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도서]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글 입력 2019.06.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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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작품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엔 이유가 있다. 나는 그것을 작품 안에서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등장인물은 책 한 권 안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느끼면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어요. 라고 외치는 것처럼.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질긴 생명력이 있다. 절규와도 비슷한 문장이, 그리고 주인공들의 공허한 외침들이 이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400p 이내의 장편소설 한 권을 읽고, 나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복제된 클론들이 살아가는 과정은 클론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삶이였다. SF장르라고 소개된 이 소설은 SF가 아니다. 가장 인간적이고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순수문학이었다. 나에겐 그랬다. 이 작품을 영화로도 보았다. 영화는 더욱더 작품의 등장인물을 사실적으로 드러나게 했다. 정말 장기 복제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클론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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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시, 토미, 루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 작품에 잘 드러나있다. 배경, 사건 등을 통해서 그리고 캐시의 시선으로 서술하며 자신의 존재를 계속 드러낸다. 나는 이 작품을 배경을 통해 나누어 보고 싶다.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고,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가장 중심 배경으로 나오는 ‘헤일셤’은 복제된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전부이다. 이 곳은 학교와 다를 것 없이 아침마다 조회를 하고 다양한 수업을 받는다. 그러나 조금 특별한 점이 있는데 일정 기간 교환회를 열어 아이들이 만들어낸 물건, 그림이나 시와 같은 예술작품들을 서로 교환한다. 그리고 마담은 그것에 가치를 매겨 ‘화랑’에 걸기 위해 수집해간다. 또한 판매회에서 얻은 물건에 의미를 새기고 자신의 침대 옆에 장식을 해 놓는다. 토미의 폴로셔츠, 캐시의 카세트테이프가 그러하다.

 

결말을 읽고 헤일셤을 보았을 때, 그곳은 복제된 클론들이 세상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교육받고 규제되는 일종의 감옥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헤일셤이 다른 곳과 다르게 특별했던 이유는 복제된 클론들도 ‘일반인’과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험하고자, 사람들에게 증명하고자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서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헤일셤의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정해진 삶을 살아나가게 될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일반인’처럼 생각하고 상상하고 의문을 가지며 감정을 느끼고 행동한다. 헤일셤의 공간이 주는 무기력함과 그 속에서 꾸준히 ‘영혼’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적인 움직임의 부조화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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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티지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조금씩 확신하게 되는, 그러나 암묵적인 시기이다. 헤일셤과 노퍼크의 사이, 즉 복제된 클론의 세상과 진짜 인간의 세상 그 중간지점으로, 코티지의 공간이 주는 느낌은 무언가 불안함을 조성했다. 가장 무지했고 활기를 띄었던 헤일셤에서 나아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조금씩 깨달으면서 기증 전에 자유를 누리는 것이 예정된 결말을 보고 온 씁쓸함을 안겨준다.


또 그 불안감이 심화되어 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 노퍼크(루스의 원본을 확인하고 예상이 확신이 되어 좌절감을 느끼는 곳). 이곳은 토미와의 동행으로 느꼈던 캐시의 감정에 대해 서술하여 ‘영혼’을 가졌다는 것이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동시에 어떤 존재인지를 순응하면서 안타깝고 슬픈 분위기를 극대화 시켰다. 캐시는 노퍼크를 로스트 코너라고 말하며 잡동사니가 모여있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이 뜻은 수많은 과거, 관계들, 감정들이 한데 모여있다 진실을 맞닥뜨려 모든 것이 쓰레기가 되어버린 곳이라는 표현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마담의 집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된 곳이다. 바로 현실에 무릎꿇게 되는 곳이라 해석할 수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인터뷰를 찾아보다 이 져버린 결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반항하고 탈출하는 용감한 노예들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고 참는 정도에 관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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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량에 읽는 중간에 힘이 들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갈 때 자신이 ‘인간’ 으로서 살아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몸부림과 감정들을 보며 빠져들어 읽었다. 나는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렇게 슬프고 아무런 변화없는 결말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읽는 동안 재미있는 소설도 좋지만, 이렇게 읽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도 좋다.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작품이었고 내가 애정하는 책 리스트에 하나가 추가 되었다. 아직 읽지 않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 있다는 것에 설레었다.

 

 



[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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