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사람]

글 입력 2019.06.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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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자신의 불행이 제일 커 보이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젤 힘들거나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남들보다 더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불행을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이 직접 상대가 되어 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 힘들다.


자신의 불행과 상대의 불행 중 누가 더 무거운지 가늠하는 것 또한 힘들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본다면 조금은 보인다. 불행의 종류와 무게는 다르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나보다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이 어딘가엔 있겠지만, 직접 만난 사람 중에선 없다고. 그래서 그들의 고통을 들으면 나보다 가벼워서 ‘그런 거에 저렇게 힘들어한다고?’라고 생각하곤 했다. 당시에 난, 과거에 그친 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었기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혼? 폭행? 내겐 정말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어릴 적부터 겪었던 일들이기에 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덤덤했다. 처음으로 갔던 정신과에서(18세) 여러 심리 분석을 한 결과는 『너무 어릴 때부터 우울했기에 현재도 우울하단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는 못하는 상태』였다. 사실 놀랐었다. 자해는 많이 했었지만, 우울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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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세상엔 별사람이 다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힘든 게 아니었다. 때는 중학교 시절.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가 친한 친구가 있는 시골 느낌의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곳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단 게 아니란 걸 알았다. 그 학교에 다닌 2년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었는데 학교 특성상 가난하고, 공부를 잘 안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소위 ‘노는 학생’들이 많았다. 근데 얘기를 들어보면 다 그럴만했다.

 

아직 중학생 나이임에도 새엄마가 7번째라는 남자아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빠에게 툭하면 골프채로 맞았던 남자아이, 아버지의 가정 폭력이 심한데 실제로 식칼을 가져와 자신과 엄마를 찌르려 했다는 여자아이(이 친구는 고등학생 때 실제로 찔렸었다.), 부모님이 자주 부부싸움을 하시는데 항상 경찰이 올 만큼 심각하게 싸워서 집에서 자주 도망 나왔던 여자아이 등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애들은 이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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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불행한 게 아니란 걸 알게 해준 아이는 당시 같이 다니는 (나 포함) 7명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참고로 7명 중 6명이 이혼을 한 가정이었다. 그래서 이혼 정도는 너무 흔한 일이라 애들은 이혼 정도로 힘들어하지 않았다. 아니, 힘들어는 했겠지만 방황하지 않았다.

 

아무튼, 내 불행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게 해준 그 친구는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슬펐다. 항상 웃고 있고, 밝고, 씩씩한 아이였는데 이상하게 눈이 항상 슬펐다. 어느 날 내가 이 얘기를 하니, 내게 넌지시 털어놓더라. 부모님이 안 계셔서 친척 집에서 살고 있다고. 그리고 친척 오빠에게 2번의 성추행을 당했고,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사실 알고 보니(우연히 방 안에서 할아버지와 고모가 하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돈 때문에 부모님이 동반 자살을 하신 거라고. 이 얘기를 하면서도, 다 하고서도 계속 씩 웃던 아이였다. 그렇다고 친척 집에서 편하게 사는 것도 아니었다.

 

난 이 아이를 보면서 고통도 객관적으로 보자면, 볼 수 있단 사실을 알았다. 불행은 상대적인 거지만 절대적일 수도 있단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 집이 아무리 개판이어도 내게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아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Part 3. 세상은 넓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은 학창시절 일화일 뿐이고 그 후로도 수많은 사람을 봤다. 내 친구가 제일 불쌍하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여겼던 게 깨진 계기가 됐을 뿐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현재 독립해서 잘 이겨내며 살고 있다. 우울하지만 아직도 항상 웃어가면서.

 

이별의 아픔도 어지간한 것 못지않게 큰 힘듦이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도 어떤 이들은 이해를 못 하지만, 견디기 엄청 힘든 고통이다. 등등 세상은 넓기에 외롭고 힘든 사람들도 당연히 많다. 그러니 자신이 제일 불행하다고, 자신이 겪은 일이 상대보다 훨씬 힘든 것이라며 상대의 아픔을 격하시키진 않았으면 좋겠다. 동시에 그 아픔을 이겨내서 자신은 그나마 덜 불행한 편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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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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