, 만약 정말 저곳에 사람이 산다면 어떻게 저렇게 위험한 곳 위에 빨래를 널 생각을 했을까 하는 바보스런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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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Leaving Home'이란 작품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오른다. 이것도 제목 그대로 넓디넓은 땅 한 복 판에 다세대 건물이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욱 매력적인 건 현실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사진 속에서, 어떤 한 사람이 여유롭게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 이 또한 실제 사진에 포토샵 기술이 합쳐져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전시가 끝날 때까지, 사실 어떤 생각을 계속했다기 보단, 혼자간 터라 누구한테 말은 못하고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감탄사만 연발했다.


"우와,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 이건 또 뭐야. 대단한걸.. 도로가 찢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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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 Fold


에릭 요한슨도 그런 것을 원한 거 아닐까. 바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잠시만이라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샛길'을 거닐게 해주고 싶은 것 같다.

우리 모두 에릭 요한슨 만큼은 아니나, 어렸을 적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루에 수십 번씩 하곤 한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정말로 산타할아버지가 오실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와 큰언니가 옷장에 큰 곰돌이 인형을 숨겨두는 걸 목격한 이후로 난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커가면서, 상상 따윈 별로 하지 않게 된다. 또한 현실 속 삶이 우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우린 아주 객관적이고도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를 해야만하고, 또 하도록 교육 받는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을 변화 시키고, 한 단계 발전시켰던 건, 다름아닌 '창의적 사고'다.

그의 전시는 앞서 말했듯 우리에게 감탄사 연발을 날리게 할 정도로 독창적이고,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에게 '새로운 사고'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전시는 재밌게 보셨나요? 이 전시를 통해 여러분을 제한하고 있던 것들에게서 조금은 벗어났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모두 창의적으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상상하는 것을 멈추지 말고 정해진 규칙에 의문을 가져 보세요. 그리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세요.

 

오늘 하루는 여러분도 조금 특별한 상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에릭 요한슨





궁금하다! 에릭 요한슨의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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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디어 및 기획: (1-12개월)
아이디어의 첫 번째 불씨는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며 저는 이를 메모하고 스케치를 해둡니다. 그리고 한동안, 때로는 몇 달 동안이나 그것을 방치해 두죠. 그러다가 다른 프로젝트에 열중하지 않고 있을 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고 충동적으로 작업을 다시 시작합니다.

2. 사진 촬영: (1/2-1주일)
저는 스스로 사진작가로 소개하지만 사진 촬영 과정은 항상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끝이 납니다. 하지만 특수한 조명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자연의 상태가 있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죠. 이때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현장에서 밤낮으로 대기하거나 몇 번이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3. 이미지 프로세스(1-6개월, 그 중 실제 작업에 필요한 시간은 약 20시간이다)
초기 프로세스 단계는 일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사진을 일반적인 작품과 비슷한 형태로 만드는데 4~5시간 걸립니다. 최종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더 오랜 시간 소모하며 이 과정이 전체 프로세스의 80%를 차지합니다.(한 작품을 만드는데 약 150개 이상의 레이어가 사용됩니다) 이 작업은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때때로 제가 제 사진 작업을 다시 하기 전에 완전히 그 작품에 대해 잊어버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객관적인 눈으로 작품을 보기 위해, 한 달 정도, 어쩌면 더 오랜 시간 사진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4. 작품 발표
최초 발표 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며 저는 이를 통해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구합니다. 그리고 반응을 취합하고 이를 반영한 후 최종 버전을 저의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합니다.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서

사실 다소 아쉬웠던 전시였다. 일요일 낮 시간 전시회에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 나도 누군가에겐 불특정한 다수 중 한 사람, 다시 말해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전시회에 가서 사람이 많아도 별 다른 생각을 안 한다.

그런데 전시회에 들어가 보니 공간이 협소한데 에릭요한슨의 작품을 다 넣으려다보니 좁은 'ㄷ' 자로 된 벽면 모두에 그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다른 분들의 관람에 지장을 주었고, 나 또한 지장을 받았다. 조금 더 큰 전시장에서 그의 작품들을 걸어놓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란 생각을 했다.

또한 위에서 내가 첨부한 영상을 보면, 영어자막이다.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 국민이며, 스웨덴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영상에서 자막이 영어다. 몇 분채 안되며,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들어간 영상이 아니기에 통역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에릭 요한슨의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진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아쉬움은 저리 가라였다.

전시 내내 진심으로 그가 구현해낸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인 작품들에 풍덩 빠졌다.




[이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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